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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Jun 08. 2023

fromis_9 - Unlock My World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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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is_9(이하 프로미스나인)이 컴백했다. 약 1년 만의 컴백으로, 꽤 잘나가고 있던 아이돌의 이유 모를 잠수 때문에 팬들과 대중들이 어리둥절했었다. 프로미스나인의 8인조로의 재편 이후 발매되는 첫 번째 앨범이자 정규 앨범이다. 한마디로 프로미스나인의 이때까지의 이어온 시간의 증명이자 새로운 출발이다. 정규 앨범은 르세라핌의 <UNFORGIVEN> 리뷰에서 말했듯이(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90742172)

싱글이나 미니 앨범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 아이돌이 성공했다는 일종의 지표이면서, 이때까지의 음악성과 앞으로 나아갈 음악성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자리이면서, 팬심에 보답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거대한 프로젝트이고 그래야만 한다. 프로미스나인의 멤버 재편 이후 처음 나오는 앨범인 것은 다른 정규 앨범에 비해 조금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 프로미스나인은 이때까지 꽤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왔다. 이런저런 논란도 있었고, 삐걱대는 출발과 떨어지는 퀄리티의 음악으로 딱히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Feel Good> 이후 굉장히 음악성이 업그레이드되었고, 남자 팬들을 중심으로 기반을 조금씩 다져가서 이젠 자리를 잡은 걸그룹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음악방송 1위를 비롯해 다양한 성과와, 오랜 기간을 보답받기 시작했다. <WEGO> 이후 앨범이 모두 잘 되었고, 음악성도 프로미스나인스럽게 자리를 잡아갔다. 참신하고 실험적보다는 대중친화적인 멜로디와 음악성을 통해 친근하게 접근했고, 이것은 꽤 성공적이었다. 그냥 좋은 노래라고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이었다. 그런 프로미스나인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은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고민 없이 만들어 낸 앨범이다. 기대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뜬금없는 1년 정도의 공백기는 대체 왜 생겼으며, 점점 고공행진하던 프로미스 나인의 급제동 이후 나온 정규 1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론을 하는 입장에서 그러한 기대를 모두 철저히 지우려고 애쓰며 음반을 들었다. 그래도 실망스럽고 별로였다. 이때까지의 프로미스나인이 만든 고유성도 희석되었고, 시원한 여름 음악으로서도 부족하고 걸그룹 노래인데 너무 톤 다운되어 있다. 그럼에도 앨범을 한번 살펴보자.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kBtUhHZ-m5FTh-mLXNw_eR2HNiyL0yhHM

https://youtu.be/QrYIOjs7K8E


인트로 겸 수록곡인 <Attitude>부터 시작해 보자. 분위기가 굉장히 좋고, 프로미스나인 비롯한 걸그룹에 잘 흔치 않은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멤버들의 새로운 감각을 받았다. 이때까지 프로미스나인의 음악에선 보기 힘든 사운드 디자인이었기에 참신하고 듣기 재미있는 시도였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자체는 그렇게 참신한 편이 아니지만, 이는 아이돌 음악이고 질감 자체는 괜찮게 구성되었기 때문에 아주 괜찮은 접목이다. 그러나 일렉트로닉의 접목이 좋은 것에 반해 훅이 너무 부실해 음악 자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긴 힘들다. 이 앨범 전체에 대한 예고라면 모르겠으나, 훅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일렉트로니카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고 이러한 포인트들을 음악에서 찾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훅이 너무 지루하고 진부하다. 그럼에도 사운드 디자인이 아주 세련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트로의 역할을 부여한 트랙이라면 앨범의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적격이긴 하다는 인상이다. 타이틀곡이자 오랜만의 컴백의 핵심인 곡은 <#menow>는 썩 괜찮았다. 굉장히 프로미스나인스러운 멜로디와 악기 구성을 가지고 있는 베이스라인과 신스 그리고 코러스 보컬을 적극 기용하여 누가 들어도 프로미스나인 같은 노래지만 약간의 신선함을 가미해서 나쁘지 않은 트랙이다. 말은 길었지만, 한마디로 평범하다. 딱히 지적할 것도 없지만 딱히 칭찬할 것도 없다. 다만 성숙함을 강조한 것인지, 성향이 이전의 노래들과는 달라졌고, 약간은 칠한 분위기와 톤 다운된 듯한 분위기를 준다. 음악 외적으로 뜬금없는 잠수 이후 나타나 낸 노래치고는 아쉽고 너무 평범하고 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이외에 수록곡들을 빠르게 훑어보자면(딱히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진부하고 평이한 구성이라 그렇다), <Wishlist>는 신디사이저로 구성된 미니멀한 R&B.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굳이 꼽을 점이라면 보컬이 집중된 믹싱이 노래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 정도 되는 기업의 음악이라면 사실은 당연히 깔고 가야 하는 것이라 장점이라 하기도 부끄럽다. <In the Mirror>는 게임 OST가 생각나는 도입부의 신스 사운드는 아주 인상적이다. 더블 타임 멜로디도 괜찮은 시도다. 그러나 이 곡도 이 앨범 전체의 전반적인 단점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괜찮은 도입부, 인터루드, 벌스, 프리코러스에 비해 하이라이트가 너무 묽어서 흐지부지된 인상이 너무 강하다. 전반적으로 성숙해진듯한 앨범의 무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트랙 조금 더 과감하게 음악을 구성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Don't Care>는 흥겨운 베이스라인과 묵직한 베이스 신스가 인상적인 곡으로 아주 프로미스나인스럽다. 오히려 이쪽이 타이틀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정도. 터지는 듯한 시원한 사운드는 여름에 적격이다. F(x)의 4walls가 연상되어 겹쳐 보이는 구성에 프로미스나인이 이때까지 보여준 맛을 잘 섞어 꽤 들을만한 트랙이 탄생했다. 아마도 여름 축제에 꼭 부르지 않을까 하는 곡. <Prom Night>은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UK 개러지 곡으로, UK 개러지 색채를 강하게 띄는 비트에 신디사이저를 중간에 아주 특이하게 섞었다. 곡 진행이 다이내믹해 듣는 재미와 빈티지한 소리 질감을 못 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앨범 전체의 콘셉트가 중간중간 신디를 섞어 특이한 포인트들을 곡에 배치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잘 적용된 트랙이다. 인스트루멘탈 트랙이 나온다면 백화점 부티크에서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 곡이다. 프로미스나인으로 한정하면 이때지 나왔던 곡 중에 가장 세련된 곡이 이것일 것이다. 가장 좋았다.


<Bring It On>은 그루비한 R&B 팝. 베이스 신스를 섞는 앨범의 기조를 따라갈 뿐 어떤 특이한 점도 없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긴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What I Want>는 프로미스나인의 앨범에서 점점 지분이 늘어나고 있는 일렉트로닉 팝과 기존의 음악과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이 잘 믹스된 트랙이다. 의외로 과감한 일렉트로니카 비트에 약간 놀란 곡. 멜로디는 평범한 아이돌 음악이나 꽤 과감한 일렉트로니카가 듣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앨범 전체가 썩 괜찮으면서 약간의 세련된 사운드에 비해 보수적이고 뻔한 멜로디가 너무 익숙해서 평가를 깎아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또한 차라리 인스트루멘탈 트랙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 여름 일렉 팝 중에선 괜찮으나, 그런 부분에선 바뀐 음악성의 <에스파>나 곧 음악을 낼 것으로 추정되는 기존 강자들의 음악이 대기 중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까 싶다. <My Night Routine> : 칠한 분위기와 그루비한 베이스를 가진 R&B. 이 앨범의 약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트랙. 기존의 트랙들이 뻔하고 진부한 멜로디를 재미있는 사운드와 가끔씩 놓여있는 음악적 포인트들로 극복할 시도라도 했다면, 이 트랙은 그런 것이 외 되어 너무 뻔하다. 처음 들어도 다음 소절이 예상 갈 정도. <눈맞춤>은 오히려 간결하게 멜로디를 정리하고 상쾌한 일렉트로닉 팝 트랙을 만들었다. 지루하고 의미 없는 발라드, R&B 팬송이 아니라 차라리 이런 분위기가 더욱 프로미스나인스럽다. 앨범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트랙으로써 만족스럽다. 그러나 이마저도 왜 희석된 분위기를 주는 믹싱과 사운드 디자인, 음악 구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앨범은 이전의 프로미스나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살짝 무겁고 차분하며 톤 다운, 다운 템포 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과연 프로미스나인의 팬들이 바래온 것이거나, 오랜 비활동에 대한 대답이 될까? 많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러한 배경을 떠나서도 음악적으로도 부족함이 여실히 느껴진다.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앨범 전반에 물을 탄 듯 희석된 음악은 귀에 꽂히지 않고 흘러가게 만든다. 다른 일하면서 대충 틀어놓는다면 모르겠으나, 음악을 듣기 위해 틀었을 땐 아주 잠 오는 구성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꽤 과감하게 썼음에도 지루한 구성은 쉽지 않은데, 너무 진부하고 뻔한 멜로디로 앨범이 도배되어 그렇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기존 프로미스나인의 색채를 가져간 채로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저 그런 음악에 이런 전자음 포인트마저 없었다면 들을 이유나 가치가 일절 없는 음악이다. 심지어 그런 포인트마저도 킬링 포인트로 작동하지 않아 ‘잠 오는 음악’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낮은 음악이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이때까지 프로미스나인이 발매한 앨범 중에 완성도로는 상위권에 랭크된다. 그럼에도 너무 뻔하고 고민 없이 만든 듯한 음악들로 점철되어 종합적으로는 별로다. 원래 프로미스나인 자체가 뻔하지만 좋은 음악들로(Feel good, WEGO, DM, Stay This Way 등) 시장에서 자기들만의 자리와 팬층을 확보했으나 이번 앨범은 큰 고민 없이 대충 쓴듯한 멜로디와 아까운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합쳐진 오묘하면서도 별로인 앨범이 되어버렸다.


<<fromis_9 - Unlock My World>> 4/10점

“잠 오는 앨범. 무얼 위해 1년을 기다렸나.”


1. Attitude

2. #menow

3. Wishlist

4. In the Mirror

5. Don't Care [추천!]

6. Prom Night [추천!]

7. Bring It On

8. What I Want [추천!]

9. My Night Routine

10. 눈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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