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간관계에 여러 가지 현타가 오면서 느끼게 된 점이 하나 있다. 어찌 보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잘 파악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나를 먼저 파악하는 것인 듯싶다. 소크라테스의 유명한 명언인 '너 자신을 알라' 이것이 정답인 듯싶다. 나 자신을 내가 가장 잘 알아야 한다. 스스로를 내가 잘 파악하고 그 무엇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인간관계를 손절하면서 느낀 게 내가 훨씬 이전부터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나는 그것을 회피하고 모르는 척했다. '에이 그래도 나를 위해서 해주는 건데 이거에 내가 기분 나빠하면 안 되지'라고 생각했다. 물론 상대의 말대로 나를 위한 것도 있었겠지만, 상대가나를 위해준다고 해서 내가 상처받아가면서까지 그 모든 말과 행동들을 견디고 감내할 필요는 없었다. 나를 위하면서도 나를 위해서 올바른 말을 해주면서도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내 주위에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일련의 일들을 계기로 나는 남을 파악하는 것보다 나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나 자신을 내가 더 모를 때가 많았다. 나의 감정과생각도 되려 내가 더 몰랐던 것이다. 그 이후로 여러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책 안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본인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을 잘 파악하고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책들을 읽으면서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내 감정과 생각을 속이기 급급했고,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내가 마치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씨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여러 불편한 문제들을 내가 충분히 감내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 이후로 내가 불편했던 사람을 손절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는 과연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인지 나는 과연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인지 내가 사람들을 대할 때 되려 어떤 실수를 하진 않는지 그거를 돌아보는 게 필요한 듯싶었다. 그래서 요즘 특히 더 나 자신을 돌아봤다. 물론 손절을 선택하기까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힘든 점이 있기에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지만, 적당한 거리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그리고 나를 잘 파악해서 내 감정과 내 생각에 대해서 확신이 있었다면 관계에서 선을 분명히 긋고 나를 보호하면서 현명히 관계를 맺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나를 잘 알면 나와 관계를 맺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파악이 쉬웠을 것 같다. 그리고 내 생각과 감정도 좀 더 그들에게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딪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불편해지고 싶지 않아서. 피곤해지기 싫어서. 지속적으로 불편한 감정과 불편한 느낌이 있었어도 그것을 '좋은 게 좋은 거지'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회피하면서 되려 내가 모른 척했다. 그것이 결국엔 독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무엇보다 나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감정이 피곤해. 이런 상황이 피곤해. 회피하기보다는 이제는 정면으로 맞닥뜨려보려고 한다.상대방에 문제만 지적하고 파악하기보다 나는 되려 문제가 있는 점이 없나. 나는 앞으로 내가 만들어가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것을 먼저 돌아보려고 한다.
누군가가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가치를 논하는 것에 상처받았으면서 혹여나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하고 있진 않는지.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 그 사람에 대한 단정을 하진 않는지. 내로남불 하고 있진 않는지. 관계에서 내가 받아가며 느꼈던 스트레스와 상처들을 혹여 내가 하고 있진 않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