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속 숫자는 3초에 한 번씩 바뀌었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숫자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난생처음 보는 일일 판매량과 일일 매출액이었다. ‘이게 왜 이러지? 오류인가?’ 보고도 믿기지 않아 열린 입이 닫히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로그아웃을 했다가 다시 로그인했다. 증상은 똑같았다.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박시은 대표님 맞으신가요?”
대표님이라 부르며 나를 확인하는 전화는 자주 오지 않는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인맥도 많지 않았고, 업무상 함께 일하는 사이라면 이미 명함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홈 인테리어 관련 상품들을 모아서 봄맞이 기획전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대표님이 판매하는 상품도 참여 가능할까 확인차 연락 드렸어요.”
“제 상품이요?”
“네. 많은 고객에게 노출될 예정이다 보니, 판매 가격 대비 높은 할인율로 상품 공급이 가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괜찮으실까요?”
한 플랫폼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내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 중 판매량이 꾸준한 효자상품이 있었다. 상품을 사이트에 올릴 때 할인율을 크게 잡아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전략으로 매출은 증가했고, 고객들 사이에서도 할인된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후기가 들렸다. 마케팅 담당자도 그걸 눈여겨보았는지, 기획전에서도 그 점을 이용해 노출시켜 보자고 제안했다.
봄맞이 기획전에는 다른 쟁쟁한 상품들도 올라올 예정이었다. 이 상품이 아무리 효자상품이라고 한들, 그 사이에서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예상보다 반응이 없을 수도 있고, 반응이 있다 해도 어느 정도의 매출이 나올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렇게 큰 플랫폼에 상품을 노출시켜 본 적이 없었다. 뜸 들이는 나에게 마케팅 담당자가 말했다.
“대표님의 상품은 이미 품질과 고객 수요 부분에서 보증된 상품이에요. 충분히 신뢰도가 쌓여 있는 상품이라, 오히려 큰 파급력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랫폼에 상품이 노출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었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을 도전해 볼 수도 있었다. 용기가 부족했지만 효자상품을 믿어보기로 했다. 효자상품을 메인 페이지에 노출시키기로 결정했다.
상품이 기획전에 노출되기로 한 날. 처음에는 컴퓨터 오류인 줄 알았다. 2시간 만에 매출은 100만 원을 훌쩍 넘어 200만 원, 300만 원을 찍었다. 6시간이 지났을 땐 일일 판매량이 7배 증가되고, 매출은 1,000만 원을 넘겼다. ‘도대체 이게 얼마야?’ 의심했지만 웃음도 나왔다. 그렇게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려 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무슨 계산기를 그렇게 신나게 두들겨?”
“실시간으로 매출 계산하고 있는데… 지금 1,000만 원이 넘었어. 이러다가 1,200만 원은 그냥 넘길 기세야!”
“하루에 이렇게 많이 벌었다고?”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몇 시간 뒤 매출 1,500만 원을 찍으며, 봄맞이 기획전을 마감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위탁계약을 맺은 효자상품으로 1,500만 원이라니…. 긴장이 풀리면서 허리가 쑤셔왔다.
화면에서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한 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품을 공급받기 위해 업체에 용기 내 연락했던 그날의 떨림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하루에 1,500만 원을 벌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일 매출 1,500만 원을 달성하기까지 나와 함께 걸어온 사람들. 그들과 노력한 일을 가치로 환산해 보면, 1,500만 원은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이들이 없었다면 애초에 사업 시작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과잉모성애만 가득한, 불안정한 엄마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육아도 일도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