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2023년도는 다이어트의 해였다. 그렇다고 엄청 드라마틱하게 뺐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인생 최대로 13킬로를 운동과 식단으로만 빼게 되었다.
살을 빼고 6개월 동안 유지하면서 지내다가 운동이며 다이어트며 모든 것을 놓는 순간이 있었는데, 내게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동반이 되면서 모든 것을 손 놓게 되었다.
수많은 유튜브에서 보면 우울할 때 제일 좋은 것이 운동이라고 얘기한다. 나도 물론 그걸 안다.
우울증이 제일 심했을 당시에도 알았지만 시작하질 못했다. 가벼운 걷기라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내 몸을 누가 잡아두는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못하기 시작한 기간이 정확히 6개월.
아주 힘들게 1년 동안 뺐던 살은 그대로 내 몸으로 돌아왔다. 허무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무려 2년 동안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에 금방 찌지는 않을 거라고 자신했는데 내가 우울증 이 심했던 시기가 맞물려 6개월 만에 모든 게 다 원상태로 돌아가다니 이래서 PT선생님이 개인 PT를 그만둘 때 계속해서 운동을 늘 꾸준히 할 것을 강조했나 싶기도 했다.
한참 정신과를 다니던 시기에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살이 어마어마하게 찐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너무 많이 듣게 되어 나의 나약해진 정신건강을 일으킬 겸 일주일에 두 번 헬스장에 간 적이 있다. 그 당시에 평소처럼 하듯이 웨이트를 하는데 팔다리에 누가 나의 힘을 앗아가는 것처럼기본적으로 가볍게 하던 무게조차 들지 못했다.
그리고 운동을 하고 오면 그다음 날 감당할 수 없는 불안증세가 찾아와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가볍게 운동을 시작을 했었어야 했는데 내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커 예전과 난 모든 걸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욕심 냈던 것이었다.
몇 번 그렇게 바보같이 반복한 뒤로는 웨이트 운동에 욕심내기보다 가벼운 걷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더 꾸준하게 지킨 것이 있다. 가끔 괜찮으면 빼먹기도 하고 먹기 싫어서 일부러 회피하기도 했던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그 후 4개월간 이른 출근을 해서 사무실 근처 산책길을 걷고 약을 챙겨 먹으니 점점 밝아져 가는 내가 느껴졌다.
해가 쨍쨍한 길거리를 걸어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던 나에서
햇살을 느끼고 바람이 부는 것을
다시 느끼는 나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도 다시 살을 빼야 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는 받지만 이제는 운동을 반드시 해서 살을 빼야 한다 이런 강박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하기보다는 운동에 흥미를 붙이고 꾸준히 하기만을 목표로 한다. 아침에 눈 떴을 때 날이 좋으면 산책길을 가볍게만 걷고 집에 오거나, 다리에 힘이 부족해진 것 같아 다시 하체 웨이트를 하러 헬스장에 오거나.
반드시 운동을 해서 날씬해질 거야 살을 빼겠어라는 마음보다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내가 운동을 좋아지게끔 시작하자 마음먹으니 하기 싫던 하체 웨이트 운동도 내 다리에 힘차게 걸을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하니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시선을 바꿔서 내 건강 내 즐거움에 포커스를 두니 하기 싫었던 운동도 하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있다. 하루에 하나든 몇 개든 나를 스스로 칭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이렇게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 헬스장을 가네. 나 진짜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헬스장을 우산 쓰고 걸어가면서 이렇게 혼자 생각하면 무언가 내가 대단한 미션을 성공한 것 같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만 아는 나한테만 하는 칭찬이니까. 이전 글에서 운전에 대한 성취를 느꼈던 것처럼 운동도 이렇게 시작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