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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New Jeans - New Jeans 소감

    팝이라는 장르가 주로 그렇듯 케이팝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아이돌 음악의 규모나 퀄리티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의 아이돌 시스템은 더 이상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아닌 고유한 무언가로 봐야 할 만큼 우리나라의 아이돌 제작 시스템은 고도화되어있다. 우리나라에 아이돌을 알려준 일본이나, 케이팝과 같은 시스템을 모방하는 중국부터 아예 그것과는 거리가 먼 미국과 유럽과도 구분되는 아이돌 시스템은 하이브의 성공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신인 걸그룹 'New Jeans'(이하 뉴진스)와 동명의 데뷔 앨범은 아마 현존하는 케이팝 미니 앨범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음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가장 먼저 뉴진스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아마 트랜디 일 것이다. 인터넷 유행에 아주 충실한 뉴트로 컨셉과 과하다 싶은 도파민 드레싱의 의상들, 깔끔하고 정확한 군무보단 친구들끼리 즐겁게 어울려서 노는 듯한 안무 그리고 하이퍼 팝 같은 유별난 사운드를 베이퍼 웨이브와 같이 부드럽고 추억을 자극하는 듯 풀어내는 음악성까지 뉴진스는 아이돌의 완전체에 가까운 완벽함을 지니고 있다. 뉴진스는 정석적인 아이돌의 트랜드보단 소위 '힙한 문화'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의 기준에선 이질적일 수 있으나, 그것이 기존 시장에 반대되는 신선한 시도가 되었다. 마치 뉴트로 즉, 복고가 다시 유행하듯 뉴진스의 신과 구의 묘한 조화로움이 미래를 추구하는 현 아이돌 음악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재미있는 시도가 되어 하나의 트랜드가 되었다.


    음악에 조금 더 집중해 보자면 사실상 올 타이틀인 구성으로 자신감을 보여주는데 4번 트랙 'Hurt'는 아이돌 음악에서 찾기 힘든 앨범의 총체적 마무리를 위한 아웃트로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나머지 세 곡을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작곡부터가 심상치 않다. 250은 얼마 전 그의 앨범에서 칭찬했듯이 아주 탁월하고 실력 있는 작곡가이다.


https://m.blog.naver.com/axax_xxyyxxx/222911749238


    그런 그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 즘은 진작에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넓은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는 트랜디 함을 넘어서 뽕짝에까지 손을 댈 정도로 탁월한 음악 이해도를 기반으로 아이돌 음악(흔히 양산형 저퀄리티 음악을 지칭하는 경우에도 쓰이는)의 한계를 넘어선 곡 제작력을 보인다. 'Attention'과 'Hype Boy'는 상술했듯 하이퍼 팝에서 나 쓰일법한 독특한 베이스 라인과 사운드 메이킹을 들려주는데, 이를테면 Attention은 부드럽게 감싸는 신디사이저를 제외하고 들었을 때 너무 왜곡되어 목소리인지 악기인지 구분하기 힘든 사운드와, 찢어진 박수만이 비트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따금 들려오는 특이한 추임새만이 그 구성의 끝이다. 그러나 하이퍼 팝과는 다르게 그것을 느리고 부드럽게 풀어내고 따스한 신디사이저를 쌓아올려 베이퍼 웨이브처럼 복고의 익숙함과 그루비함을 묘하게 자아낸다. 'Hype Boy' 또한 뭄바톤에 일렉트로닉을 덧댄 특이한 구성에 그와 상반되는 부드럽고 따스한 멜로디를 통해 예전에 재밌게 본 복고 하이틴 물을 다시 정주행 하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Cookie'의 작곡가인 FRNK(본명인 박진수로 크레딧에는 기록되어 있다)는 원래 XXX나 개인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강렬하고 하드코어 한 힙합과 신비로운 퓨처 베이스의 음악을 주로 하고 있던 아티스트다. 프랭크는 대표작인 XXX의 Language 시리즈와 교미 등에서 보여준 실로 설명하기 힘든 트리키하고 하드코어 함이 아닌, 그가 실제로 좋이 한다고 밝힌 감성적인 음악으로 이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다. Cookie에서 그는 4 Walls를 리믹스했을 때처럼 감성적이지만 프랭크 특유의 사운드 컬러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미니멀 하면서도 묵직함을 잃지 않는 비트에 그들의 컨셉과 어울리는 귀여운 신스를 얹고, 곡 막바지엔 저지 클럽으로의 변주를 보여주며 프랭크다움을 간직한 감성곡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음악적 성과, 유행에 대한 빠른 팔로우 업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유행의 재창조, 시기적절한 컨셉과 그것을 잘 소화한 멤버 개개인 그리고 그것을 총괄한 민희진이 모두 어우러져 뉴진스는 이미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다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뉴진스가 '하이브라서', '돈을 많이 들여서', '마케팅을 잘해서'와 같은 것이 아닌 음악성 자체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물론 방금 읊은 이유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당연히 아이돌은 순수 음악보단 종합 컨텐츠로써 큰 수익을 내기 위해 소속사의 브랜드 파워, 자본 투입, 마케팅과 같은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돌이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아티스트라는 범주에 들고 있기 때문에 음악은 가장 중요하고 어떤 아이돌의 데뷔나 컴백에 있어서 가장 1순위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뉴진스의 데뷔 앨범은 아주 성공적이고 케이팝을 통틀어서 아주 퀄리티 있는 음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022년도 한국을 지나친 유행 키워드를 요약하고, 앞으로 나아갈 아이돌 음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앨범"


New Jeans - New Jeans. 7.5/10점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34909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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