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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양 Apr 26. 2023

제2의 팬데믹 앞의 대면서비스

살아 있는 한 삶은 이어가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그 같은 상황이 앞으로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게 되었다. 처음 코로나가 발생했을 당시 각계 경제 분야의 종사자들은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며 코로나 시기가 3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수습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치를 훨씬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감염 전문가들은 암울하지만 팬데믹의 장기화라는 현실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대면 서비스가 주를 이루는 많은 업종들은 비대면으로의 전환 가능성과, 제한된 상황에서의 서비스 공급을 위한 다양한 적응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는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대면 기반 서비스는 사람과의 접촉이 차단됨으로써 본질적인 서비스 제공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이는 미용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머리를 커트한다거나 특정 체형 및 피부의 관리를 받는 행위 등은 타인과의 대면이 필수불가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원격으로 진행하거나 자체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애초에 성립이 안 되거나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자명했다. 


  물론 코로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생존해야 했고 생업을 영위해 나가야 했다. Allure의 “COVID-19 시대의 왁싱: 동향 및 예방 조치”<Waxing in the Time of COVID-19: Trends and Precautions>는 COVID-19 대유행이 왁싱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기사인데, 여기서 우리는 서비스 소비자 행동과 안전 프로토콜의 변화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엿볼 수 있다.    

 

  기사에서 드러난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가정용 왁싱 키트와 DIY 제모 방법의 증가이니다. 폐쇄 및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동안 미용실 및 스파가 서비스를 폐쇄하거나 제한함에 따라 많은 소비자가 제모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재택 솔루션으로 전환해야 했다. 시장 조사 회사, 민텔(Mintel)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가정용 제모 제품 판매가 34% 증가했다.   

  

  대유행 기간 동안 고객과 직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미용실과 스파에서 취한 예방 조치는 어떤 게 있었을까? 당연히도 강화된 청소 및 소독 프로토콜 구현, 마스크 및 기타 개인 보호 장비 요구, 살롱에 한 번에 허용되는 고객 수 제한 등이 이뤄졌다.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군중을 피하기 위한 사전 예약 및 마스크 착용, 샵 방문 중 얼굴이나 전화를 만지지 않는 등 상식 선의 내용들도 소비자에게 요구가 되었다.   

   

  기사를 체크하며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는데, 마스크 착용 상태에서 커트를 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론 생각보다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묘한 느낌이었다. 마스크 줄을 한 번 꼬아서 교차 형태로 귀에 걸고, 귓 부분을 커트하였는데, 어찌 보면 별거 아닌 그 과정이 어떻게든 적응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에 남아 있다. 물론 당시에도 곳곳에는 폐업한 가게와 임대 광고가 즐비해 있었고, 지금도 진행형인 상황이다.      


  기사에서 눈에 띄었던 또 다른 내용은 샵에서 고객에게 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야외 왁싱 스테이션을 추가했다는 것이었다. 그럴 여력이 있다는 게 참 대단하기도 하지만 효과는 얼마나 있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 무리한 대출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던 많은 샵들은 코로나 이후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경기 흐름 상 스테그플레이션에 들어선 지금 다들 새로운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바라진 않지만 언젠가는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상황은 다시 마주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을 겪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일 중 작은 부분일 수 있는 왁싱을 떠올리면, 이게 거대담론의 세계관에서 논의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주제일까 살짝 의구심이 일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듯이 이것은 비단 한 가지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살아 있는 한 생존을 위한 경제 활동을 해야 하며, 그 안에서도 본인의 존엄성을 지키고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기 위한 것들을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왁서로서 상담사로서 고객과 내담자와의 만남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달가울 수 없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상황적 필요가 강제적인 변화를 가져오듯 제한적이더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차근차근 실행하며 적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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