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로마는 처음이라 걱정이 컸다. 소매치기에 대한 염려부터 떼르미니 주변의 지저분함과 소란함이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듯해서 머리가 복잡했다. 그런데 결국 도착 전부터 사달이 났다. 밀라노에 무려 26분이나 연착이 된 것이다. 사과의 안내방송도 없었다. 아무렴! 방법이 있겠지 하면서도 남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였다. 악명 높은 트렌 이탈리아!
아주 흔한 일인 것 같다. 일제히 뛰는 사람들, 창구에 앉아 심드렁하게 다음 시간을 체크해 표를 발급해 주는 직원의 태도, 창구 앞 긴 대기줄 등 역시, 이탈리아 답다!는 생각을 했다. 표를 끊자마자 언니의 저력이 빛을 발했다. 안경이 없어 A4용지에 인쇄된 글자를 잘 보지 못하는 나는 섣부른 영어 듣기만 의존하여 로마 도착시간을 밀라노 출발시간으로 착각하고 표를 가방에 넣으려 했다. (역사전체가 너무 시끄러워 창구안 여자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그녀의 억양이 남달라 듣기에 더 열악했다고 위로한다)침착한 언니가 콩알만한 글씨지만 도시명과 시간을 찾아 바르게 확인하지 않았다면 또한 번 사정을 말하고 재발급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서두르기만 한 내 조급함이 부끄럽기도, 언니의 침착함이 부럽기도한 순간이었다. 기차표가 가진 기본적인 구조만 생각해도 확인이 쉬운데 말이다.
오래도록 추억될 것이다. 플랫폼을 확인하고 시간을 체크하니 앗! 바로 그 시간이었고 플랫폼이 바로 앞이 아니었다면 기차를 놓칠 뻔했다.좌석을 확인하는 순간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이나믹한 에피소드들은 나와 가족의 큰 자산이다. 처음 두 아이를 이끌고 미국여행 26일을 감행했을 때 사실 나는 환승이란 것도 처음 해보았다. 우리 가족은 없는 형편에도(꾸역꾸역) 가족여행을 많이 했고 그 경험담은 언제든 가족의 애정을 확인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것을 느낀다.
로마에 도착하니 3시가 조금 덜 된 시간이었다. 떼르미니를 피하고도 싶고 바티칸 투어를 원하는 언니를 위해 바티칸 성곽길에 면한 아파트 독채를 부킹 닷컴으로 예약했다. 주인에게는 오후 다섯 시를 도착 예정시간으로 전했었다. 전날 떼르미니 역에서 아파트까지 택시비요금을 이미 문의했었다. 오랜 이동시간으로 힘이 드니 조금 비싸도 택시를 타기로 했다.
성곽길 산책은 언감생신! 구글 지도만 믿었었다.
도착 예정시간보다 여유가 있어 한식당을 찾아가니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동남아 사람으로 보이는 식당 직원이 다섯 시에 다시 오세요를 우리말로 했지만 나는 여전히 영어로 묻고 있었다. 언니에겐 들리는 우리말이 내겐 안 들리는 희한한 경험이었다.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앞으로 가서 택시를 탔다. 가격을 흥정하려니 그가 미터기를 가리키며 주인이 말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언급하기에 안심하고 택시에 올랐다. 그는 타지에서 와 이년동안 택시기사를 하고 있었다. 동전을 마다하니 그는 고마워했고 건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떠났다.
건물로 들어서는 것쯤이야 유럽의 아파트를 알기에 별거없다고 생각했다. 에어비앤비가 아니니 누군가 기다려 줄것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