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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이 있어야 해요

by 꿈그린

지난번 링크 활성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팡 파트너스,’ ‘수익화,’ ‘온라인 부업,’ 등을 검색한 기록들이 쌓여,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나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으로 인식한 듯했다.


인스타그램은 재테크 관련 강의 정보들을 무작위로 나에게 노출시켰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겠지만, 그날따라 눈에 들어오는 광고가 있었다. 김유라 작가의 ‘소비 습관 개선 프로젝트’ 강연 소식이었다. 소비 습관을 개선하는데 묘한 비책이라도 있는 걸까? 돈을 좀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가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강연을 들으러 가고 싶었지만, 순간 아이 가 눈에 밟혔다. 아이를 긴 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맡기고 외출한 적이 없어 고민됐다.


“소비 습관 개선도 개선이지만, 간 김에 바람 좀 쐬고 와. 애 몇 시간 늦게 데리러 간다고 해서 큰일 안 나.”


남편은 옆에서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며 강연을 듣고 오라고 했다. 남편의 짧고 굵은 한 마디에 나는 바로 강연을 신 청했다.


2020년 11월 19일 오전 10시 30분. 처음 가보는 장소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김유라 작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나에겐 큰 모험이었다. 아이를 두고 처음으로 ‘나’를 위해 떠난 순간이기도 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도 불안한 마음은 자꾸 들었지만, 나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화장을 하고 깔끔한 옷을 꺼내 입었다.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구두도 신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니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안녕하세요~. 많은 분들이 와 주셨네요.”


김유라 작가는 강연장 뒤에서 양손을 흔들며 들어왔다. 강단만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김유라 작가는 사람들이 앉아있는 좌석을 지나 무대까지 당차게 걸어갔다. 검은색 가죽 레깅스, 호피 무늬 모피, 시원하게 웃는 미소. 그녀의 강한 에너지는 내가 앉아있는 좌석까지 충분히 전해졌다.


넓은 무대 위에서 많은 사람의 시선을 한 번에 장악하는 능력 또 한 대단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당함이 묻어 있는 그녀는 나와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멋진 여자가 있다니. 나도 일을 하면 그녀처럼 반짝반짝 빛날 수 있을까? 저런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을까?’


한참을 멍 때린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재테크 관련 책만 6권을 출간한 작가였다. 엄청난 스 펙에 이미 놀랐었는데, 나를 더 놀라게 한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그녀에게는 아들이 세 명이나 있었다.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온 가족이 잠든 밤에 책을 읽었고, 아이가 혼자 노는 시간에 도 잠깐의 틈을 이용해 책을 읽을 정도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꾸준히’ 했고, 그로 인해 얻은 깨달음을 삶의 지혜로 적용했다. 이 바탕에 는 겁내지 않고 움직이는 행동력이 있었다. 그녀의 모든 행동 이 존경스러웠다. 단 몇십 분 만에 인간 김유라에게 매료되었다.


눈물로 들었던 강의가 끝나고, 작가의 사인회가 있을 예정이라는 사회자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태어나서 누군가의 사인을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강의 내내 마음에 울림을 준 그녀의 에너 지를 기억하고 싶었다. 너무 힘들어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그녀 의 필적을 보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유라 작가에게 사인을 받은 노트에 그녀가 조언해 주었던 것을 메모했다.


‘꿈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며 비전 보드를 만들어 시각화하라.’


언젠가 나도 그녀처럼 많은 사람에게 꿈과 용기를 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이 들었다. 나의 상황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묵묵히 움직이면 할 수 있다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스스로에게 놀랐다.


‘드디어 뭔가 하려는 의지가 생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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