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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LE SSERAFIM - ANTIFRAGILE 소감

    LE SSERFIM(이하 르세라핌)은 데뷔가 여러 가지 의미로 화려했다. 이런저런 사회적 사건들이 데뷔 앨범 'FEARLESS'의 저평가를 주도했다. 뉴 진스, 아이브, 아이들 등 쟁쟁한 걸그룹이 시장에서 경쟁 중이지만, 르 세라핌도 순탄히 데뷔했다면 독보적인 입지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FEARLESS'는 역시 하이브인가 싶은 높은 퀄리티와 디자인 감각으로 점철된 뛰어난 작품이었다. 이는 아이돌 음악의 경계를 넘어 꽤 괜찮은 댄스 플레이리스트였다. 보통 대중적인 아이돌 댄스 음악의 구성은 점점 더 간결해져서 타이틀곡+적절한 수록곡 하나 내지 두 개의 구성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었으나, 르 세라핌은 제대로 된 의미의 미니 앨범을 가지고 데뷔했다. 이는 데뷔 앨범에 대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올해 아이돌 음악 중에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다.


    그 이후 5개월 정도의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온 르 세라핌의 음악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첫 번째 앨범과 같은 구성의 프로듀서진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꽤 다른 사운드, 그렇지만 충분한 세련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작과 같은 인트로 1곡과 리드 싱글 1곡, 나머지 수록곡 4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다른 성향을 띤다. 먼저 르세라핌의 음악을 이야기하려면 인트로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https://youtu.be/rT-cOsDpqZ4


    'FEARLESS'의 시작을 끊었던 'The World Is My Oyster'와 같은 포지션에 있는 곡인데 훨씬 더 공격적이고 신나는 비트의 인트로이다. 전반적으로 묵직한 분위기는 티저 영상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던 패션쇼의 콘셉트와 잘 어울리고, 전작에서도 사용했던 앨범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문장과 단어들을 반복하며 긴장감과 흥을 이어간다. 근래의 하이브 계열 아이돌들의 음악은 대부분 사운드적으로 돈을 아끼지 않는 태도로 굉장히 좋은 사운드 메이킹을 들려주었는데, 'The Hydra'에서 그것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https://youtu.be/SZiwpL62to8


    트랜디한 사운드와 레트로한 이펙트, 효과음의 오묘하고 키치한 조화라는 문장으로 트랙이 요약되지 않을까 싶다. 촌스러운 것을 세련되게 다듬고, 세련된 것을 친숙하게 다듬어 잘 합친 이 곡은 좋은 의미의 후크송이다. 우리나라의 중소 아이돌의 부흥기 시절에 쏟아져 나오던 양산형 후크송이 아닌 'ANTIFRAGILE'은 후크송이 그저 상업적이고 머니 코드만 따라가는 음악이 아닌 나름의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평범한 음악적 구조로도 충분히 음악성과 차별성 확보했다고 느껴지는 포인트는 라틴 리듬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비트와, 억지스럽지 않은 주제를 부담스럽지 않고 장난스럽게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힙합 씬에서 논란거리인 랩과 노래의 중간에서 싱잉 랩을 굉장히 잘 녹여냈다고 느껴지는 것도 한몫했다. 'FEARLESS'부터 사용했던 방식인데, 굳이 리드보컬이나 리드 래퍼처럼 정해진 아이돌적 포지션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5명이 서로의 파트를 소화하도록 느껴지는 것이 자칫 부담스럽거나 억지스러울 수 있는 트랙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강렬한 베이스 라인과 저음 위주의 훅과 고음 위주의 브리지 구성이었던 FEARLESS와 완전히 정반대 성향이지만 둘 다 높은 퀄리티로써 음악적인 설득을 하고 있다.


    R&B 트랙인 'Impurities'는 각 멤버의 가창력과 감성을 보여주기 위해 포함된 트랙인 것 같은데, 다른 것보다 일본 멤버들의 선전이 귀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걸그룹에 일본인 멤버들의 비중은 꽤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이 듣기만 해도 티가 날 정도로 한국어 발음이 미흡하던가, 그저 노래 자체가 미흡해서 엔화를 벌기 위한 억지 멤버라는 평가도 듣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통틀어서 사쿠라와 카즈하의 개인의 노력과 프로듀싱이 합쳐져 한국인 멤버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보컬이 성숙했다. 그것이 가장 잘 티가 나는 트랙이 'Impurities'이다. 또 다른 수록곡인 'No Celestial'은 팝 펑크의 아이콘 '에이브릴 라빈' 전성기에 듣던 듯한 트랙으로 팝 펑크의 트렌드가 다시 돌아오는 현 음악판을 의식해서 넣은 듯하다. 이는 르세라핌이 두 앨범에 걸쳐서 말하는 '진짜 나', '세상의 괴롭힘에도 당당한 나'라는 주제에 집중한 트랙이다. 아이돌 앨범에서 큰 서사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주된 특징이지만 르세라핌은 다양한 장르의 퀄리티가 충족된 곡들로 같은 주제를 말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룹 자체의 이미지화가 되어 설득력 있게 다가오고 있고, 주제와 장르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앨범의 마무리를 그저 그런 발라드곡 혹은 다운 템포 팝으로 마무리하는 앨범 구성을 선호하진 않는다. 따라서 마지막 곡인 'Good Parts'에도 썩 좋은 평가를 하고 싶진 않지만 그저 그런 다운 템포 팝으로 묻히기엔 아까운 부분이 좀 있다. 개인적으론 전작에 마지막 곡인 'Sour Grapes'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사운드적 재미를 위해 효과음과 이펙트를 재밌게 넣은 시도들이 지루함을 덜어준다고 느꼈다. 그러나 'Sour Grapes'에서와 같이 앨범적으로 봤을 때 실 없는 마무리처럼 느껴지고 강렬한 인트로와 이른바 걸크러쉬를 다루는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아쉽다.


"데뷔와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두려움이 없어진(FEARLESS) 소녀들이 더욱 강해져서(ANTIFRAGILE) 돌아온 성공적인 넘버링 2"


LE SSERAFIM - ANTIFRAGILE. 7/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022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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