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나 - HATE XX 앨범 후기
최예나가 돌아왔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기대하던 최예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거기다가 이전 싱글 1집이었던 <Love War>에 비해 더욱 발전했다.
첫인상을 이야기하자면, 최근 싱글에서 처럼 억지로 무거운 R&B를 소화 하려고 하는 것보다 이런 식의 키치한 시도가 더욱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최예나는 자신의 취향인지, 소속사의 방향성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속적으로 성숙한 듯한 이미지를 잡으려고 수록곡과 최근의 싱글에서 노력했다. 그러나 성적으로 보 음악적으로 보나 그런 시도는 대중들의 기준에 미달이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통해 최예나는 기존 쌓은 방향성과 성장한 느낌을 동시에 잡았다. 수록곡에서 들려주는 성숙함이 약간은 아찔할 정도이다. 데뷔 앨범과 후속 앨범을 통해 귀여운 이미지를 제대로 가져간 최예나에게 이런 면모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아주 적절하다. 음악적으로도 극찬할 부분은 없음에도 전반적으로 진일보했으며, 대부분 평균 이상으로 무장하고 있다.
먼저 타이틀곡은 [에이브릴 라빈]이 생각나는 Y2K 스타일 팝 펑크이다. 최근 케이팝에서는 보기 힘든 장르의 음악이고, 이 자체만으로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예전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최예나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돋보인다. 시원하게 통쾌한 팝 펑크 특유의 장르적 특성을 제대로 가져가면서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최근의 아이돌들은 Y2K 패션은 하더라도 그런 음악은 [여자(아이들)]을 제외하면 잘 들려주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다. 또한 수록곡들도 케이팝 댄스로써 좋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독 눈에 띄거나 파괴적이라고 할만한 곡은 없으나 썩 좋은 곡들 두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곡이 전반적으로 최예나만의 목소리를 잘 살리면서 아쉬운 부분 없이 마감해서 잘 구성되어 있다. 깊게 울리는 베이스나 신디사이저에 최예나의 허스키 보이스를 잘 조합한 <WICKED LOVE>는 싱글 앨범에 포함된 한 줌의 수록곡일 뿐이지만 한 번쯤 들어볼만 하다.
최예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질투하는 가사 또한 귀엽고 신선한 관점으로 다가온다. 나아가 앨범 전반에서 가사적으로 진일보 한 것이 느껴진다. 바람난 연인을 향한 분노를 섬찟하게 표현하는 <BAD HOBBY>와 선과 악 그리고 사랑을 다루는 <WICKED LOVE>는 주제부터 아이돌에게서 보기 힘든 신선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귀여운 이미지다 못해 유치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누가 들어도 욕설처럼 들리도록 노린듯한 '이 지옥 같은 세상아'도 성숙하면서 재미있게 들린다.
싱글 앨범이지만 저번의 아쉬움을 잘 수습하고 장점은 잘 살려서 나온 앨범이다. 고민이 꽤 느껴졌다. <ˣ‿ˣ (SMiLEY)>, <SMARTPHONE>을 통해 쌓은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와 비록 성적으로나 음악성으로나 아쉬웠던 <Love War>이 시도했던 이미지 변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노력한 앨범이고 꽤 성공적이다. 수록곡과 타이틀에서 성장이 느껴짐에도 특유의 귀여움은 놓치지 않았다. 두 가지 포인트를 동시에 살리면서도 음악적으로도 퀄리티가 상승하는 쉽지 않은 시도를 성공한 점에서 강점이 확실하다. 그러나 음악적 참신함을 찾자면 사실은 없다. 익숙한 맛이 무섭다고나 할까, 말 그대로 익숙한 느낌들이다. 그래서 신선함은 찾을 수 없으나, 안전한 길을 택했다면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필자는 대중적이고 뻔하지만 좋은 노래보다는 약간의 결점이 있어도 실험적인 시도를 더욱 높게 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마냥 칭찬만 건넬 수는 없는 앨범이다. 요약하자면 최예나에게 있어서는 여러 방면에서 한 스탭 나아간 앨범이지만, 음악적으로 봤을 때는 평이하다.
<<최예나 - HATE XX>> 6/10점
"더욱 강화된 최예나, 그러나 평범하다."
1. BAD HOBBY
2. Hate Rodrigo [추천!]
3. WICKED LOVE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