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문턱을 넘다
3월은 캠퍼스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활기찬 시기이다. 그리고 설렘과 흥분을 안고 성인의 세계에 발을 딛는 신입생들은 그런 분위기에 크게 기여한다. 나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는 불안에 기인했다. 더 이상 끔찍했던 옛날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약간의 안도. 상처받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은 바람. 마음껏 나의 역량을 펼치겠다는 열정. 그런 마음으로 가방을 챙겨 자취방의 문을 나섰다. 개강한 직후에는 캠퍼스투어에서 만난 네 친구들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안 맞는 시간을 억지로 맞추어가며 학교 카페에서 음료라도 한 잔 하는 시간을 보내고, 각자 학과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즐거웠다. 잠시나마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트라우마와 우울이 때때로 나를 괴롭혔지만 애써 무시했다.
공대를 다니는 인싸 세훈이, 영어영문학과에서 전과를 준비하고 있던 예슬이, 화려한 외모지만 반전으로 공대생인 수민이. 그 중에서도 예슬이와는 자주 연락하며 고민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웠다. 예슬이는 학교 응원단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 또한 학교 홍보대사와 응원단 지원을 고민했지만, 빨리 입대할 생각에 교내 단체의 의무활동 기간인 2년을 채우지 못할 것 같아 지원을 포기했다.
처음 친해진 학과 동기는 서현이었다. 아직도 가장 친한 동기 중 한 명이다. 처음 들었던 세미나 수업에 서현이가 결석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리엔테이션 내용을 정리해 보내주면서 시작된 대화를 계기로 우리는 같은 유도 수업을 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함께 체육관을 찾아가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동갑인 친구를 알게 되었고, 그 친구가 내게 적극적으로 다가워주었기에 내심 고마웠다.
유도 수업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유도는 우리 학과의 오랜 전통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소모임 방식으로 진행되던 유도는 코로나 19 시기에 집합금지 정책으로 인해 중단되나 싶었지만 당시 학생회 인원들이 기수가 높으신 선배님이자 서울유도회 권위자인 교수님을 모셔오면서 ‘무술’, ‘경찰체육실습’ 이라는 이름의 강의 형식으로 변경되었다. 수업은 교수님의 지도 하에 2학년 선배들이 1학년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아직도 단톡방에 중요한 공지라며 과대를 통해 전달된 문서가 기억난다. 그걸 읽으며 나는 유도 수업이 평범한 강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수업 전 집합, 알 수 없는 직책명의 선배들에게 미리 보고해야 할 사항, 단체 구호와 수직적이고 고압적으로 느껴지는 여러 규칙들이 쓰여있었다. 아직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복을 받지 못한 우리는 각자 챙겨온 체육복 차림으로 체육관 건물 지하에 있는 유도장 앞 복도에 집합했다. 굳어진 표정으로 선배들이 우리를 줄세우고, 손톱 검사를 마친 후 차례대로 유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숨막히는 분위기에서 첫 유도 수업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