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보다 카톡이 편해
한 때는 모든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었다.
이미 꽉찬 책장속에 꾸역꾸역
억지로 사이를 벌려 끼워넣은 새 책처럼
나라는 사람을 그들의 일상 속에 쑤셔넣고싶었다.
그런데 혼자가 익숙해진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연락에는 답장이 느려졌고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혼자 카페에 있다가 전화가 오면 조심히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덮었다.
전화가 끊기기를 기다리고 다시 핸드폰을 짚었다.
그때부터였다.
누군가의 세상에 , 일상에 깊이 들어가는게 두려웠다.
전화보다 카카오톡이 더 편해졌다.
전화는 너무나도 깊이 상대방과 가까워지는 행위였다.
전화를 할 때 나는 매분 매초 나의 모든걸 공유해야 했다.
전화가 끊기기전까지 두 사람은 끝없는 대화의 핑퐁을 반복한다.
반면 카카오톡에서는 서로 간의 정적이 디폴트 값이다.
그러다 먼저 정적을 깨고 싶은 사람이 연락하면 된다.
답장의 시간도 훨씬 자유로웠다.
이 행위는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를 준다.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지도
그리고 주지도 않기 위해 잠시 그들과 떨어져있으려고 한다.
이 긍정적인 거리감은 서로에게 궁금증을 던져주고
서로에게 있던 나쁜 감정과 생각들을 소거시킨다.
이 거리가 언제 다시 좁혀질지는 나조차 잘 모르겠다.
당분간은 이기적일 수 있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
나만의 안전지대를 만들어놓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