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Artist Child in Hawaii #/12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가을 이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 세 편을 써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때 생각하기를 열두 편을 모아 책을 내야지, 1년 후에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해야지... 이제 그 막바지에 있습니다. 이 에필로그로 브런치북이 탄생하겠지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한 편 한 편이 무겁고 진중했습니다. 잘 쓰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그런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을 담은 것 같기도 합니다. 중반부터는 어깨에 힘이 좀 빠지기 시작하더니 후반에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기한 내 마감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 정말로 가볍게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열두 편의 에세이를 한 번에 이어 읽어보니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의 취향과 생각과 정신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기록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고 기쁩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무슨 예술을 한다든지 예술가가 된다든지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게 영화 쪽이라고는!
하와이에 갔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고, 그 여유 시간에 아티스트 웨이를 읽을 수 있었고, 에세이를 쓸 수 있었고, 또 하와이에 있었기 때문에 영화제에 갔다가 영화감독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었습니다. 꿈은 꿈인지라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꿈이 그러하듯이 달콤하고 설레기는 합니다.
은퇴 후 프랑스에 간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감독이 되거나,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언저리 어딘가에 가 닿는다면 이 에세이 모음집, 브런치북은 정말이지 뜻깊은 기록이 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십 년 전의 일기장을 여는 기분일 테지요. 이 브런치북의 첫 번째 에세이에서 초등학교 시절 일기를 읽을 때 못지않은 감정에 휩싸일 것입니다.
이 에세이집의 제목, 하와이에서 만난 아이, Artist Child in Hawaii는 짐작하시듯이 작은 나, 내 안의 나, 남을 의식하지 않는 나입니다. 원래부터 내 안에 있었는데 주목받지 못하고 알아채지 못하다가 하와이에 가서야 비로소 만나게 된 내 안의 예술가입니다.
그래서 지난 1년간 얼마나 어떻게 변했느냐고, 그 아이를 만나니 어떠냐고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더 행복합니다. 내 안에서 정체도 모르고 싸우던 것들이 완전히 화해를 한 기분입니다. 하와이 물이 빠지면서 한국살이에 다시 완전히 적응하면 이 좋은 기운을 잃어버릴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하와이에서 시작한 아티스트 웨이를 한국에서도, 어디를 가든 계속할 테니까요. 다음 에세이 모음집은 어디에서 쓰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 또 그 여정을 담아 써보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모두 안녕히 계세요.
- Artist Child in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