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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청춘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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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나 Dec 09. 2024

아부지

오늘 저희 아부지 생신입니다



몇 달 만에 아빠한테 문자가 왔다. 웬일인가 싶어 날짜를 보니 12월 9일. 까먹을게 따로 있지 아부지 생신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생신축하드린다고 전화드려도 모자랄 판에 먼저 연락을 오게 만들다니. 불효녀가 따로 없다.


괜히 마음이 아려 애꿎은 손가락만 괴롭혔다. 몇 마디의 글자보다 한마디의 말이 더 와닿을 때가 있다. 생신축하드린다고 문자를 보내려다가 내 마음이 가벼워 보일까 글자를 지웠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신호음이 끝나기도 전에 말소리가 들렸다.  


"전화 좀 해 이 가시내야."


듣고 싶었던 잔소리였다. 그리웠던 목소리였다. 바쁜데 괜히 연락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다가 점심시간이겠거니 해서 문자를 보냈다고 하셨다.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나는 대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경제적으로 독립을 시작했다. 직장에 하루종일 시달리다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라 무기력하게 잠만 자기 일수였다. 타지생활을 하면서 맘 둘 곳이 없어 부모님께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던 날도, 힘들다고 투정거리던 날도 있었는데 점점 날이 갈수록 연락하는 빈도는 줄어갔다. 어느 순간 무소식이 희소식이 되어버렸다. 힘들일이 있을 때만 전화해서 한참을 울다가 걱정만 시키고, 자식이 돼서 부모님 눈치나 보게 만들었다.


사실 어제 엄마한테 전화가 왔었는데 술 마시고 논다고 연락을 받지 않았었다. 그때 우리 가족은 조촐하게 이른 생일파티를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었다는데 내가 받지 않아서, 연락도 하지 않아서 엄마는 내 걱정에 잠을 못 주무셨는 얘기를 들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궁금해서 매일 전화하고 싶었는데 내가 바쁠까 봐 참고 참다가 한 번씩 연락하고 문자 하는 거라며 내게 투정을 부리던 엄마.


가까이에 있는 것을 자세히 보고자 하는 건 노력이 필요하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아서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막상 사라지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은 존재들. 노력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한 것들을 자꾸만 놓치게 된다.


당연해 보이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함에는 얼마나 큰 연습이 필요한지.


작은 연습으로 행복해할 존재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내 삶이 따듯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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