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가 반짝반짝.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장
"엄마~~~ 나 상 받았어!!!"
제이든이 상장을 손에 들고 신나서 교실에서 뛰어나왔다.
"어맛, 무슨 상인데? 엄마도 좀 보자!!"
"어~ 무슨 상인지는 잘 모르는데 그냥 받았어."
"그래에? 어디 보자~~~, 우와~! 제이든이 학교 처음 와서 잘 해내고 있다는 상이네!!"
제이든은 영어로 뭐라고 쓰여있는지 모르지만 우선 본인의 이름 Jaden과 블링블링 스티커가 붙어있고, 상장이라는 것을 인식해서인지 마냥 신이 나 있었다.
나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지금까지 흔히 봐왔던 한국의 상장은 (지금 제이든의 초중등 학교의 상장도 여전한 듯하다) 흰색 바탕에 금줄이 둘러져있고 교장선생님의 직인과 함께 이미 적혀있는 궁서체 본문에 이름만 새로 적어서 주던 모습이었다. 그런데 호주의 상장은 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 보여서였다. 매주 학년별로 '스타'를 뽑아 상을 주는 방식인데 담임선생님께서 직접 만들어 코팅을 해서 건네주셨다.
그러고 나서 제이든이 두 번째 받아왔던 상장은 한 달이 조금 지난 후였다. 이번에는 담임선생님이 아닌 과학 선생님께서 주셨는데 비행기를 만들고 나서 받은 상장이었다. 1년 동안 딱 한 번, 한 명만 받을 수 있는 거라며 제이든이 특히나 아끼고 의미 있어했던 노란색 상장이다.
그 이후 제이든이 손꼽아 기다렸던 게 바로 Super reader 상장이다. 처음 호주에 가서 다른 건 몰라도 책은 꾸준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거의 매일 하루의 한 권 책을 읽었다. 물론 아주 간단한 유아용 10장짜리 책도 있었지만 영어를 읽는 방법도 잘 몰랐던 제이든에게는 그것도 대단한 도전이자 노력이었다. Super reader는 제이든이 200권을 돌파했을 때 받았다. 그전에도 소정의 어워드들이 있지만 정식 '상장'을 받는 것은 200권부터라서 이 상장을 받고 제이든이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위에 두 개 상장은 학기 중 제이든의 노력으로 받았다면, 2월과 12월에 받은 상장은 아마도 제이든을 환영/배웅해 주는 의미로 담임 선생님께서 주셨을 것이다. 상장뿐 아니라 담임 선생님은 제이든에게 [Mr.Perfect] 라는 책도 선물해 주셨다. 이 때는 그래도 제이든이 상장에 적혀있는 영어 내용을 스스로 읽고 해석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미니멀리즘이나 정리 정돈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이런 상장도 모두 사진으로 남기고 실물은 버리라고 하던데......
고등학교 때 이사를 하면서 엄마가 내가 학창 시절 고이고이 모아둔 받은 편지들을 몽땅 버리시는 바람에 울고불고 난리 치며 아파트 쓰레기장까지 갔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 편지들은 단 한 개도 건지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나는 내 일기장, 수업 중 받았던 쪽지 등등 추억거리들을 '추억 가방' 하나에 잘 정리해서 넣어놓고 보물을 다루듯 옷장 안에 넣어 두었다. 엄마에게 '절대, 절대, 절대 버리지 말라'라고 신신당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 추억 가방은 결혼할 때 당연히 나와 함께 왔다. 지금도 한 번씩 꺼내보며 낄낄대기도 하고 그 편지를 보냈던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는 둘이 당시를 회상하며 추억에 젖기도 한다. 사진이나 글, 편지, 당시 받았던 성적표와 선생님의 코멘트들이 마치 나를 다시 그 시절로 데려가는 것만 같다.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을 선물 받는 느낌이다. 아마 할머니가 돼서도 심심하면 열어볼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아직 제이든의 추억에는 손을 못 대겠다. 우선 사진으로 찍어서 브런치에는 남겨두었고 실물을 어떻게 할지는 제이든이 나중에 알아서 하겠지. ^..^
분명한 건 이 브런치의 글들이 지금 나의 추억 가방처럼 내가 나이가 들어서 꺼내 볼 또 하나의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