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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로 산책갈까 Jun 01. 2023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생은 실전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퇴사를 한 후 나에게 휴식이 필요했다.

내 삶은 여전히 평탄치 못하다.


그만두기 전에는 회사를 그만두면 앞으로가 없을거 같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막상 그만두고 나서 5일 정도 쉬었을 뿐인데 통장잔고가 불안하고, 내일 출근할 곳이 없어도 차라리 지금이 더 평안하다.  

그 회사가 나랑 그만큼 많이 안맞았단 거겠지.

그럼에도 그 기간만큼 회사를 다닌 내가 기특하다.


글을 올리지 않는 동안 짜증날만한 일이 있었다.


나를 싫어하던 대리가 퇴사하기 마지막 주 쯤, 이제는 아예 대놓고 티를 내며 괴롭힌 아님 괴롭힘을 당한 일과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도수치료 중 나를 다치게 해놓고 사과는 커녕 변명만 늘어놓기 급급하여 도수치료사와 실랑이를 벌인 일이다.


사람은 본인이 가진 직위나 힘을 남용하여 다른사람을 괴롭힌다.

또한 사람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본인이 잘못한 일에 사과를 하는게 그렇게 어려운일인가? 라고 생각이 줄곧 들었지만 내 경험상 이기적으로 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인정하면 호구처럼 보인다고 생각하겠지.

정작 피해자는 나인데 내가 좋게 넘기면 나에게 고마워 하는게 아니고 오히려 얕잡아 본다.


직장내에서 나를 괴롭히고 싶어하던 대리를 겪을 때는 내 스스로가 대견했다.

20대 초반에 이런일이 있더라면 출근을 해서든, 집에 가서든 하루종일 신경쓰이고 그사람을 미워하고 저주했을게 뻔하다.

근데 나도 이제 나이를 꽤 먹은 짬이 있는지 깡이 생긴거다.

감정적으로 동요가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퇴사 마지막 주라는 요인도 있었겠지만, 더이상 예전만큼 분에 못이겨 내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난 그냥 조용히 퇴사하는 날까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핸드폰에 녹음기능을 켜놓을 만큼은 단단해져 있었다.

나이를 헛으로 먹은건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내 스스로가 또한번 대견했다.


사실 내가 제일 크게 느끼는건 내 건강 문제다.

언제쯤 완벽히 나을 수 있을까.


지금의 재활 의학과를 다닌지도 몇개월에 접어든다.

3주 전쯤, 도수치료사는 내 등을 풀어주다 세기를 강하게 하는 실수를 했다.

해당 부위에서 뚝소리가 났고 바로 통증이 유발됐다.

선생님에게 "방금 뚝소리 들으셨어요?" 라고 했지만 내 몸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고 잡아떼었다.

그때부터 느낌이 쎄했다.

다음날 통증은 더 심해졌고, 곧바로 해당병원을 찾아 문의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 근육이 놀랐고 1주일 정도는 도수치료를 쉬는게 좋겠다고 했다.

의사가 인정해주어서 다행이지, 그 치료사는 절대로 인정할 마음이 없어보였다.


문제는 어제였다.

계속해서 내가 예민해서 그런거다, 라며 변명을 늘어놓기 급급하였다.

사실 그 얘기는 어제 처음한게 아니다.

그사건이 있고 나서, 아무래도 내가 다른 환자들보다 예민해서 그만한 세기에서 아파하는거라고 계속 그런식으로 말을 하긴 했었다.

근데 어제는 나도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이사람은 오히려 나한테 사과한번을 한적이 없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라는 말은 들은적이 없고 내가 예민해서 그란거라는 둥, 다른 부위와 비교했을때도 다른부위도 아프다는 둥, 의학적으로 그럴듯해보이는 말을 늘어놓으며 이러쿵 저러쿵, 나는 화가나긴 했지만 내가 치료받으려고 오는 병원에서까지 내가 왜 이런걸 신경써야 하지? 라는 생각에 조곤조곤 따져가며 물었다.


그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은 "의중을 모르겠다" 며 쓸떼없는 말로 치부하였고 오히려 내 말을 끊어가며 본인의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안에 있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이사람은 뭐가 문제일까. 내가 본인을 탓한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변명하기 급급했다.

난 도수치료사가 실수를 하고, 사과한마디 듣지 못했지만 오히려 탓하지 않고 '그래, 그럴수도 있지' 라며 치료를 계속 받으러 다녔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괘씸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의 통증이 3주 동안 완벽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거 이렇게 오래 갈 일인가요?" 라는 나의 말에 치료사는 이렇게 말한다.

"무슨소리에요, 한 2주 정도 밖에 안된거 같은데"

아니라고 말하자 치료도중 차트를 확인해보고 온다며 급발진을 시작하더니, 내말이 맞는걸 확인하자 입을 다문다.


거기서부터 그사람의 태도에 질려버렸다.

오늘 집에서 생각하니 '내가 무조건 갑인데, 왜 그렇게 착하게 굴었을까...착하게 구니 나를 얕잡아 봤구나, 내가 그사람한테는 호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일을 겪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

사람은 악한 본성을 지닌게 맞다.

사람은 지랄을 해줘야 깨닫는다.

사람은 본인이 잘못됐다는걸 잘 인정하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건 '내가 정말 강해져야겠구나, 내 스스로, 내 마음이, 내 자존감이 강하지 않으면 살면서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때 어버버하며 내가 맞더라도 호구로 끝나겠구나' 하는 깨달음.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남에 대한 미덕이 필요하고 이해가 필요하다고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오히려 인정할줄 모른다.

남들의 불완전함을 내가 이해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난 신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다 불완전한 존재지만, 마치 본인들이 완벽한 존재인것처럼 모두 본인말이 맞다고 우기지 않는가.

사람은 편협한 존재이고, 본인이 한 경험외에 다른사람들이 한 경험을 잘 인정할줄 모른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말하면 재수없다고 하는게 사람이고, 본인보다 모자란 사람이 의견을 내면 무시하는게 일수이다.

모든 본인이 제일이다. 사람은. 그런 이기적인 존재이다.


나 또한 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지금보다 더 단단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이래서 인생은 실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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