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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Nov 17. 2024

캠퍼스 투어

첫 인연

  주변 사람들은 첫 자취를 시작하면 적응하기 어렵고, 집이 많이 생각난다고들 한다. 나는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나름 독립적인 성격이기도 했고, 이미 재수를 하는 동안 집에서 떨어져서 오랜 기간을 지냈기 때문에 외로움을 견디는 건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도 뭔가 하고싶은 마음만큼은 굴뚝같았다. 에브리타임 채팅에서 같은 학과 또는 학번 사람들과 간간히 쪽지를 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지루함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던 중 학교 홍보대사 주관으로 진행하는 캠퍼스투어 홍보글이 눈에 들어왔다. ‘...심심한데 학교나 둘러볼까.’ 마침 언덕이 그렇게 높다는 캠퍼스 지리가 궁금하기도 했고, 학교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던 참이라 링크를 누르고 신청을 마쳤다.


  캠퍼스투어 당일이 되자 오랫동안 길러 약간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검정색 패딩을 걸치고 학교로 향했다. 내가 구한 자취방은 지하철역 바로 앞, 학교의 중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내로 들어가 본 적이 없는 나는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꽤나 길을 해메었다. 당시에는 숨겨진 여러 지름길을 알지 못했기에 다리를 고생시키며 학교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건물이자 캠퍼스투어 시작 장소인 M 건물의 앞으로 향했다. 날씨는 아직 초봄보다는 늦겨울에 가까웠고, 그날따라 바람이 차가웠다. 새삼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어색하고 긴장한 모습으로 캠퍼스투어 참여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홍보대사 로고가 등에 박힌 롱패딩을 입은 홍보대사들이 다가와 우리를 불러모았다.


  천천히 학교 내부를 둘러보며 설명을 들었지만,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때는 생소하게 들렸던 내용들이 이제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이 되어서 그런가보다. 잠시 화장실을 들르는 도중, 키가 크고 대형견을 연상시키는 한 신입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어느 학과세요?” 솔직히 조금 반가웠다.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준다는 것은 항상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경찰행정학과에요.”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서로에 대해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다. 서울에 와서 생긴 첫 친구였다. 공대에 입학한 그 친구는 나보다 한 살이 어렸고, 꽤나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놀랍게도 투어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실내 레크레이션에서 두 친구를 더 알게 되었다.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수강신청을 마치고 대략 시간표가 나왔다. 첫 수강신청을 완벽하게 잘 할 리가 없었다. 이상한 시간표를 만들어버렸고,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가 자취생이기 때문에 공강 시간에 집에서 쉴 수 있다는 점이었다. 3월. 꽃이 피기 시작하고, 캠퍼스가 북적거리는 계절. 내 대학생활이 첫 발걸음을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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