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p1er - TROUBLESHOOTER 소감
아이돌은 1년에 두번 정도 주기를 가지고 컴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가끔 행성정렬이나 일식처럼 컴백주기가 겹치는 시기가 있다. 이번 10월이 그런 시기로써, 아이브와 뉴진스가 성공적으로 활동을 끝내고 권은비, 르세라핌, 슬기, 마마무 등 수많은 걸그룹 혹은 솔로 아티스트가 컴백을 했거나 컴백을 준비 중이다. 이런 대규모 컴백 시즌에 돌아오는 Kep1er(이하 케플러)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걸그룹 중 하나였다. 그저 음악적으로 독특하고 새로운 댄스곡들을 들려주었다. 이름부터 SF 분위기를 풍기는 케플러는 첫번째 앨범부터 즐거움이 가득했다. 데뷔 앨범이었던 'FIRST IMPACT'에는 타이틀곡 'WA DA DA'를 제외하고도 수록곡들도 뛰어나고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DOUBLAST'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아쉬움을 많이 보여주었다. 웨이크원 엔터테인먼트가 음악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느껴지는 화려한 작곡과 편곡진으로 완성된 FIRST IMPACT는 오디션 프로그램 때 이미 들려주었던 곡들을 제외하고 신규 곡들이 대부분 세련되고 앞서나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도 들어봐야할 정도로 사운드의 특이함이 재미를 주었다.
이번 앨범에는 이미 대중에게 공개되었던 곡들을 제외하고 4곡이 모두 듣기 즐거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 1집에서 굉장히 만족했던 케플러의 즐거운 사운드를 2집에서 조금 놓치고 아쉽게 끝냈었는데, 세번째 앨범에선 케플러 특유의 SF적 분위기를 잘 가지고 컴백했다. 타이틀 곡인 'We Fresh'는 락 기타를 메인으로 하고 있지만 하우스 비트를 결합해 마치 락과 결합된 팝으로 여겨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하이라이트(훅이라고 하기엔 음악의 메인이 보컬보단 사운드에 많이 기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에는 강렬한 업템포 비트와 신스 라인이 좋은 방식의 장르 전환을 느끼게 해준다. 요즘들어 아이돌 음악의 퀄리티가 점점 올라감에 따라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그 와중에 아쉬운 시도들이 많이 보이지만 케플러는 락과 업템포 하우스를 맛있게 비벼서 내놓았다.
다만 수록곡은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트랙의 숫자가 커질수록 도로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뉴트로한 사운드 구성을 보여주는데, 2000년대 초창기 리듬게임 류의 수록곡에 보이는 사운드를 끼워넣고, 평범한 비트를 주로 늘어놓는다.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음악들로 이루어져있으나, 결정적인 케플러다움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여지없이 느끼게 된다. 전성기 f(x)의 수록곡들을 듣는 것 같은 유사함이 주를 이루게 되고 두번째 곡인 'Lion Tamer'도 사자 조련사라는 특이한 주제를 가지고 경쾌한 댄스 팝 사운드와 특이한 베이스를 합치긴 했으나, 그 자체가 썩 새롭다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는 수록곡의 템포나 장르적인 문제보다는 케플러가 보컬보단 사운드에 굉장히 기대는 그룹이기 때문에 드러난다. 케플러 음악의 강점은 대부분 특이한 SF 분위기의 사운드에서 나오는데, 그것을 제외하면 상향평준화 된 걸그룹 시장에서 그저 그런 랩과 그저 그런 보컬이라 딱히 장점으로 꼽을만한 여지가 적다. 타이틀 곡도 그러한데 수록곡으로 갈수록 다운 템포와 그루비 하지만 평범한 곡들로 구성하여 단점을 더욱 드러내게 되었다. 다만 그렇다고 폄하할 수만은 없는 것이 완성도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사자 조련사나, 러시아워의 막히는 길 등 특이한 주제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사운드도 평범하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나 이것으로 케플러의 강점이라고 하기엔 너무 약하다.
따라서 케플러는 차라리 타이틀 곡의 텐션을 꾸준히 가져가는 신나는 댄스, 하우스 앨범으로 구성했으면 어떨까 싶다. FIRST IMPACT의 곡들과 We Fresh만 따로 묶어서 이것이 케플러의 컬러라고 소개시켜주고 싶다.
"굉장히 퀄리티 높고 듣는 귀가 즐거운 타이틀과 그렇지 못한 지루한 수록곡들의 애매한 동거"
Kep1er - TROUBLESHOOTER. 5.5/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038364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