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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라보 YUN LABO Jun 08. 2023

살만 빼면 끝인 줄 알았지?

스물하나(2), ABC 초콜릿 한 알이 쏘아 올린 요요현상

하루 2시간씩 주 5회 고강도 운동, 1000kcal 미만 섭취를 수개월 지속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글로만 봐도 기초대사량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에서 빨간 불이 들어오는 듯하다.

다이어트가 성공적일 줄 알았던 스물한 살, '이제 날씬한 상태로 평생을 살겠구나'라고 생각했던 난

ABC 초콜릿 한 알로 무너지고야 말았다.


스피닝을 시작한 지 3개월, 10kg 감량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중이라 믿었다.

그야 보이는 게 다였던 20대 초반에는 아랫배가 빠졌는지, 허벅지 둘레가 줄었는지가 중요했으니까.

탄수화물이 부족한 내 몸이 보내는 신호 따위 무시했다. 가령, 기립성 저혈압과 생리불순 겪어도 모른 체했다.


강박에 사로잡힌 심리상태 또한 문제였다. 기초대사량만큼 먹지 않으면 아이러니하게도 더 살이 안 빠지는 체질이 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몸에서 에너지를 태울 연료가 없으니 당장 필요치 않은 기능들을 셧다운 하는지도 모르고,

내가 했던 생각은? '더 운동하고 덜 먹으면 정체기가 뚫릴 테야!'였다.


이렇게 무작정 달리다 보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지?'라는 현타가 온다.

다이어트 D+100 정도 된 시점, 점점 평소엔 잘 먹고 싶지도 않던 빵이나 케이크를 탐닉하게 되었고

음식을 한 데 모아 와구와구 먹는 방송만 3시간을 시청했다.


위태로운 삶을 지속하던 어느 날,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약속을 가졌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에서 수다까지 떨고 헤어지기로 한 완벽한 날이었다.

연어덮밥에 양파 추가로 식이섬유와 단백질까지 챙겼고, 카페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아메리카노만 먹었으니 성공적인 식단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은 친구의 ABC 초콜릿이었고, 이 것이 화근이었다.

긴장이 풀린 나머지 초콜릿 한 알을 입 안으로 가져갔고, 그때부터 억눌렸던 나의 식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극강의 단맛이 혀를 자극했고 빠르게 뇌의 이성적인 부분마저 마비시켰다. 얼른 집에 가서 혼자 마구마구 먹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편의점에서 방금 먹은 ABC 초콜릿 한 봉지와 함께 수많은 초코 디저트를 쓸어 담았고 하나하나 해치웠다.


그 이후 나의 주 식단은 아침 버터쿠키 두 개, 점심 케이크 한판, 저녁 베라 파인트 한통이었다. 메스꺼워 항상 저녁마다 징벌적 러닝을 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설탕 중독에 걸린 듯 내 기분은 조울증 수준으로 날뛰었고, 먹는 시간 이외의 일상은 무너지고 있었다.


설상가상 3개월의 스피닝 기간도 만료되어 고강도 운동으로 칼로리를 태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방학이 시작되어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니 칩거하여 먹는 시간도 길어졌다.


현재의 쾌락만을 추구하다가 결국 한 해가 가고 개강을 앞둔 3월, 10kg의 요요가 왔다.

비포 사진으로 쓰리라 찍어놨던 요요 후 내 모습(165cm 68kg)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많이 먹고 운동하는 삶을 반복하다 보면 뇌도 그 행동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습관이 깨지는 순간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같은 행동을 꾸준히 습관화하거나, 다른 행동에서 연속성을 찾거나 둘 중 하나였어야 한다.

이도저도 아닌 내 요요 현상은 '목표 없이 자유를 누렸으면 책임을 져!'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급격하게 찐 살로 땡땡 부은 몸, 과다한 당으로 인한 소화불량, 뒤집어진 피부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개강 후 이 상태로 사람들 앞에 서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


과연 난 잘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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