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열일곱 번째 봄, 4월 3일

by 네로

규담아, 열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새 교복을 입고, 새로운 교실에 앉아 있을 너를 생각해 본다.

이제는 스스로 챙겨야 할 것도 많고, 네 몫의 무게도 조금 더 커졌겠지.


열일곱의 아빠는 그랬어.

한 가지 일밖에 제대로 못하던, 느리고 요령 없는 아이였지.

그런 내가 처음으로 무언가에, 아니 누군가에게 열심히 되었던 때가 열일곱이었단다.


그때 아빠는 엄마를 처음 만났어.

뭘 하든 잘하고 싶었고, 엄마와 함께 있고 싶었어.

같이 공부하고 싶어서 1과목마다 이긴 사람이 소원을 들어주는 내기를 했단다.

엄마는 내기엔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거든.

그게 참 재밌었어. 덕분에 공부도 더 열심히 했고.


엄마랑 피아노를 같이 치고 싶어서 학원에도 다녔어.

나중엔 엄마와 콘체르토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바이올린도 배웠지.

아빠가 가장 잘했던 일은, 그렇게 엄마를 따라다니는 일이었어.


돌이켜보면 그때 처음으로 ‘무언가를 간절히 하고 싶다’는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아.

사랑이라는 게 꼭 어떤 특별한 말이나 모습으로만 표현되는 건 아닌 것 같아.

함께 하고 싶고, 닮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마음.

그게 아빠가 느꼈던 사랑의 시작이었단다.


규담아,

너는 지금 무엇을 가장 좋아하니?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니?


아빠는 네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누군가를 이기기보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해.

그리고 그걸 놓지 않고 따라가는 힘을 가지는 것.

그게 네 인생을 너답게 만드는 방법이란다.


어쩌면 너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고,

그 감정이 익숙하지 않아 낯설고 서툴 수도 있겠지.

괜찮아.

누군가를 좋아해 본다는 것 자체가

네 마음이 더 깊어졌다는 증거니까.


규담아,

삶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야.

때로는 아빠의 자전거 타기처럼, 몇 년을 연습해도 끝내 못 탈 수도 있어.

아빠도 그랬단다.

하지만 그래서 아빠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넘어져도, 늦어도, 남들과 다르게 가도 괜찮아.

너는 너만의 리듬으로 자라고 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너도 알게 되겠지.

사랑은 누군가를 닮고 싶어지는 마음이라는 걸.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도.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