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잔병 (3)

스물하나, 그 마지막

by 제이

그렇게 12월은 끝을 향해 달려갔다. 눈이 내려 소복히 쌓였다. 나의 스물 한 살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 1년 남짓한 시간에, 나는 새로운 상처들을 품어야만 했다. 몸은 심하게 망가졌다. 소화불량과 어지럼증, 피곤함이 나를 괴롭혔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몸에 새겨둔 기술은 남아있었지만, 하드웨어가 받쳐주질 못했다. 유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취미로만 남기기로 결심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더는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았다. 가까운 사이였던 많은 이들과 사이가 틀어졌다. 그 또한 붙잡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항상 최악의 순간에서 홀로 남기를 결심했으며, 그 싸움의 과정과 결과까지 모든 것이 내가 감당할 몫이었다. 지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쉬는 날이 많아졌다.


나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말버릇이 입에 붙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았다. 내가 믿었던 올바름은 사라졌다. 내가 지키던 가치가 깨져 흩어졌다. 난생 처음 겪는, 감당할 수 없는 허무가 나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내가 믿는 것들, 나를 지탱하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사랑, 신념, 자기확신. 그 모든 것들이 신기루였다는 듯이 사라졌다.


나와 함께 대학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많이 변했다. 그들은 내가 싫어하던 선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었고, 폭력적이고 수직적인, 어딘가 뒤틀린 학과의 모습을 합리화하고 찬양했다. 나는 더 이상 그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지독하게 외로웠다. 그렇게, 내 스물 하나의 밤이 깊어갔다.



<다음 주에는 캠퍼스 라이프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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