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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동 Jul 16. 2023

16. 이것이 오지(Aussie)캠핑클라쓰!

이것은 이사인가 캠핑인가... >..<

오지 (Ausiee) - 호주 사람 (Australian)을 짧게 일컫는 말이다.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사람들 발음이 미국영어와 다르다는 것은 확실히 느꼈지만, 영국 억양과의 특별히 차이점을 잘 못 느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호주사람들만의 억양을 구별해 낼 수 있었다. 제이든은 당연히 알파벳도 억양도 호주사람처럼 말했다.

생일에 선물 받았던 앞치마를 보면 대표적인  호주 슬랭(Aussie slang)을 알 수 있다.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 G'day = Good day, Hello처럼 쓰임


. Ta = Thank you, 처음 들었을 때 당황함


. Bloody = very, 형용사로 아주 아주 많이 씀


. Brekkie = breakfast, 뭔가 귀여움


. Prawn = shrimp, 호주슬랭인지 몰랐음


. Mum = mom이라 쓰면 쌤이 고쳐주심


. No worries = Thank you에 대한 대답

: You're welcome 쓰는 사람 거의 못 봄.

  이건 호주 슬랭은 아니지만 내가 몰랐다가

  호주 와서 알게 된 것



이렇게 호주 슬랭과 생활에 하나하나 적응해 가던 나를 놀라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호주 사람들의 피크닉, 캠핑 클래쓰였다.



어느 수요일, 티미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던 중 다이가 물었다.


"니콜, 이번 주말에 공원에 모여서 '레트로' 컨셉으로 놀건데 같이 갈래요?"

"아, 레트로 컨셉? 그게 뭔데요?"

"그냥 60-70년대 느낌으로 모여서 노는 거예요."

"음... 뭘 준비하면 되나요?"

"하하하, 레트로 컨셉으로 옷도 입고 음식도 레트로 스타일로 준비하는데, 니콜은 그냥 와요."

"아 네네 그럼 저는 그냥 시간 맞춰서 여기로 올게요"


그리고 그날 아침,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체 다이 차를 뒤따라 갔다. 그런데 20분, 30분, 가도 가도 차가 멈추질 않는 것이었다. 1시간을 꼬박 운전해서 한 공원에 도착했다.

"다 왔어요 니콜~"

"제이든~ 가서 아이들하고 놀아~~"


도착한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거기에는 평소 티미네 식구들과 같이 잘 어울리는 네 가족이 와 있었는데 정말 드라마에 나올법한 소공녀 복장을 한 아이 엄마들과 정체 모를 60-70년대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아... 호주 사람들은 주말 액티비티에 진심이구나. 대.단.하다.'  

슈퍼마켓에서 산 과일과 머핀을 차마 꺼내기가 부끄러웠다. 그런 나를 발견하고 다이가 괜찮다며 얼른 내가 들고 있는 봉다리를 가져갔다.


그렇게 약 1시간을 달려간 (내가 보기에는 동네 공원과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공원에서 약 2시간 정도 먹고 놀다가 다시 우리는 1시간을 운전해서 귀가했다.

 



그 이후 다이가 이번에는 캠핑을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텐트는 샀으니 됐고 제이든에게 대가족 오지 캠핑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은 생각에 얼른 좋다고 했다.

우리가 간 곳은 Tarra Valley. 네비로 찍어보니 차로 2시간 반이다.

'그래... 공원도 1시간씩 가는데 2시간 반이면 양호하다.'

한국에서는 1시간 이상 운전한 일이 많이 없었던 나도 호주의 땅덩어리에 적응한 모양이다.

우리 집 (Moorabbin역)에서 Tarra Valley Caravan park까지


다해서 6 가족.

어른 10명, 아이 6명, 대형견 4마리였다.

우리 집 미니미 주황색 텐트를 치고 제이든의 자전거를 내려놓고 뒤를 둘러보자 진풍경이 펼쳐졌다.

초대형 텐트(당연히 이건 예상한 것이고), 도끼와 장작, 온풍기, 어마무시한 크기의 테이블과 화로, 냉장고, 그리고 슬러시 머신까지......


그리고 그날 캠핑의 컨셉은 멕시칸이었다. 나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말이다.  

강아지 군단(좌), 저녁 테이블 세팅(중앙), 슬러시머신(우)


아이들은 정말 대자연 속에서 원 없이 뒹굴고 뛰어놀고 저녁 8시가 되자 약속이나 한 듯 곯아떨어졌다.

그 이후에는 어른들의 시간이다. 10명이 모두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11시 정도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지금 와서 고백이지만, 그 시간이 나는 너무나 힘들었다.

모닥불 소리도 나고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는데 밤이라 소근소근 이야기하니 뭐라는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고등학생 시절 영어 듣기 평가에서 그렇게 집중했다면 내 영어점수가 조금은 더 좋았을 것이다.

 

2시간 반 운전, 낯선 사람들과 환경, 평소 안 쓰던 몸을 너무 열심히 쓴 데다가 결정적으로 와인까지 한두 잔 잔 마시니 눈꺼풀이 천근만근 자꾸 내려왔다. 처음에는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하다가 나중에는 어차피 어둑어둑해서 표정이 잘 안 보일 거라 생각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들렸다.


"니콜은 어떻게 생각해요?"

......

내가 한마디도 안 하고 앉아 있으니 누군가 나를 대화에 끼워주려고 배려해서 말을 걸어준 것 같았다.    

대충이라도 대화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뭐라도 둘러댔을 텐데 그럴 수도 없어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앗, 미안해요. 너무 피곤해서 조느라고 못 들었어요."

부끄러웠지만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저는 먼저 좀 들어갈게요."


약간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이내 텐트에 들어가 쌔근쌔근 자고 있는 제이든 옆에 몸을 뉘었다. 힘들면서 뿌듯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묘한 기분을 오래 느낄 겨를도 없이 그냥 나 또한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지금은 외식하자고 하면 차라리 배달시키자고 하고, 여행 가자고 하면 잘 따라나서지 않는 제이든이다. 하지만 어릴 적 이런 즐거운 추억들이 몸과 마음의 기억에 남아 성인이 되면 다양한 경험에 도전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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