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성장’을 기록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 정을 만들었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외에는 보지 못하게 비 공개 계정으로 설정해 놓고, 아이의 사진을 올렸다. 주로 아이 가 밥 먹는 모습, 낮잠자는 모습, 걸음마 하는 모습 등의 일상 적인 사진이었다. 육아일기 쓰듯 기록하는 것이 전부였다.
나에게 인스타그램 계정은 ‘기록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이 사진을 올리고 나면 자연스럽게 지인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구경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 한다. 광고 글만 올리는 사람부터 여행 사진을 올리는 사람, 음 식 사진만 올리는 사람… 생각 없이 화면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30분은 금방 지나갔다. 이날도 생각 없이 화면 스크롤을 내 리고 있었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이 보였다.
이유식 레시 피를 간단하게 정리해서 나열해 놓은 사진이었다. 아이들이 좋 아할 것 같으면서도 영양분은 다 들어가 있는 식단이었다. 이 유식 계정은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한 이유식, 아이용 식 판 구매 정보, 이유식 초기, 중기, 후기, 단계별로 섭취해야 하 는 식재료 등 엄마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을 주로 올 렸다. 글마다 좋아요와 댓글은 기본 100개를 유지했다.
내 눈 에만 예쁜 아이의 사진을 올려놓은 나의 계정과는 너무 달랐 움직이면 할 수 있다 다. 댓글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다 똑같은가 봐요. 우리 집도 밥 먹일 때마다 전쟁이에요.” “힘내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이 계정은 이유식에 대한 정보만 알려주는 계정이 아니었다.
이유식 만드는 것이 아직 어려운 엄마들, 아침마다 아이와 밥 으로 전쟁을 벌인다는 엄마들과 댓글로 서로 공감하며 소통하 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상투적으로 보일 수 있는 댓글이지만, 왠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며칠 뒤 비공개로 두었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개 계정으로 풀었다.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 이유식을 먹는 모 습, 책을 보는 순간, 함께 외출해서 보낸 시간의 기록 등 아이 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더 자세하게 남겼다. 느렸지만 꾸준 히 팔로우가 늘었다.
“이 교구는 어디서 샀는지 정보 좀 알 수 있을까요?”
“아이 방이 깔끔하고 너무 예뻐요.”
댓글 하나가 주는 힘은 대단했다. 어떤 사람은 우연히 들렸 는데 좋은 장난감과 책 정보를 알게 되어서 고맙다는 댓글을 남 기기도 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이제 알 다니, SNS를 하며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느덧 내 일상 속 오아시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