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나다운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
다이어트 강박으로 점점 지쳐가는 일상이었다.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학생 신분으로 자유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휴학생이 되는 것이다.
스물넷,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시급이 높은 종일 아르바이트로 여행 경비를 모으고 싶었고,
평소 배우고 싶은 활동에 시간을 쏟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활동도 신경 써야 했다. 취업이라는 큰 문턱이 있었기에..
그래서 나는 6개월의 휴학 기간 동안
'갓생 프로젝트'를 성공하리라 마음먹었다.
평일 오전 - 취업을 위한 자격증과 토익 공부
평일 오후 - 중고등부 영어 학원 보조 강사 아르바이트
주말 - 스피닝과 댄스 등 내가 좋아하는 활동 배우기
그리고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
이렇게 4-5개월 후, 마지막 한 달은 유럽여행을 다니며 내 견문을 넓히리라 다짐했다.
지나고 나서 느낀 건데, 여행은 시간과 돈의 여유를 내서라도 많이 해봐야 한다.
아직까지 이 유럽여행의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이렇게 휴학 기간을 가지면 남들보다 뒤처질 거라 생각하며 불안했다.
중요한 시기에 공부는커녕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졸업이 아닌 휴학을 선택했다니...
가족, 친구 모두의 근심 걱정을 한 몸에 받았다.
한국 사회 분위기상 입시/취업/결혼/출산의 나이가 '적령기'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특이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더 휘둘렸는 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되뇌는데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단지 지루한 일상 속의 안주거리로 내 근황이 오르내리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말이다.
그들의 걱정과 무색하게 정말 후회 없는 휴학 시절을 보냈다.
완벽하진 않지만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고, 나만의 프로젝트를 모두 완수했다.
자격증 2개와 원하는 토익 점수를 취득, 활동적인 하루로 건강한 삶을 영위,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여행...
처음으로 내 삶을 진취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느낌은 유럽 여행에서 정점을 찍었다.
횡단열차로 광활한 시베리아를 달리며 7일 동안 마음을 나누었던 여행자들,
-30도에도 영롱한 빛을 뽐내며 감동을 줬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몇 시간 동안 바라만 봐도 좋았던 에펠탑,
천국으로 가는 문이었던 그린델발트,
이상하게 맑은 날이 계속되었던 런던 시내,
모공바람 느끼며 먹었던 바르셀로나의 빠에야까지.
내가 알던 걱정과 강박은 아주 자그마한 것이었다.
이렇게 세계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있고 가지각색의 감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다.
내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실은 그 길이 좁은 구불길이었다.
다양한 갈래의 길이 있고 도착지는 다르지만 모두 저마다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렇게 나는 한 뼘 더 성장했다. 역시 여행은 인생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깨달음을 주나 보다.
매일 운동해야 직성이 풀리는 다이어트 강박 속에 살면서, 진정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함을 놓치고 있었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그리고 너무 나를 옭아매지 말자.
다이어트가 중심이 아닌 내 일상이 중심이 되는 삶을 위해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