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동 Jun 06. 2023

10. 제이든의 첫 OO

첫 캠핑, 첫 캥거루, 첫 취미, 첫 자전거...

"우왓~~ 캥거루닷!!! 제이든~~~~~ 캥거루 봤어?"

"응? 어디?"

"저기, 저기!!! 지금 저기로 뛰어가잖아. 봤어? 봤어?"

캥거루를 생전 처음 보고 제이든보다 더 신난 건 나였다. 호주에 와서 캥거루와 코알라를 봐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감사하게도 예상했던 것보다 그 시간이 빨리 왔다. 바로 제나언니네 식구와 함께 간 우리의 첫 캠핑에서였다.


제이든이 호주에 와서 처음 경험한 것은 캥거루와의 만남뿐은 아니었다. 생전 처음 캠핑을 가보고, 처음 두 발 자전거도 배우고, 그리고 클럽에서 체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모든 것들을 제이든과 내가 함께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이든이 지나온 많은 첫 경험들이 있었겠지만 지난 것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앞으로 내가 제이든과 함께 할 일이 많이 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제나 언니는 나와 제이든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함께 해주셨다. 그 덕분에 용기를 내서 텐트를 사고 제나언니네 식구와 첫 캠핑에 나섰다. (그 텐트를 도난당해서 경찰서에 가 봤던 일은 나중에 한 번 공유해야겠다)    

캠핑장까지 약 2시간이 걸렸는데 내가 호주에서 처음으로 했던 장거리 운행이었다. 호주에 와서 배워야 했던 일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것은 우측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게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나 보다. 그때 고속도로에서 봤던 붉은색 대문자로 눈에 확 띄게 만들어져 있는 교통 표지판 ' WRONG WAY GO BACK'은 '잘못된 방향이니 돌아가라'는 뜻으로 역주행으로 길을 잘못 든 차에게 경고하는 표지판이다.
나도 처음 자동차 구입을 위해 시험운행을 할 때 역주행을 해서 자동차 셀러가 식겁한 적이 있다. 특히 고속도로에는 차가 별로 없기 때문에 고속도로 입구에 엄청나게 큰 표지판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 두 발 자전거를 배웠던 경험이 기억이 날 것이다. 처음 페달에 발을 올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처음에는 어쩌면 그렇게 균형 잡기가 힘든지...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했어도 자전거는 ChatGPT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를 배우는 사람은 가르쳐 주는 사람을 전적으로 믿어야 하고, 가르쳐주는 사람은 힘들고 짜증이 나도 끊임없이 할 수 있다고 응원하면서 함께 해야 한다. 이건 내가 아빠에게 배우고, 제이든이 나에게 배우고, 또 제이든이 아이를 낳게 되면 그렇게 또 서로 믿고 의지하며 가르쳐줄 것이다. 




제이든의 첫 스타워즈 자전거.

한국에서 가져간 경찰 헬맷과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열~심히 자전거를 배웠던 제이든.


자전거를 배우기로 결정하고 - 자전거 구입 - 조립 - 자동차에 싣기 - 혼자 탈 수 있을 때까지 연습... 어느 하나 쉽지 않았던 과정들이지만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었다.


사진 속 여러 번 넘어져서 왼쪽으로 삐뚤어진 사진 속 스타워즈 방패(?)를 보면 그때 생각에 웃음이 난다.








제이든이 수영을 하면서 아이들과 하는 활동에 조금 자신감이 붙더니 체스도 배우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마다 체스클럽에 갔는데 재미가 있었는지 체스에 푹 빠져서 혼자 연습도 하고, 팀네 집에 가서 로버트와도 대결하고,  주말이면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과 체스를 두기도 했다. 그리고 호주에는 백화점이나 야외에 대형 체스판들이 많이 있어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대결을 하기도 하는데 항상 제이든은 그곳을 지나치지 못했다.


한 번은 멜버른 시내에 놀러 나가서 멜버른 도서관을 갔는데 그 안에 시니어분들이 모여 있는 체스클럽이 있었다. 신나게 할아버지들의 이쁨을 받으며 체스를 여러 판 두고 밖으로 나갔는데 또 야외에 체스판이 벌어져있었다. 제이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 나 이것도 구경하고 가도 돼요?"

"그럼 그럼~"

처음에는 내 옆에 서서 쫑알쫑알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아예 중간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당시 6월이라 날씨가 꽤 쌀쌀했는데 구경에 푹 빠져서 추운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형님들의 한 판이 끝나자 제이든은 잽싸게 체스말 정리하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는 이번판을 이겼던 형님에게 말했다.

"나랑도 한 판 해도 돼요?"

"물론이지~"

그렇게 제이든과 모르는 형님과의 대결이 벌어졌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흥미진진한 한 판이 벌어졌다. 당연히 제이든이 체스 고수 형님에 이길 수는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제이든의 발걸음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쪼그려 앉아 어른들 하는 체스를 구경하는 제이든(좌), 승자에게 도전장을 내민 제이든과 구경하는 행인들(우)



* 호주 지역별로 많은 교통 표지판이 있는데 아래 퀸즈랜드 주정부 사이트에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교통 범칙금이 기본 300불이기 때문에 호주에서 운전하실 분들은 교통 표지판을 잘 숙지하시는 게 좋아요! 

https://www.qld.gov.au/transport/safety/signs/regulatory


 표지판: 등교일 오전 7~9시, 오후 2~4시 절대 주차 금지(좌), 오전 9시~ 오후 4시 단 2분! 주차 가능 (우)  




제이든에게...


제이든, 누구나 평생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경험 같아. 누구와 어디서 어떤 일들을 함께 했는지...


"절대 놓지 말고 꼬옥 계속 잡고 있어~~~"라고 신신당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혼자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느끼는 그 찰나의 기억 말이야.


지금은 엄마 발이 닿지 않는 높은 자전거를 타는 너지만, 네가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혼자 타고 앞으로 나아가던 그 첫 순간을 엄마가 함께 해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어.


앞으로도 처음에는 두렵고 못할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멋지게 해내는 소중한 경험을 많이 해나갈 거라 믿는다!!

이전 09화 09. 제이든, 나는 도어 모니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