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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로 산책갈까 Jun 06. 2023

단시간에 괜찮아 졌으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하는 말에 내 스스로가 휩쓸리지 않기를.

도수치료사와의 작은 언쟁이 있은 후 병원 진료를 1주일 정도 쉬었다.

소통이 되지 않는 의료진과 어떻게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다른병원을 알아봐야 되나, 어떻게 해야되나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의 스트레스에 나는 또 무너진듯 하다.


나를 돌아보니 마음이 좋지 않은 일에 내가 1순위로 하는건 회피와 휴식인거 같다.

한 2주정도는 시체처럼 잠만 잤던거 같다.


일도 새로구해야 하고 치료도 꾸준히 받아야 하는데

생각치 못한일로 병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 처음부터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고단했다.


성과가 나지 않은 일이 오래되면 사람이 지치기 마련이다.

나는 여전히 부상을 당했던 30살, 그곳에 갇혀있다.


최근 마지막으로 진료를 보았을때 의사가 그런 얘기를 했다.

"당신의 상태는 심각한건 아닙니다, 그저 일상생활에서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수술 후 같은 문제로 내원했던 병원들에서 기본적으로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도 '심각하지 않은거니 괜찮을거야, 괜찮아 질거야' 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시체처럼 지내는 2주동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증상의 경도가 의학적으로는 그럴 수 있으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는걸.


예전에 본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 주인공은 꽤 이름있는 의사로 많은 수술을 진행하며 밥벌이를 하며 살아갔다.

어느날 그에게는 손떨림 증상이 찾아왔고, 그는 그 증상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다.

 

섬세한 작업을 요하는 일에 작은 손떨림은 환자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의사를 누가 쓰겠는가.


나는 기본적으로 몸이 튼튼해야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그 말은 몸이 곧 재산이었다.


부상을 당했고 수술을 했다.

몇년이 지난 지금 난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작은 부상이었고 큰 수술이 아니었다.

남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나까지 내 증상을 그리 여기는 것은 내 경솔이었다.


내 부상은 내 직업에 치명상이었다. 난 직업을 잃었다.

의학적으로 별거 아니라고 말하던 그 사소한 거에 내 삶이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재활만 신경쓸 수 있을만큼 내 재력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이따끔씩 근육에 염증이 생길때면 거의 한달은 절뚝 절뚝 거린다.


계단이 무서운 건 당연했고 평지를 걷는것도 스트레스였다.


지금 머무는 통증은 2주정도 되는 듯 하다.

사는 내게 약이 잘 듣지 않는거 같다고 했다.


새로운 병원을 방문한들 그들에게 내 상태를 납득시키는 일이 더 힘들다.

아무도 내 증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에. 답답할 뿐이다.

난 그냥 수술을 당하기 전 처럼 살고싶을 뿐인데, 그게 쉽지가 않다.

32살에 이렇게 몸이 망가질 거란 생각은 못했다.


돈이 넉넉치 않은 사람에게는 작은 무너짐도 직격타가 된다.


내 마음속에서 나는 길을 잃어 주변을 방황하다가

오갈데가 없어 계속 그곳에 머무는 노숙자가 된 거 같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인생의 경험들에 대해 무지하고 마음이 연약한 나는

한없이 휩쓸리고 흔들리고 다치고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내 영혼이 굳건해야 지금을 이겨낼 수가 있겠지.

근데 그건 어떻게 하는걸까.

단시간에 괜찮아 지는 법을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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