지난번에 언급했듯 호주는 학기가 1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마무리가 되고 우리나라처럼 2학기가 아닌 4학기(semester)로 운영된다. 제이든의 방학인 3월 말에 맞춰서 아빠가 호주에 왔고 제이든은 매번 엄마랑만 다니다가 아빠가 와서 너무 신이 난 모양이었다.
우리가 멜버른에 있던 2016년 학사달력이다.
제이든 아빠가 호주에 있는 동안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 제이든 학교 같이 가보기
. 제나언니네 놀러 가기 (제이든과 쌔미는 같은 성씨이다. 고로 제이든 아빠와 쌔미 아빠도 같은 성씨)
. 같이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 구경 가기
. 시드니 여행
많은 굵직굵직한 일정들을 소화했고 처음으로 호주에 와서 여행도 갔지만 내가 제이든 아빠에게 가장 고마웠던 점은 정작 일상 속의 소소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같이 장 보고 와서 무거운 생수병을 번쩍번쩍 들어서 옮겨주는 것, 현관문 아래로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데 거기에 이상한 털실(?)처럼 생긴 무언가를 붙여줘서 추위를 막아준 것, 제이든을 번쩍 들어 올려 주는 그런 것들 말이다. 아! 나 말고도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사실도 아주 큰 감사함이었다.
제이든 아빠는 호주의 하늘을 가장 좋아했다. 위로 솟아있는 건물들이 없어 하늘이 높~게 보여서 마치 바다 끝을 보듯 지평선을 볼 수 있다며 호주에 있는 내내 자주자주 하늘을 올려다봤다.
차 안에서 이동하며 촬영한 호주의 하늘
우리는 위에 나열한 투두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며 오랜만에 세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혹시 제이든은 아빠가 없나요?'라고 물어봤던 제이든 반친구에게 아빠를 보여줄 수 있고, 아빠와 체스도 두고 (나는 체스를 둘 줄도 모르고 즐기지도 않는다) 그리고 유명한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구경하기도 하고, 난생처음 헬기도 타보고...... 제이든은 그렇게 아빠의 방문으로 굉장히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아빠는 일주일 정도 함께 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빠와 함께하며 즐거워하는 제이든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마냥 흐뭇할 수만은 없었다. 아빠가 가고 난 후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많이 됐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아빠가 다녀간 후 제이든은 며칠이고 우리의 감사노트에 아빠가 보고 싶다는 얘기를 쓰고 아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저녁마다 아빠(그림)를 만지며 그렇게 한참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