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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동 Aug 13. 2023

18. 호주 초등 생일파티 현장입니다

아이들의 최애 이벤트이자 엄마들의 최대 고민인 내 아이 생일 파티

"엄마, 나 생일 파티 초대받았어요~~~"

신난 제이든이 생일파티 초대장을 휘날리며 뛰어나왔다. 제이든이 처음으로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것이 너무 좋으면서도 무슨 선물을 사가야 하는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면 좋을지 걱정이 앞섰다. 20대에 잠깐이나마 중국에서 1년, 캐나다에서 한 달 살았던 경험이 있지만 그때는 외국인 학생 신분으로 있었던 거라 그 나라의 문화를 알아가는 것은 나에게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호주에서의 생활은 한 명의 이방인이 그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여정이었다. 특히나 양육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는 내가 호주에서 제이든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그 사회에 스며들게 할 것인가가 나에게 가장 큰 숙제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주변에서 회사의 워킹맘들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아들하고 호주 살았을 때 어땠어요?"

"저도 기하고 해외에서 1년 살이 하고 싶은데 언제 가는 게 좋을까요?"

"와 진짜 너~~~무 좋았겠다"'

"저도 호주에 워킹홀리데이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짧게 이야기할 때는 나도 그냥

"응 아이랑 온전히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 혹은

"호주는 9월 학기가 아니고 1월에 학기를 시작하니까 한국에 돌아와서 학교에 들어가기가 좋아."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야기를 끝낸다.

하지만 만약 진심으로 아이와의 해외살이를 고민하는 후배가 물어올 때는 만약 그 후배가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면 좋은 점만 이야기해 주기보다는 내가 어렵다고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는 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 그 나라의 문화를 모르니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고민을 하게 된다.

- 아이의 숙제를 봐줘야 하는데 내가 배운 방식과 달라서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

- 아이 학교에서 하는 행사가 엄청 많은데 그때마다 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면 Strange hair day, Doctor's day, Super hero day 등등)

- 선생님과의 영어 면담은 정말 초긴장된다.

- 도시락을 싸야 한다.

- 아이가 하교 후 친구와 놀려면 엄마가 상대 아이 엄마와 약속(play date)을 잡아줘야 한다.

- 병원 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나도 호주에 있을 때 '미씨 멜번'이나 '미씨 호주'와 같은 카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거기에는 나처럼 1년 살이 엄마보다는 이민 가정이 많았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게시물들이 있다. 이런 내용은 나도 공감을 많이해서인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 아이가 학교 숙제를 받아왔는데 뭘 하라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사진 보시고 좀 도와주실 분 있나요?- 이렇게 과제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다른 엄마들이 답글을 달아 도와주는 식이다. 그리고 내가 본 게시물 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글은 아이가 중학생인데 엄마가 영어를 못해서 아이 선생님과의 면담시간에 아이가 통역을 맡아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이 아이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아이는 선생님이 말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엄마에게 통역을 해야 했고, 그 자리에서 엄마는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자괴감이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영어 관련된 고민들이 많았다. 아무리 영어를 한국에서 잘 배워왔다 해도 수많은 의성어, 의태어가 어렵다는 말도 특히 공감이 됐다. 그리고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해지고 엄마가 영어를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 늘 편안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인데 언어나 문화가 다른 곳에 살 경우 그게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엄마역할을 해내는 수많은 해외의 엄마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제이든이 받아온 생일초대장 중 하나.

시간과 장소가 쓰여있고 RSVP (초대에 응할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는 언제까지 누구에게 해야 하는지가 적혀있다. 일정이 가능해서 갈 수 있을 때는 간단하게 답장을 해야 하지만, 그날 일이 있어 갈 수 없을 때는 뭐라고 답장을 쓰는 게 좋을지 몰라서 구글링을 열심히 해서 영작을 했던 기억이 난다.









호주에 있는 동안 초대받아서 갔던 생일 파티는 참 다양했다. 홈파티가 가장 많았는데 집에 마술사를 초청하거나 마당에 미니 동물원을 꾸미는 경우도 있었다. 플레이센터(대형 키즈카페 건물)를 통째로 빌리거나, 실내암벽등반 시설, 스케이트보드장, 볼링장, 수영장에서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생일파티는 바닷가에서 했던 파티인데 그 집은 바닷가에 방갈로(컨테이너주택 같은)를 소유하고 있었고 거기에서 생일파티를 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소를 빌려 초등학생의 생일파티를 성대하게 열어주는 경우들이 있다고 듣기 했는데 호주에서는 아이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것이 엄마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연중행사였다.

 

플레이센터  (좌)                                                                                실내암벽등반장 (우
바닷가 방갈로 (좌)                                                                           실내스케이트 보드장 (우)


제이든의 생일이 1월이라 호주에서 생일을 맞이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호주에서 파티를 해야했다면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애를 먹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의 탄생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니 축하를 하는 것이 마땅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하면 더 좋겠지만 그 방법을 매년 고민해야한다면 그것 또한 엄마에게는 큰 숙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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