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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동 Jul 09. 2023

15. 제이든의 일주일 찐친 스너플스

His name is Snuffles~

"엄마, 스너플스도 같이 먹어도 돼요?"

"엄마, 스너플스랑 같이 자도 돼요?"


......


"제이든, 스너플 데리고 갈까?"

"아니 엄마~~~ 몇 번을 말해, 스너플(Snuffle)이 아니고 스너플스(Snuffles)라구욧!"


스너플(스)가 누구냐~~하면 바로 바로~~코끼리 인형이다. 제이든의 학급에서 함께 하는 캐릭터인데, 돌아가며 반친구들 집에 따라가서 1주일씩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스너플스와 함께 한 일에 대해서 사진과 함께 설명을 적어서 제출하면 1년간의 기록이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진다.


처음 제이든이 그 얘기를 했을 때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엄마, 헤리슨은 스너플스랑 캠핑 갔대요."

"응? 스너플스?"

"우리 반 친구 있어요, 스너플스라고."

"스너플스가 친구 이름이야?"

"아니 그게 아니고~ 스너플스라구요."

"그니까 스너플스가 뭐냐고..."

"아 진짜~!! 우리 집에도 올 거니까 그때 봐요."


제이든은 스너플스를 '인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끝까지 스너플스라는 이름으로 불러줬는데, 발음도 어려운 데다가 정확하게 얘기를 해주지 않으니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제이든이 코끼리 인형, 아니 스너플스를 안고 활짝 웃으며 학교에서 나오던 날 '아! 저 친구가 스너플스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제이든이 활짝 웃으며 코끼리 인형과 'Our Adventures with Snuffles'라고 적혀있는 커다란 노트를 들고 나오던 그때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그 이후 제이든은 누구보다 스너플스와의 시간에 심이었다. 마치 초등학교 1학년에서 다시 5살 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내가 보기에는 그냥 코끼리 인형인데) 스너플스를 친구로 대했다. 가는 곳마다 스너플스를 챙기고 심지어 스너플스에게 음식도 줬다. 처음에는 약간 갸우뚱했던 나도 나중에는 스너플스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은 제이든의 마음을 헤아려 가능하면 어디든 데리고 다녔다.


체스두기

도서관 책 반납하기

침대에서 같이 취침

치킨, 피자(양식), 김밥(한식) 나눠먹기

.

.

.


그렇게 스너플스와의 시간이 휘리릭 지나갔다. 제이든은 스너플스가 있는 동안 매우 즐거워했다. 호주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이면 보통 20시, 늦어도 21시에 자는 것을 권장한다. 제이든도 21시에는 침실로 갔는데, 혼자 잠드는 것을 싫어하고 무서워해서 내가 같이 들어가서 옆에 있어줘야 했다. 제이든이 자고 난 후에 집안일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하고 싶은데 제이든 옆에 함께 있어주다 보면 내가 먼저 잠드는 일이 허다했다. 그렇게 아침이 되고 나면 허무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스너플스가 오고 나서는 제이든이 스너플스와 함께 자겠다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제이든이 '혼자' 자는 것이고 제이든 입장에서는 스너플스와 '같이' 자는 것이긴 했다. 그렇게 스너플스는 나에게도 고마운 존재였다. 날이 추운데 옷 없이 다니는 스너플스가 안쓰러워 제이든은 스너플스를 손수건으로 싸매고 다녔다. 결국 나는 제이든과 함께 옷을 만들어주고 손바느질로 이름도 한 땀 한 땀 새겨주었다.

스너플스의 옷을 만들고 있는 제이든(좌), 옷 완성(중앙), 이름까지 새겨진 옷을 입은 스너플스와 행복한제이든(우)


문제는 스너플이 학교로 돌아간 이후였다. 제이든이 같이 잘 친구가 없어져서 나는 고민이 되었다.

"제이든, 스너플스랑 똑같은 인형 사다 줄까?"

"아니, 싫어. 걔는 스너플스가 아니잖아."

"그럼 다른 이름으로 불러주면 되잖아."

"아니, 스너플스가 아닌 다른 친구는 싫다고."


역시 제이든에게 스너플스는 코끼리 인형 그 이상이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제이든이 학교 간 시간에 오랜만에 혼자 멜버른 시내에 가서 백화점을 뒤지며 비슷한 인형을 찾아다녔다. 같은 브랜드, 같은 촉감과 컬러감이지만 코끼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


'앗! 저 친구야!'


하하하. 내 눈에 귀여운 토끼 인형 하나가 들어왔다. 두 근 반 세 근 반 하는 마음으로 그 토끼인형을 데리고 와서 저녁에 슬며시 꺼내며 제이든에게 보여주었다.


"제이든, 이 친구는 어때?"

"응? 이건 누구지?"

"이 친구는 토끼 친구야~ 이름은 제이든이 지어주는 게 어때?"

"음... 잘 모르겠는데~"

다행히 싫지 않는 눈치였다.

"그럼 제이든이 생각해 보고 이름은 지어줘 알겠지?"

"생각해 볼게.."


제이든은 한참 동안 토끼인형의 이름을 고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 나 이 친구 이름 지었어요~"

"오오 진짜? 이름이 뭔데?"

"벤자민~"

"아 정말? 멋진 이름이다~ 어떻게 그런 멋진 이름을 생각해 냈어?"

"아~~ 한나 선생님 (제이든 담임선생님)한테 물어봤어~~"

"그래 앞으로 이 친구 이름은 벤자민이다!! "


나중에 알고 보니 피터래빗에 나오는 아기 토끼 이름이 '벤자민 버니'였다. 그 동화를 모르는 우리는 왜 벤자민인지는 모르지만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이름이라고 해서 그저 맘에 들었었다.


벤자민이 우리에게 얼마나 특별했는지는 2023년 현재 제이든 방 사진으로 대신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벤자민과 펭귄, 코알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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