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담아,
열여덟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이제 너는 어엿한 청소년의 마지막 해를 건너고 있구나.
이 다음 해가 되면 법적으로도 '성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겠지.
그 말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두근거리고,
어쩐지 아빠는 조금 걱정도 되고 그렇단다.
이제 너도 많이 커서, 어른들의 말이 다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아가겠지.
때론 아빠가 했던 말이 틀렸다는 걸 느낄 수도 있고,
아빠도 모르는 질문을 네가 하게 될 수도 있어.
그럴 땐 부디,
“아빠도 그걸 몰랐었구나”
“아빠는 그걸 이렇게 느꼈구나”
그렇게 이해해주길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야.
그게 18살인 너에게도, 35살인 아빠에게도 똑같단다.
가끔은 자신이 너무 어리게 느껴지고,
가끔은 너무 빨리 늙어버린 것 같겠지.
하지만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열여덟의 시절은,
어른인 척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속은 여전히 어린 마음이기도 하니까.
아빠는 네가 그 사이에서 너무 급히 어른이 되려 애쓰지 않길 바란다.
조금은 더 헤매도 괜찮아.
조금은 더 흔들려도 괜찮아.
아직은, 스스로를 길들이는 시간인걸.
혹시 요즘 너는 너 자신을 좋아하니?
네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날이 많진 않니?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
하지만 아빠가 확실히 말해줄게.
규담이는, 이미 좋은 어른으로 자라고 있는 중이야.
그 어떤 성공보다 더 자랑스러운 일이지.
사랑을 해도 좋고, 실패해도 괜찮고,
공부에 지쳐도, 길이 보이지 않아도,
너는 너라는 이유만으로 빛나는 사람이야.
이제 조금씩 아빠와의 거리도 멀어질 거야.
네가 알아서 판단하고,
네가 스스로 선택하고,
네 길을 만들게 될 테니까.
하지만 아빠는 늘 여기서 너를 지켜볼 거야.
멀리서라도 항상 너의 편이 되어줄게.
그러니까 무너지지 말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마.
그 어떤 너도 아빠는 다 사랑하니까.
요즘 네 생각은 어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지 않니?
“왜 나는 이렇게 힘들까?”
“왜 나만 이런 걸까?”
아빠도 그랬단다.
모든 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졌고,
운명처럼 쥐어진 조건들 앞에 기가 막혔어.
그럴 땐 참 외로워져.
마치 세상 전체가 너를 모른 척하는 것 같고,
나만 고장난 사람 같기도 하지.
그런데 말이야,
그 외로움 속에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작은 연대를 느끼게 될 때가 있어.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을 만나거나,
그림자 같은 시간에 마음을 내어준 친구를 만날 때 말이야.
사람은 연결되었을 때 비로소 살아있다고 느낀단다.
진짜 행복한 사람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이야.
그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야.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마음으로 세상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아빠는 네가 그런 사람을 곁에 둘 수 있기를 바라.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고,
같은 문장을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 말이야.
아빠는 열여덟 살쯤에 책 읽는 걸 참 좋아했어.
책은 늘 아빠 곁에 있었고, 때로는 친구보다 더 깊이 위로해줬지.
그 시절, 엄마랑 함께 읽은 책이 있어.
다니엘 글라타우어라는 작가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라는 책이야.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페이지를 넘기며,
그 시간의 감정과 문장을 함께 나눴지.
같은 구절을 좋아하고, 같은 곳에서 마음을 멈춰주는 그런 사람이 있었던 거야.
규담아,
너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해.
마음 깊은 곳을 함께 걸어줄 누군가.
감정과 생각을 나누며, 책 한 권이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그런 인연.
그건 어떤 연애보다 더 섬세하고, 어떤 우정보다 더 따뜻한 경험이란다.
그런 행운이 너에게도 찾아오길 바라고 있단다.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오늘 생일엔,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해줘.
“괜찮아, 잘하고 있어.”
그 말 한마디가, 너를 많이 안아줄 거야.
너를 누구보다 응원하며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