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는 ‘분수에 맞지 않게’ 쓰는 돈이다.
그리고 그 ‘분수’란 말, 들을 때마다 마음이 좀 아프다.
나 자신이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지 자꾸만 인지하게 되기 때문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뜬금없는 사치를 자주 한다.
아주 약간의 사치말이다.
분수에도 맞지 않는 고급 시계, 차, 명품 같은 걸 사는 게 아니다.
필사를 하려고 하는데 마음에 드는 필기구가 없어서 굳이 비싼 볼펜을 하나 사는 것이다.
집에 널린 게 볼펜과 연필이지만 괜히 좋은 걸로 쓰고 싶어서 만원이 조금 넘는 볼펜을 하나 샀다.
필기구에 대한 지식이 미천하여 뭐가 좋은지는 잘 모른다.
그저 금속 소재로 둘러진 외견과 귀여운 민트색의 아찔한 조화가 좋았고, 부들부들한 필기감이 좋았다.
스마트폰을 살 때도 굳이 돈을 조금 더 써서 고급형을 산다.
높은 사양과 카메라를 활용할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 찍는 음식 사진과 가끔 하는 게임에서 잔잔한 기쁨을 준다.
좋은 사치란 이런 게 아닐까?
쓸모보단 마음에 들어서 사는 물건들
가성비는 나쁘지만 감성비는 좋은 물건들
과하지 않은 사치가 주는 소소한 기쁨들.
나는 그런 기쁨을 좋아한다.
사치를 멀리하고, 돈을 모아 미래를 도모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태도이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돈은 행복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물질을 배제한 행복은 너무나도 높은 깨달음의 경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돈 쓸 일 많은 세상에,
치킨 한 마리가 3만 원이 육박하는 세상에,
나를 기쁘게 해주는 약간의 사치는 괜찮은 거 아닐까?
이것을 귀여운 사치라고 부르고 싶다.
분명히 사치지만 수준이 과하지 않아 귀엽게 넘어갈 수 있는 그 정도의 사치.
햄버거에 토핑을 추가하고, 감자튀김 사이즈를 올린다는 식의 아주 귀여운 사치.
바삐 돌아가는 삶에서 숨을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윤활유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귀여운 사치를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나 유튜브에서 충분히 들을 수 있음에도 굳이 좋아하는 앨범을 샀다(집에 CD 플레이어도 없다 ㅋㅋ).
E북으로 싸게 책을 볼 수 있지만 굳이 실물 책을 샀다.
그리고 그것들을 사러가며 택시를 탔다.
그야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다.
약간의 돈 낭비로 텅 빈 마음을 기쁘게 채웠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꽤 소중했다.
어떻게 늘 꼭 필요한 것에만 돈을 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