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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동 Jul 02. 2023

14. 전지적 니콜 시점

니콜의 생일 주간

* 오늘은 내 얘기를 좀 적어보기로 했다 *


나는 아직 생일이 좋다. 

생일주간이라고 부를 만큼 생일이 있는 1주일 자체를 매우 즐긴다. 나이가 들면 생일이 별로 달갑지 않다고 하던데......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 생일 이전에 설레고 신나는 걸 보면 나는 그냥 평생 생일을 좋아할 것 같기도 하다. 회사 다니는 동안 나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생일에는 항상 휴가를 냈다. 호주에서의 생일주간은 애니가 함께여서 더 풍성한 시간이었다.


6월 20일 아침. 애니가 미역국과 함께 아침상을 차려줬다. 멀리 타국땅에서 맞이하는 생일상, 특히 한국식 미역국 생일상은 잊지 못한다는데 정말 그렇다. 만약 애니가 없었다면 평소와 똑같이 내가 밥을 차리고 제이든 도시락 싸주고 학교 보내고 했을 텐데 시작부터 감사한 아침이었다.

"니콜, 생일 축하해~"

"엄마,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 고마워!! 너무 맛있겠다. 얼른 먹자~!!!"

애니가 준비해준 아침상(좌),                                                                        제이든의 생일카드(우)



애니와 나는 제이든이 학교에 간 이후에 멜버른에서 가까운 유명한 노천온천에 갈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다. 생일은 월요일이었지만, 당연히(?) 학교는 째고 셋이서 얼른 제이든의 등굣길에 나섰다.

"제이든, 학교 잘 다녀와~ 재밌게 지내다 오고! 오후에 보자~ 빠이 빠이~~"

"엄마 안녕~"



돌이켜 떠올려보니 호주에서는 엄마, 아빠가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 "Have fun~"(재밌는 시간 보내~) 이라고 인사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공부 열심히 해~" 라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신나서 학교에 뛰어들어갔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학교에 모인 아이들은 운동장과 마당에서 뛰어놀고, 수업 중간 간식을 먹고 노는 시간 (recess time)과 점심시간에도 아이들이 어울려 몸으로 노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꺄아~~~~~~~~"

제이든을 학교에 내려주고 애니와 나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제이든이 학교에 있는 짧은 시간이지만 (8시~15시니까 이동시간 제외하면 약 5시간 정도?) 제이든 없이 둘이 멀리 어딘가에 놀러 나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설렜다. 어디를 갈까 둘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 고민하다가 조금 멀기는 해도 모닝톤(Mornington) 지역에 있는 페닌슐라 온천*에 가기로 했다.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온천을 워낙 좋아하는 데다가 물이 깨끗하고 천혜의 자연경관 속 천연 온천에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 정상에 있는 자그마한 자쿠지는 줄을 서서 들어갔다가 일정 시간이 되면 나와야 하는데 그 안에서 내려다보았던 그 웅장한 자연의 모습이란....

"와아~ 너무 좋다~"

"우와~ 우와~"

"꺄아~~~"

감탄사 연발이었다. 호주 온 지 6개월 차, 다사다난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자연이 이 나라에 준 그 축복에 감탄했다. 


"찰칵~"

"니콜 ~ 여기 서봐봐. 시선은 저 쪽 보고~"

"여기? 이렇게?"

"응응 맞아, 아오~~ 너무 이쁘다~~"

온천에 들어가기 전에 그렇게 신나서 사진을 찍다가 휴대폰을 온천물에 빠뜨려서 정작 멋진 경관에서 촬영한 사진은 없다. (그리고 수영복 차림이라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았다) 하지만 물이 깨끗해서 그런지 집에 와서 이틀간 말리고 나니 휴대폰이 다행히도 잘 작동되었다.

본격적으로 온천욕을 하기 전 신난 애니와 니콜 (좌),  가장 유명한 정상 위 자쿠지는 톡파원 25시 화면을 캡쳐해보았다(우)


그렇게 꽉 찬 오전일정을 소화하고 저녁 생일 파티를 위해 애니, 제이든 그리고 티미네 식구들과 함께 타이 레스토랑에 모였다. 맛있는 저녁과 함께 케이크의 초를 후~ 불고 함께 사진도 찍고 의미 있는 선물도 받았다. 특히 호주의 슬랭(slang)들이 적혀있는 앞치마와 제이든이 써준 생일카드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애니가 한국에서 사 온 선물들도 물론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생일주간에 의미 있는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24일에 있었던 내가 다닌 1학기 과정의 수료식이다. 초반에는 제이든이 교실에 들어갈 때까지 같이 있어주다가 학교에 가야 돼서 지각하는 일도 잦았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또 제이든 학교로 와야 해서 같은 반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도 많이 없었다. 하지만 제이든이 친구도 생기고 학교 생활에 적응한 이후에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등교할 때 나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제이든만 학교로 (신이 나서)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나도 제시간에 학교에 갈 수 있었고 수업이 끝난 후 방 친구들과 점심도 같이 먹고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특별히 전공이 있어서 학문을 공부한 것은 아니고 외국인들이 영어를 배우는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코스였는데 수료식날 과정별 수료생 대표로 스피치를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자리에 애니도 함께 했다. 그리고 애니 덕에 나는 스피치 하던 그날의 기억을 사진과 동영상(무려 DSLR로 촬영한 고화질)으로 남길 수 있었다.

      수료식 스피치 하던 모습 (좌),  수업 끝난 후에 들러 교우들과 커피마시며 수다 떨었던 교내 cafeteria(우)



그렇게 호주 살이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 모닝톤 페닌슐라 온천

혹시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까 해서 공유해 봅니다. 얼마 전에 톡파원 25시에서도 소개되었더라고요.

https://www.peninsulahotsprin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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