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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라보 YUN LABO Jun 18. 2023

다이어트를 버려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스물둘, 놓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다.

약 3개월 동안 폭식과 절식의 굴레 속에 살다가 준비 없이 따뜻한 봄날을 맞이했다.


체중 감량 후 구매했던 청바지는 허벅지에서 막혔고 여리함을 바라고 샀던 오버핏 니트는 정사이즈가 되어버렸다.


주식으로 빵, 과자 등 당류 높은 디저트를 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엔 새 모이만큼 적게 먹었음에도 배부르다는 거짓말을 하곤 했다.


물론 집에 돌아와 뿌링클과 치즈볼 한 번에 해치우고 배불러 잠 못 이루곤 했지만.


나는 삶을 회피하고 있었다.


왜 그런 상태 있지 않은가. 이성의 끈이 없어지고 오로지 나와 욕구만 존재하는, 그냥 살아지는 상태.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난 존재만으로도 푸릇푸릇한 아직 인생의 꽃봉오리조차 만나보지 못한 20대 초반이란 말이다.


이렇게 조용히 죽어갈 수는 없다고 다짐한 내가 먼저 한 일은


먹는 것이었다.


'제대로' 먹는 것이 나에겐 필요했다.

삼시 세끼 따뜻한 밥과 반찬을 먹는 것 말이다.


친구들과 깔깔 대며 나누던 음식을 다시 죄책감 없이 먹는 것도 필요했다.


즉 음식을 다이어트식-일반식으로 이원화하는 것에 벗어나야 했다.

따뜻한 한 끼의 중요성

처음엔 살이 쪘다. 아무리 평소에 과자로 배를 채우긴 했지만 절대적 칼로리는 한 끼 식사가 더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양소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학교 기숙사식은 영양사가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구성한 식단이기에 필수 영양소가 완전하고,

과자는 오로지 당과 포화지방에 집중된 쾌락을 위한 음식이다.


점차 체중이 줄고 붓기가 사라지고 속이 편안했다. 자연스레 몸이 가벼우니 움직임에 산뜻함이 느껴졌다.


이제 운동을 할 준비가 되었다.


폭식이란 '죄'를 회개하는 '벌'로 운동을 여겼지만

이제는 일상의 활력을 위해 저절로 찾게 됐다.


저녁에 신선한 바람을 느끼며 야외 러닝을 20분만 해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달리다가 비가 온 적이 있는데, 그 비를 맞으며 뛰니 오히려 웃음을 멈추지 못할 정도로 즐거웠다.


이렇게 강박을 놓는 연습을 하니 점차 내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업/아르바이트/대학교 홍보대사 활동 등 해야 할 일에 몰입하니 삶이 '다이어트' 로만 귀결되지 않았다.


내 삶을 찾는 연습을 하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지게 된 것이다.

날씬하진 않지만 행복해

아이러니했다. 1000kcal 미만 섭취, 매일 2시간 운동으로 다이어트에 온 신경을 다 썼을 때도 기어코 체중이 안 내려갔었는데


운동을 매일 하지 않아도, 가끔씩 친구들과 술을 먹고 맛있는 외식을 해도 살이 점점 빠짐과 동시에 얼굴에 생기가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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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내 삶에 넣으니 전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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