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것 또한 강박이었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폭식도 줄어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마치 식이장애를 극복한 것만 같은 느낌.
끼니도 거르지 않고 주 5회 운동에, 술도 잘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하나의 강박이었다.
다이어트하면서 생긴 습관이 지금까지 삶에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좋은 습관 세 가지를 말해보려 한다.
좋은 습관 1 : 수분 섭취를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었다.
의사, 트레이너, 유튜버 모두 입을 모아 강조하는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물을 먹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식사(특히 찌개류)에는 다량의 나트륨이 함유되는데,
이것이 몸을 붓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잘 빠지지 않는 내장지방을 형성한다.
하지만 물은 나트륨을 배출해 주어 건강한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처음엔 물 마시는 행동이 익숙하지 않아 밤늦게 몰아서 2L를 마셨고, 새벽에 화장실을 가느라 깊은 잠에 못 들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커피나 음료가 아닌 맹물(?)로도 어렵지 않게 하루 수분 적정량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습관 2 : 생활 속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2층이라도 엘리베이터를 고수하던 내가! 운동을 시작한 후 변했다.
하루 24시간 중 운동하는 시간이 고작 1-2시간 정도이고, 이것만으로 효과적인 체중 감량을 이루지 못한다.
또한 운동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면 오히려 활동량이 줄어들어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그 뒤로는 지하철역 오르는 건 무조건 계단, 한 정거장 거리는 걷기, 최소 한 시간에 한 번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기 등 나만의 룰을 정했다.
확실히 운동만 하는 것보다 더 활력이 생기고 가뿐해졌다.
좋은 습관 3 : 배달 음식을 멀리하게 되었다.
배달은 편리하다. 약 30분만 기다려도 치킨, 피자 등 맛있는 고칼로리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물며 지금은 배달 앱에서 한마디 말없이, 손가락 터치 한 번이면 내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데 얼마나 세상이 좋아졌는가.
하지만 그로 인해 잃게 되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우선 점점 높아지는 배달비를 1인 가구가 감당하기엔 벅차다.
또한, 음식 양이 많아 과식을 할 위험이 있고, 앉아서 먹기만 하니 체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다이어트 중에는 최대한 배달 음식을 자제했고,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포장을 애용했다.
그러다 보면 산책 겸 음식을 가지고 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고,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어두고 반찬으로 먹는 요령을 터득해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득과 실이 있으니, 다이어트 강박으로 인해 생긴 나쁜 습관도 분명히 있다.
나쁜 습관 1 : 살찔까 봐 친구들과의 만남을 꺼리게 된다.
다이어트에 강박을 가지기 전, 친구들과 가지는 모임이나 술자리는 나에게 즐거운 순간이었다.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맛있는 음식, 한 잔씩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은 인생에서 좋은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하지만 다이어트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약속을 잡아주는 친구에 대한 고마움보다 '그날 뭐 먹지, 살 덜 찌는 음식 없나?'라는 불안함이 먼저 들었다.
또한, 먹다가 폭주하면 안 되니까 최대한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 것도 소모적이다. 만남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쁜 습관 2 : 특정 음식을 기피한다.
원래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다이어트 이후 피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마라탕과 떡볶이.
지인들과 밥 약속이 잡히면 이 두 가지는 항상 고려 사항에 들어갈 정도로 많은 이의 소울 푸드이다.
하지만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다음날 기본 2-3kg를 불어나게 한다.
(사실은 거의 수분 무게임에도 말이다.)
그렇기에 두 음식에 대한 공포감이 생겨 점점 멀리하게 되었고 수년 넘게 나와 남을 속이고 있다.
'난 이 두 음식을 싫어하고 잘 먹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나쁜 습관 3 : 섭취 칼로리를 계산한다.
내가 가진 습관 중 가장 강박적인 행동이다.
심지어 다이어트를 하지 않음에도 오늘 먹은 칼로리의 총량을 재곤 한다.
그렇기에 영양성분이 제대로 나와있는 가공식품만 찾게 되고,
음식들의 칼로리를 계산할 수 없을 때는 괜히 조금 먹고도
'이 정도면 1000kcal 되겠지? 저녁엔 500kcal만 먹어야겠다.'라고 다짐한다.
우리 몸은 절대 칼로리화가 될 수 없다.
하루 권장 섭취량보다 더 먹어도, 덜먹어도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일상을 살면 어떻게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려 한다.
하지만 매일 같이 칼로리를 계산하여 1000~1500kcal로 맞춰 먹으면? 몸은 점점 대사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어떤 날은 2000kcal 넘게 먹곤 하는데, 그때마다 나를 자책하며 스트레스받는다.
이 습관은 아직까지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 단두대인 셈이다.
이 good things / bad things 들은 모두 20대 초반, 특히 스물셋 변덕스러운 나이에 생긴 것이다.
식이장애를 극복할 듯 안 할 듯, 탈다이어트를 할 듯 안 할 듯,
불안하고도 외로운 다이어트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