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담아, 열여섯 번째 봄이 왔구나.
이제 너는 중학교 3학년, 제법 세상을 혼자 이해해보려는 나이가 되었겠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날 거야.
그럴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을 거야.
아빠는 어릴 적부터 자전거를 타지 못했어.
아빠의 한쪽 귀는 잘 들리지 않았고, 한 발로 오래 서 있지도 못했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질 않는단다. 아주아주 어릴때부터 그랬어.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사람들이 많으면 어떤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때가 많았어.
길을 걷을때도 의식하지 않는다면 똑바로 걷고있다고 생각했지만, 한쪽으로 자꾸만 기울어졌단다.
아빠는 그런 나를 데리고 자전거 연습을 시켜주시던 할아버지와 무려 2년 동안이나 초등학교에서 땀을 흘렸어.
그럼에도 결국 아빠는 자전거를 끝내 탈 수 없었어.
조금은 속상했지만, 그게 아빠의 모습이었지.
마지막날까지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속상해하시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생각이 나는구나.
뒤에서 응원하던 초등학생 아이들도.
아빠는 그날 자전거를 못탔다는 사실보다,
결국 포기했다는 사실보다,
열심히 하고나서 고생했다며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할아버지를 기억한단다.
규담아, 세상에는 기울어 있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가는 사람도 있고, 끝내 해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못된 건 아니야.
아빠는 그렇게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믿어.
삐뚤빼뚤해도 괜찮아.
남들보다 못하는 것이 있다고 해서 너무 낙담하지 마.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서 있지 않았고, 같은 길을 걷는 것도 아니니까.
중요한 건 네가 네 걸음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야.
혹시 너도 어떤 일에 자꾸만 기울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어쩌면 너만의 속도와 균형으로 삶을 살아가는 중일 거야.
복도에서 넘어지면 무릎에서 피가나고
인생에서 넘어지면 눈물이 난다고 해.
넘어지면 잠깐 울어도 돼.
그 다음에 다시 일어나면 돼.
아빠는 규담이의 속도를 믿는다.
그리고 그 속도 안에 담긴 마음을 믿는다.
누가 뭐라 해도, 너는 널 살아내는 중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그렇게 시간은 지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다시 꽃이 피듯,
기울어졌던 마음도 언젠가는 균형을 찾아갈 거야.
그날까지, 아빠는 너를 여전히,
그리고 조용히 응원할게.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