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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Jan 12. 2024

단편소설

10. 자유의 종소리

  6․15 남·북 정상회담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남·북 장성 급 회담의 합의가 2004년 5월 26일 이루어졌다. 그 결과로 비무장지대에서 선전수단을 제거하기로 함으로써 휴전 이후 남·북간에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심리전 활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철원읍 산명리 위치한 심리전 부대는 평소에는 무엇을 하는 부대인지도 모르던 것이 6․15 남북 정상회담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부대가 되었다. 전방연대 정보과장 공승현 소령은 연대 경계 책임구역 내에 위치했기 때문에 연대장 철책선 순찰 때 지휘차량 안에서 이정표만 보고 지나쳤다.

그 부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한 번도 그 부대를 방문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상호 심리전 중단과 선전 수단을 철거하기로 장군들이 합의했다. 연대장실 당번병 김 병장의 전화가 왔다.

  “정보과장님, 연대장님이 찾으십니다.”

 공 소령은 2 층 연대장실로 갔다.

  “충성! 정보과장입니다. 찾으셨습니까?”

  “들어와.”

  “예, 연대장님!”

  “남북 장성회담의 합의결과로 전방에 설치된 대북방송 확성기 철거를 한다는데 심리전단에 가서 철거계획 수립했으면 한부 복사해서 사단장님께 보고할 수 있게 준비해.”

   “예, 알겠습니다.”

 공 소령은 1/4톤 지프차를 타고 신병교육대 앞 대광다리를 건너고 독서당리 6 초소를 지나 심리전 부대로 갔다. 심리전단 위병소에 도착했다. 위병 근무자에게 전방연대 정보과장이라고 말하고 작전과에 용무가 있어서 방문했 고 위병일지에 기록하고 통과하였다.

심리전단은 국방부 직할부대라서 열쇠 모양의 부대마크를 전방 근무자도 근무할 때만 달고 휴가, 외박 때는 부대 앞 만물상회에서 열쇠 사단 마크를 떼고 국방부 표시하는 비표만 부착하고 서울로 향했다. 국방부는 헌병들이 검문을 안 한다고 소문이 났다. 물론, 헌병들이야 공정하게 검문검색 한다고 하겠지만 심리전단 대원들은 국방부 비표를 그렇게 믿고 있었다. 심리전단 지휘 통제 실로 갔다.

   “충성!  작전장교 연영흠 대위입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전방연대 정보과장 공 소령이오. 상급부대에서 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다는데 심리전단의 철거계획 있으면 한 부 복사해 연대장님 보고 드리려 왔어요.”

  “예, 그러시면 작전과장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작전장교의 안내로 작전과장실로 갔다.

  “충성! 전방연대 정보과장 공 소령입니다!”

  “연대장님이 대북확성기 철거계획 한 부 얻어오라고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그래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차나 한잔 마시면서 얘기합시다.”

  “철거계획 수립하였지만 우리도 심리전단장이 합참의장님께 보고하고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니라서 줄 수가 없어요.”

   “비록 초안이지만 최소한 Ⅲ 급 비밀 수준에 속하는 문건이라서 복사가 안 되니 돌아가 연대장님께 잘 말씀드려요.”

  “예, 알겠습니다. 작전과장님은 여기에 오래 근무하셨나요?”

  “1987 년도에 소대장 마치고 중위로 이곳 심리전 부대에 전입 후 타 부대는 정보학교교육생 이외 가본 적 없이 22 년째 근무 중이요.”

  “그러시면 심리전이나 대북방송에는 대가시겠네요?”

  “뭐 대가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합참 민사 전사령부나 정보학교 심리전 교관도 수시로 자료 얻으러 찾아오곤 하지요.”

  심진섭 중령은 얼굴에는 구례나루가 많고 예전에 이름 날린 고문기술자 이 근안 처럼 몸집이 좋았다. 외모로만 봐서는 유도 몇 단은 되는 모습이었다.

  “공 소령! 미안하지만 대북 확성기 철거계획은 대외비라 복사해 줄 수 없네. 심리전단장님이 전방 사단장님께 보고드릴 때, 각 연대장님들도 참석하시게 할 테니 가서 연대장님께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겠군.”

  “예, 알겠습니다.”

  공 소령은 심리전단 정문을 나서 용강 물골을 지나서 열쇠전망대로 향했다. 대북방송을 하던 확성기의 스피커를 바라보았다. 심리전단에서 철거계획을 얻어오지 못하였다고 보고를 받자 연대장 표세연 대령은 눈썹이 일그러졌다.

  “야, 너 정보과장 맞아?”

  “연대장님, 제가 노력은 했으나 심리전단에서 대외비라고 복사 안 해주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우리 연대가 전방을 담당하고 있지만 대북선전에 관련된 대형 확성기나 전광판, 선전탑 모두 심리전단 재산입니다. 너무 조급 하게 생각 마시고 심리전단장이 사단장님께 보고할 때 연대장님도 배석하시면 됩니다.”

  “ 공승현, 넌 소령씩이나 달고 일하는 것이 어찌 그 모양이냐?”

  “심리전단 작전과장이 안된다고 하면 그 밑에 실무자라도 목을 비틀어서라도 가져와야 참모지 참모라는 놈이 전방까지 갔다가 빈손으로 와서 그 부대서 안 준다고 보고하면 다야?”

  “죄송합니다.”

  “소방관이 불을 끄러 가서 화재진압 못하고 오면 그게 소방관이야?”

  “너, 다시 가서 대형 확성기 일자별로 하루 몇 대씩 어떻게 철수하는지 알아 와!”

  “예, 알겠습니다.”

 연대장실 밖으로 나온 공 소령은 담배를 한대 입에 물었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정보장교 윤 정원 중위가 다가왔다.

  “과장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연대장님이 심리전단서 대형 확성기를 언제 철거하는지 철거 계획을 알아 오라는 거야.”

  “심리전단 정보장교가 제 동기입니다. 제가 가서 알아오겠습니다.”

  “거기 작전과장이 심 중령인가 산적처럼 생긴 사람이 안 된다고 하던데.”

  “예, 심리전단 불곰이라고 무식하게 생긴 중령이 있습니다만 동기가 정보장교니 정보과에 같은 문서 있으면 한부 복사 해 오겠습니다. 과장님 차량 배차나 신청해 세요.”

  “그래, 알았다.”

정보장교 윤 중위가 심리전단 정보장교 강영수 중위에게 전화를 하였다.

  “중위, 나 윤정원이다.”

  “그래, 오랜만이다, 웬일이냐 이렇게 전화를 다 하고?”

  “우리 퇴근해서 백마순두부에서 소주나 한잔 하자.”

  “그래, 좋지. 그런데 정말 무슨 용무가 있는 것이야?”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전방의 대형 확성기 철거하는 대략적인 계획이나 알려주라. 내가 연대 정보장교니까 통문 출입 작명 미리미리 준비해야 심리전단에서 작업 잘할 것 아니냐?”

  “알았어.”

백마 순두부집에는 동네 사람들이 두부찌개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정원 중위, 반갑다!”

  “강 중위, 이게 얼마만이냐?”

  “한 지역에 근무하면서 부대가 다르다고 동기생이 너무 무심하게 지냈구나.”

  “네가 바쁘니까 그렇지.”

  “아니야, 심리전 부대가 뭐 하는 부대인지 모르니 네가 더 바쁜 거야.”

  “뭐로 할까?”

  “두부전골에 소주나 한잔 하자.”

  “그래 좋아.”

  “아주머니 여기 두부전골 2 인분에 소주 3 병 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빨리 드리지요”.

  “대북방송 확성기 전광판 철거하고 나면 심리전 부대가 해체되는 것 아니냐?”

  “나도 그게 걱정이다.”

  “내년에 전역하는 놈이 여기 그냥 있다가 제대해야지 이제 부대 해체 되어 딴 부대 가봐야 업무 파악하다 보면 전역 일 다가오겠지?”

  “부대가 조정되어도 정보장교야 그냥 두지 않겠어?”

  “그야, 모르지 칼자루 쥔 놈이 누구냐에 따라왔다 갔다 하는 거겠지.”

  “그래 요즘 군대가 군대냐?”

  “완전히 정치꾼 시녀라고나 할까?”

  “원래 군대가 정치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지.”

  “그래서 군인은 정치가가 한번 쓰기 위한 도구야. 정치 목적으로 전쟁 일으키면 나가 싸우는 것이 군대지. 고지가 저기인데 정치가가 휴전하라고 하면 그 선에서 휴전하는 것이 군대고.”

  “그래, 그건 네 말이 맞다.”

  “그런데, 왜 바쁘신 연대 정보장교가 허름한 심리전 부대 정보장교를 만나자는 거야?”

  “응, 우리 정보과장이 심리전단 대형 확성기 철거하는 계획을 한 부 얻고자 작전 과장 심 중령을 만났는데 대외비라고 안 주더래.”

  “연대장은 대북확성기 철거계획 못 얻었다고 정보과장 야단치고.”

  “우리 공 소령님, 너도 알다시피 남에게 아쉬운 소리 절대 못하는 분 아니니, 그래서 내가 동기생 너를 믿고 제가 한번 구해 오겠습니다. 차량이나 조치해 주세요. 해서 이렇게 왔다.”

  “그래? 그게 뭐 대단한 비밀이라고 안 주지, 석간신문에 다 났는데.”

  “아주머니, 혹시 석간신문 있어요?”

  “예, 갔다 드리지요.”

  “여기 봐라, 남북 상호 간 비무장 지대 내에서 선전수단을 철거하는 일정이 6월 15일부터 30일까지 제1 단계로 엠 디엘(M D L) 표지 빵 빵 빵 일 번(0001)부터 일백 번(0100)까지, 제2 단계는 7월 1 일부터 7월 20 일 사이에 백 일 번부터 천 번(1000)까지, 제3 단계는 7월 21 일부터 8월 15일 광복절까지 동해안 최북단 마지막 엠 디엘 표지까지 하기로 되어있고 확성기 사진까지 나와 있다.”

  “야, 정말이네. 한심하다 군인이 군부대에 자료 얻으러 가면 대외비라고 안 된다고 하고 언론에는 이렇게 사진까지 나다니.”

  “야, 그게 요즘 언론에서 주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아니겠어?”

  “야, 연대 이하에서 국가 기밀을 누설하면 얼마나 큰 기밀을 누설하겠어?”

  “다 국방부, 합참 높은 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큰 일 다 저지르고 연대 보안감사 한다고 소지품 검사나 하고 책상에 전화번호 부착을 보안 위반이라고 지적이라고 하면서.”

  “억울하면 출세하라 그런 말이 있지?”

  “빨리 진급해서 높은 부대에 가서 근무해라.”

  “난 어차피 단기복무자니 여기서 그대로 있다가 제대하게 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이놈의 남․북 장성회담 합의에 따라서 내 운명이 대북 확성기나 전광판 신세가 되었다.”

  “솔직히 대형 확성기 다 철거하고, 전광판 철거 하고 나면 심리전 부대 할 일 없으니 인원 감축 하거나 부대규모 축소시키고 떠나라고 하면 가야지 별 수 있겠어?”

  “야, 이 석간신문 나가서 한부 사와, 그리고 잘 오려서 과장님께 군대용 보고서로 다시 작성하면 심리전단서 복사 안 해준 대외비와 똑같은 보고서 된다.”

“확성기 사진 스캐너로 떠서 편집하면 정말 멋있는 보고서 될 것이다. “

 “심리전단 보고서 보다 사진 있으니 더 진짜 같겠다.”

 “그래도 연대장 눈높이 맞추게 심리전단 보고서 한 부 복사해 주겠니?”

 “그러지 뭐, 신문에 이렇게 난 것을 복사 못해줄 이유가 뭐겠니?”

심리전단 중위는 자기 부대 정보과로 전화를 하였다.

 “통신보안, 정보과 상병 김진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래, 나 정보장교 중위다.

  작전과에서 어제 업무보고 참모처리로 넘어온 것 알고 있지? “

 “예, 알고 있습니다.”

 “한부 복사해서 봉투에 담고 스카치테이프로 봉인해서 위병소로 내려 보내.

그러면 내가 위병소에서 찾아갈게. “

 “예, 알겠습니다.”

중위가 1/4톤 차를 타고 위병소에 가서 문건을 가져다 내밀었다.

 “야, 이거 동기니까 주는 건데, 절대 출처 노출해서는 안 된다.”

 정보과장님 보고서 만들고 나면 이문건은 세 절 시켜 버려. “

 “그래, 알았다.  중위 전역하는 것에 문제없게 해 줄게. 정말 고맙다.”

 정보장교 윤정원 중위가 가져온 석간신문과 심리전단 보고서 사본을 재편집해서 연대장 표세연 대령에게 보고 하였다.  좋아하는 스타일 한 장에 20 줄 이내의 내용 줄글과 표가 적당히 섞인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정식 제목은 「6․15 장성회담합의에 따른 확성기 철거계획 보고」라고 하였고 겉장에 위장 명칭으로 「앵무새 보고」로 하였다. 연 대장이 사단장 최상돈 소장에게 보고하였더니 사단장은 흐뭇해하였다.

  “표 대령은 이런 전략적인 내용을 어떻게 알아냈나?”

  “예, 사단장님, 연대 작전지역 내에 심리전단 기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연대 정보과장이 심리전단 작전과장 만나서 얻어낸 자료를 기초로 사단장님 보시기 좋게 편집하였습니다. “

  “적시 적절한 보고 잘해주어 고맙고, 심리전단 대형 확성기 철거 완료할 때까지 안전사고나 인원 보안사고 발생하지 않게 통문 개방을 신축성 있게 운영하시오.”

  “예, 사단장님 지침대로 적극 조치하겠습니다.”

  6 월 15 일부터 연대 전방지역의 대형확성기를 철거하였다. 국내외의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백마고지 전방의 확성기 철거 장소로 모여들었다. 심리전단 3 중대장 박 영원 대위와 작전과장 심 진섭 중령은 기자들 인터뷰 예행연습을 하였다.

  “ Y T N의 김형진 기자입니다.”

  “역사적인 대북 확성기와 전광판을 철거하는 소감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예, 저는 중대장 박영원 대위입니다.

  중대장의 입장에서 보면 임무가 중단되고 정든 장비를 뜯어내는 것이 가슴이 아프지만 국가적으로 남북한이 좀 더 화해협력을 한 차원 높게 하는 과정이고 크게 보아 통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

  “조국일보의 김민기 기자입니다.

  하루에 몇 개의 대형 확성기를 철거가 가능합니까? “

 “예, 비가 오지 않고 날씨 좋은 상태가 계속되면 일일 평균 4 개 정도의 확성기와 전자장비 철거가 가능합니다.”

 “언제 가지 다 끝이 납니까?”

 “예, 남․북 장성 합의서에 명시된 8 월 15 일까지 다 끝내려고 합니다.”

 “일본 N H K의 야마모토 기자입니다.”

 “북조선도 함께 철거합니까?”

 “예, 남과 북이 동시에 실시하고 거의 같은 시점에 종료되도록 할 것입니다.”

한바탕 기자들의 취재가 끝나고 병사들과 심리전 부대의 간부들이 각자의 임무에 맞추어 대형 확성기 스피커 혼과 앰프시설, 스피커 연결선을 제거해 나갔다. 정보과장은 야간에 20 시부터 02 시 사이 불시(不時)의 시간에 철책을 순찰을 돌고 다음날 연대장에게 순찰결과를 보고해야 했다. 6 월 15 일은 백마고지 우측 용강 물골 쪽의 소초를 순찰 돌았다. 소초 한쪽에 심리전 부대 대북 확성기 방송병사 두 명이 TV를 보고 있었다. 평소에도 뭐 하는지 알 수 없는 놈들이었는데 방송장비 마저 철거하고 나면 정말 할 일 없는 병사들이다.

 “야, 방송병사?”

 “예, 일병 이태현!”

 “너 말고 선임?”

 “예, 병장 안성용!”

 “확실히 병장이라 느긋하군.”

 “너 방송장비 뜯어내면 뭐 하냐?”

 “본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합니다.”

 “정보과장님, 23 시 30분에 자유의 소리 방송 마지막 고별 방송이 있습니다.

 함께 청취하시겠습니까? “

 “그래, 역사적인 순간이 되겠군.”

마지막 방송이라고 하니 웬 지 가슴이 뭉클했다. 여군 방송요원 김희선 중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북한군 하․전사 여러분!”

 “여러분에게 그동안 국내외의 주요 뉴스와 동포 소식을 전해주고 여러분의 마음을 위로해 주던 자유의 종소리 방송이 오늘로 마지막 고별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상호 방송을 하거나 선전탑 송신을 하지 않기로 하여 오늘이 그 마지막 방송이 되겠습니다.”

 “음악 한곡 보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북한 가요 휘파람입니다.”

         (휘파람 선곡 방송)

  “여러분 잘 들으셨습니까?”

  “휘파람은 청춘 남녀의 가슴을 울려주는 곡이지요.”

  “우리 자유의 소리 방송은 1953 년 7 월 27 일 휴전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여러분과 함께 해왔습니다.”

 “기쁜 소식, 슬픈 소식 모두 언젠가는 우리 동포 하나가 되어 다 알아야 할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다음은 남한에서 유행하는 댄스곡 김 현정의 「멍」입니다.”

 “사랑하는 애인을 정말 사랑하는데 내 마음을 몰라주니 화가 난 서 토라진 모습으로 가슴에 멍든 것을 표현한 곡입니다.”

 “여러분, 어깨가 절로 흔들리고 밖으로 뛰어나와 신나게 흔들고 싶지 않으세요? 오늘은 시간이 다른 날 보다 짧게 편성되어 여기서 작별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마지막 곡으로 보내드립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선곡 방송)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끝나고 스피커방송 전원도 꺼졌다. 전광판의 내일의 날씨도 꺼져 정적만 흘렀다.

   우리 남쪽의 방송장비를 다 철거한 8 월 15 일 북한 쪽의 철거하지 않은 대남 스피커에서 적기가(赤旗歌)가 흘러나왔다. 이어서 김일성, 김정일 찬양조의 대남방송이 흘러나왔다.

전방 중대와 대대 상황실에서 연대, 사단, 군단, 군사령부로 적기가 대남방송 청취보고를 하였다. 19 시 20 분부터 21 시 30 분까지 2 시간 10 분이나 북한의 노래가 전선지역에 울려 퍼졌다. 이 정도면 우리도 방어 음악방송을 해야 할 텐데 우리는 이미 방송장비를 다 철거하여 방송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북한이 내보낸 대남방송을 들었다고 상황보고 해도 상부에서는 어느 누구 하나 관심 가지고 대응방송을 해야 하니 철거된 방송장비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대령이나 장군이 없었다. 북한 노래를 청취했다는 상황보고가 말단에서 상부로 보고되는 중간인 사단, 군단, 군사령부 중 어느 제대에서 보고해 봐야 대응 조치가 없을 것이니 문제화시키지 말라고 보고에서 지휘통제실장 직권으로 삭제하거나, 정보참모, 작전참모 선에서 누락시켰는지도 모를 일이다.

  8 월 15 일이 지나고 9 월이 되었다. 철원평야에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여기저기 트랙터가 논을 가르며 탈곡을 하였다. 철책에서 병사들은 대북확성기 방송장비를 철거한 이후 공황(恐慌) 현상이 생겼다.

 야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북한 인민군 하․전사나 전방지역 주민 대상의 자유의 소리 방송을 들으며 경계근무 시간을 졸지 않고 버텼는데 지금은 아무런 버틸만한 수단이 없다. 일상적인 중대장, 소대장 경계근무 졸지 말고 잘하라는 말은 학생에게 공부 잘하라는 부모의 잔소리처럼 들렸다. 초소에서 멍하니 전방만 바라보고 30분만 있어 보라 1 시간 지나면 졸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 된다. 순찰 도는 중대장 소대장에게 졸다 걸리면 다음날 군장 보행 벌 받으면 그만이다. 10 월 1 일 국군의 날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햇볕 정책을 강조했다. 경축사 분위기는 곧 통일이 다가오는 듯했다. 10 월 2 일 아침에 전방대대 철책선이 40 × 40 ㎝로 절단되었으며 그것도 남쪽 철책, 북쪽 철책 모두 절단되었다는 것이다. 즉시 연대 기무반장 김성태 대위와 철원경찰서 정보과 박재범 경사와 전방으로 갔다. 철책은 예리한 절단 도구로 일직선으로 40 × 40 ㎝로 절단되었으며 절단 방향은 북에서 남으로 절단하였고 족적(足跡)은 남에서 북으로 나 있었다. 기무반장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정보과장님, 대공 용의점이 있다고 봐야지요?”

 “예, 일단 북에서 남으로 침투하였든 남에서 북으로 월북하였든 대공 용의점이 있다고 봐야지요.”

 “우리가 최초 보고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우리 세 명의 운명이 왔다 갔다 하겠어요.”

 “있는 그대로 분석하고 상급 부대에서 맘에 안 들면 중앙 합신조 불러달라고 하겠지요.”

 “글쎄, 있는 그대로 남침흔적이라고 분석하면 「진돗개 하나」 발령하고 작전지역 내에서 거동 수상자를 빨리 체포하면 다행이지만 못하면 우리 정보 분석조 얼마나 원망하겠어요.”

 “그렇다고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분석했는데 나중에 월북자 사진이 전단으로 날아오거나 후방 지역에 간첩이 나타나 활동하면 더 우리는 큰 죄를 짓게 되는 거지.”

 “어떻게 보고 해야 우리가 후세 정보 분석조의 올바른 평가를 받을지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이런 때일수록 원칙에 입각해 기초에 충실한 보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정보장교, 정보과장, 기무반장 노릇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어요.”

 “이런 일 발생하면 정보 분석조 직위는 목숨 걸고 일해야 한다니까.”

 “하 경사님! 이 지역에 오래 근무하셨으니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요?”

 “예, 한 십 년 전에 70 ×70으로 절단되어 그때도 북에서 침투한 것으로 분석되어 「진돗개 하나」 발령하고 작전을 하였으나 간첩은 잡지 못하고 한 열흘 병력들만 고생하고 「진돗개 하나」 해제된 적이 있습니다.”

 “이 철책선 절단은 절단기 자른 각도가 북에서 남으로 절단되고 족적(足跡)은 남에서 북으로 나 있으니 고정간첩 남에서 북으로 대동월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또 한 가지는 민경대대나 북한 정찰조들의 담력훈련을 실시하였는데 전방 G. P까지만 갔다 오라고 한 것을 영웅심을 발휘하여 G. O. P까지 절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듭니다.”

 “지난 6 월 15 일 이후, 대북 방송장비 다 철거해 G. P 전방 매복도 자고 G. O. P 선상에서 자고 모두 자니 담력훈련 하는 민경대대 요원이나 정찰병은 정찰훈련하고 관찰묘사 할 만한 거죠.”

 “이번 분석 보고는 어떻게 쓰든 간에 우리 세 명은 처벌받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우리 세 명의 지혜를 모아 합 신 조 서 작성합니다.”

 “제가 백지에 초안을 쓸 테니 기무반장과 어 경사가 문맥과 용어를 수정해 주기 바랍니다.”  

  

                        합 신 조 서(최초보고)

1. 개요

   2004. 10. 2(일)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일대 XX사단 000 연대

   3 대대 G. O. P 철책선이 40 ×40으로 절단된 것에 대한 정보 분석조

  최초 보고 임

2. 내 용

  가. 경위

     2004 년 10월 2일 06시 30분경 XX사단 000 연대 3 대대 9 중대장

     대위 최 성현 외 2 명이 순찰 중 철책선이 40 ×40으로 절단된 것을

     발견 보고하였음.

  나. 현재까지 조치

    - 06: 40 상황보고(대대-연대-사단-군단)

    - 07: 00 정보 분석조 현장 도착

             연대정보과장 소령 공 승현 외 2 명(기무, 경찰)

     - 07:00~08:00 현장조사 및 정보 분석

     - 08:00 군단/사단 진돗개 하나 발령

3. 분 석

  가. 긍정적인 면

     철책선이 북쪽, 남쪽 철책선 모두 절단된 점과 족적의 방향이 남에서

     북으로 난 점은 대공 용의점 있음

  나. 부정적인 면

     사람이 통과하기 힘든 40 ×40의 절단과 현재의 정치 상황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에서 북한이 간첩을 침투시켜 모처럼의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해치려 하기 어려움

  다. 종합분석 및 비교

     -철책선이 북 책, 남 책 모두 같은 크기로 절단(긍정)

     -적이 남에서 북으로(긍정)

     -정치 사회적 분위기(부정)

     -절단 모양으로 보아 대공 용의점 충분히 있으며 족적이 남에서 북으로 생긴 것을 북에서 남으로 생긴 족적을 지우고 위장하여 남에서 북으로 다시 만들 가능성 배제할 수 없음. 또한 북에서 내려와 철책 절단까지만 하고 남에 활동하던 고정간첩을 대동 월북하였을 가능성도 고려될 점 임.

4. 결론 및 분석자 인적사항

  상기 철책선 절단은 대공 용의점 있으므로 진돗개 하나 발령이 필요함. 끝.

<정보분석 관련자>

     -연대정보과장      소령 공승현 (서명)

     -기무부대 기무반장 대위  보수 (서명)

     -506 정보부대      소령 최기전 (서명)

     -철원경찰서 정보계 경사 박재범 (서명)

     -국가정보원        4 급 유 문환 (서명)

최초 합신 조서가 FAX로 전방 대대에서 연대-사단-군단으로 전송되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당으로 이동하는데 대대에서 정보과장을 찾았다.

정보과장님, 군단작전과장 전화입니다. 급하다고 했습니다.

 “충성! 연대 정보과장 공승현 소령입니다.”

 “공 소령, 난 군단 작전참모 최우혁 대령인데 정말 대공 용의점 있어?”

 “예, 그렇습니다.”

 “뭐, 40 바이 40인데 사람이 침투하거나 월북하기 힘든 크기 아니야?”

 “예, 일반인은 몰라도 특수훈련받은 인원은 가능한 크기죠.”

  “최초 정보 분석조 보고가 합참의장님이나 국방부 장관님께 보고해서 분석 잘못하였다고 할까 봐 군단장님이 걱정이 많다.”

  “그럼 저보고 최초보고를 어떻게 정정하라는 뜻입니까?”

  “그러니까 작전에서 군단 내 병력, 총기 이상 유무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하였으니 우리 군단 인원과 총기 이상 없으면 민간인이 월북한 것으로 추정하면 안 될까?”

  “과장님 작전이나 잘하세요, 정보의 일은 정보가 합니다.”

  “일단 이번 사건의 대공 용의점은 100 % 있다고 확신합니다.”

  “어이, 정보과장, 군단장과 참모장 그리고 작전, 정보참모 모두 최초보고를 보시고 놀란 표정이기에 알려주는 것이야.”

  “맘에 들고 안 들고는 높은 분들 생각의 자유입니다만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상황은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조치해야지 어떤 사심이나 정치적 욕심이 끼어들면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기무반장이 옆에서 공 소령과 군단작전과장 통화를 듣고는 한마디 하였다.

 “과장님, 이 놈의 나라 군대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입니다.”

 “전방의 대북 확성기 방송장비 다 뜯어내고 G. O. P 철책선 근무자 다 졸고, 대공 용의점이 있다고 분석 보고하면 높은 분들 얼굴 표정 보고 뜯어고쳐 다시 보고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보면서 계속 군복을 입어야 하나 의문입니다.”

 “점점 군인 노릇 하기 힘든 세상이고, 특히 정보장교는 정말 일 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어이 정보 분석조의 최초보고가 미흡했다고 판단하여 중앙 합신조가 출동했다. UH1H 헬기로 서울에서 전방 대대로 온 것이다.

중앙 합신조의 분석 결과와 우리 연대 정보 분석조 최초 보고가 많이 틀릴 때는 우리는 문책받을 각오를 해야 했다.

중앙 합신조는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중앙 경찰청과 합참에서 각각 그 분야의 베테랑들로 구성된다.

중앙 합신조 요원이 물었다.

 “정보과장, 절단방향이 어느 쪽이야?”

 “예, 북에서 남쪽 방향입니다.”

 “이유는?”

 “절단기에 의해 절단된 단면 빗살무늬가 북에서 남쪽으로 힘이 실린 무늬입니다.”

 “족적은?”

 “족적은 반대로 남에서 북쪽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예, 남한의 고정간첩을 월북시켰다고 볼 수도 있고 북한의 민경대대나 정찰대의 담력 훈련으로 철책 절단 하고 왔다가 가면서 족적만 북으로 향하게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40 ×40으로 침투한 사례가 있었나?”

 “예, 과거 광천사건 때에 김포의 용화사 옆 감 바위로 월북할 때의 철책선 40 × 50 정도로 아주 작게 하고 넘어간 사례가 있습니다.”

 “군단장님 말씀이 이쪽 군단이나 사단의 병력과 총기 숫자는 이상이 없다고 하시던데 그래서 민간인 월북으로 결론 맺으려 하는데 이의 없으십니까?”

 “국가정보원 출신과 정보사령부의 분석관이 그렇게 한다니까 모두들 동의했다.”

 중앙 합신조가 전방을 다녀오고 국방부 대변인 발표가 있었다.

  K B S, M B C, S B S 뉴스에서도 국방부 대변인의 민간인이 월북한 것으로 발표하는 보도를 계속 인용 보도하였다. 과거 몇 년 전에도 여자가 월북기도를 하였던 사례가 있었다고 앵커의 언급이 있었다. 정보장교 윤 정원 중위가 뉴스를 보다가 속이 터져서 못살겠다고 정보과장에게 술 한 잔 사달라고 전화를 하였다. 대광 역 근처 대광 보신탕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왕 술 마시는 것 정보 분석조 다 모이자고 해서 연대 기무반장, 경찰서 정보계장 모두 모이게 하였다.

 “과장님, 중앙 합신조 권위 있는 줄 알았더니 개뿔도 아닙니다.”

 “원래 개에는 뿔이 없다!”

 “하-하-하-”

 “아니, 내 말 좀 들어봐요. 훈련받은 군인도 40 ×40으로 빠져나가기 힘들 텐데 민간인이 그런 곳으로 월북했다고 하면 지나가는 소가 다 웃을 소리지.”

 “오죽하면 그런 궁색한 결론을 내렸겠어요.”

 “북한에서 침투한 흔적이라고 결론 내리면 청와대와 국가 안전보장회의에서 가만히 안 둘 것이고 군인이 월북했다고 하자니 군단 사단 병력과 총기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니 막연하나마 민간인 월북으로 일단 발표해서 꿰맞추기 하는 거지. 국방백서에 주적개념을 빼자는 국방장관에, 그 말씀이 지당하다는 장군들이 포진한 상태에서 북한군은 절대 침투 안 한다고 국방위원장이 약속했다는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각오로 침투 발언을 하겠어? 북한의 민경대대나 정찰대의 담력훈련이라고 결론 내리면 군대 꼴이 말이 아니겠다 이거지.”

  “정치적인 계산과 군대 체면 어느 정도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점이, 민간인이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 생각한다.”

  “과장님 속상한 말씀 그만하시고 술이나 드시지요?”

  “그래요, 다 같이 잔을 들어요. 정보 분석조 우리의 단결을 위하여  건배를 제의합니다.”

  “위하여!”

  “위하여!”

  “과장님, 심리전 부대의 정보장교와 군수장교가 전출을 간다고 인사하러 온다고 합니다.”

  “어디로 가는데?”

  “정보장교는 정보학교로, 군수장교는 부평에 있는 3 군지사로 가는 모양입니다.”

  “아니, 중위 대위들이 부대가 해체되는 것도 아닌데 왜 떠나지?”

  “심리전단장 서 원석 대령에게 밉게 보여 고기심 죄로 부대를 떠나는 모양입니다.”

  “중위, 대위들이 밉게 보일 일이 없을 텐데.”

  “정보장교는 지난번 연대장에게 보고한 대북 확성기 철거계획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게 그리 큰 문제가 되었나?”

  “대북확성기 철거계획을 복사해 준 것을 알게 되어 고기심 죄가 컸다고 합니다.”

  “심리전단장 서 원석 대령이 사단장님께 보고하러 갔는데 사단장이 모르는 척하고 보고를 받으셔야 하는데 이미 보고받아 알고 있으니 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해서 심리전단장이 화가 나서 누가, 언제, 어떻게 대북확성기 철거계획을 사단장에게 보고하였는지 조사하라고 하였답니다.”

 “작전과장 심 중령이 위병소 출입 일지 조사하고, 사단 비서실에다 물어보고 우리 연대장 표 대령이 보고한 것으로 되어 최 기철 중위가 복사한 것을 정보과 병사가 진술해서 그 병사는 휴가 가고 최 중위는 심리전단에 근무할 자격이 없는 놈으로 평가되어 전출가게 되었습니다.”

  “정보장교는 그래서 간다고 치고 군수장교는?”

  “군수장교는 그 부대의 각종 예산사업 중에서 6․15 장성 회담의 후속조치에 의거 방송중단과 관련된 예산은 모두 반납처리 건의하였는데 심리전단장 서 원석 대령과 작전과장 심 진섭 중령이 예산을 전용해서 영내 C. C. TV 설치, 면회시설 개선, 화단 정리, 정원분수대 만들기 등등으로 예산집행 하는 것을 군수장교 자기는 동의할 수 없다고 군번도장 찍을 수 없다고 술좌석에서 말한 것이 괴심 죄에 해당되어 떠난다고 합니다.”

  “그건 군수장교 말이 맞을 텐데.”

  “방송이 중단된 이후 거기에 해당되는 예산은 반납하는 것이 정상이지.”

  “만약에 사용하려면 예산항목 변경승인을 받아 사용해야지, 실무자나 지휘관이나 차후예산회계 감사에 이상이 없는 것이야.”

  “요즘처럼 예산 투명성 강조하는 시국에 예산 전용은 목이 열개라도 부족하지”.

  “그러나 심리전 부대는 국방부 직할기관이고 과거 수십 년 동안 중앙정보부, 국가 정보원으로 이름만 바뀐 부서의 정보예산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런 절차 없이 사용해도 된다고 합니다.”

  “야, 정말 훌륭한 부대이고 눈먼 돈이 많은 부대구나.”

  “나도 정보과장 마치면 계획인사인데 심리전단으로 분류하라고 육본에 말해봐야겠다.”

 10월 초의 철책선 절단 사건으로 11 월 1 일부터 일주일 동안 합동참모 본부 특명 검열단이  전방사단을 점검하였다.

결과는 경계태만으로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보직 해임과 연대장은 상급부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가 견책으로 처리되었다.

 한 차례 회오리바람이 지나가고 열흘쯤 되었을 때, 심리전단에서 전화가 왔다.

  “통신보안, 정보과 윤정원 중윕니다!”

  “야, 나 심리전단 최기철이야!”

  “그래, 전출가게 되었다면서?”

  “그래, 그래서 오늘쯤 정보과장님 인사나 하고 떠날까 해.”

  “과장님 오후에 시간 약속 있는지 확인해 줄게.”

  “과장님, 심리전단 최기철 중위가 과장님 퇴근 후에 시간 약속 있으신지 물어봅니다.”

  “특별한 약속 아직은 없다고 해.”

  “야, 과장님 약속 없으시다.”

  “그래, 그러면 백마 순두부에서 저녁 6 시 30 분에 만나자.”

  “군수장교도 함께 오는 거지?”

  “그래, 기 중위도 함께 갈게.”

백마순두부는 오늘도 손님이 많았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과장님!”

  “우리 다섯 명 예약하였는데.”

  “예, 안방에 준비하였으니 안으로 들어가세요.”

  “충성, 과장님! 선배님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인사도 못 드리다가 간다니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래, 같은 작전지역 내지만 부대 성격이 다르다 보니 이렇게 살아왔구나, 나도 선배로 정말 미안하다.”

  “인사해, 이쪽은 기무반장 이 보수 대위야.”

  “충성! 처음 뵙겠습니다.”

  “충성! 반가워요.”

순두부 전골을 가운데 놓고 다섯이 둘러앉았다. 연대정보과장, 정보장교, 기무반장, 심리전단의 정보장교 최 중위, 군수장교 기 중위가 다 모였다.

  “과장님, 건배 제의하시죠?”

  “그럴까, 자 잔을 듭시다!”

  “여기 떠나는 심리전단의 두 명과 연대 정보과, 기무부대 대표가 와 있습니다.

정보장교 노릇 점점 하기 힘든 세상이 되는데 두 청년 장교의 앞날에 무운장구를 기원하며 건배를 제의합니다. “

  “위하여!”

  “위하여!”

  “이 잔은 좌익척결을 위해 좌로 한 칸 돌립니다.”

잔이 돌고 나자 기무반장이 물었다.

  “최 중위, 기 중위 내가 심리전단에 대해 정말 몰라서 묻는 말인데, 이번 방송 중단되고 나서 부대 조직이 많이 죽었지요?”

  “죽은 정도가 아닙니다.”

  “세월이 지나 누가 ‘자유의 종소리를 기억하나’ 할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완전히 심리전단장 서 원석 대령에게 아부하는 놈만 남아 있고 바르게 정직하게 일하려고 노력하는 놈은 무능한 놈이 되어 모두 떠납니다.”

  “예산도 많이 반납하나요?”

  “원칙대로 한다면 예산 거의 다 반납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논리를 찍어다 붙여 예산 다 집행해 버리고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예산만 몇 푼 반납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어요?”

  “아니, 6․15 남북 장성 급 회담의 결과 방송장비, 전광판 장비철거 했으면 이에 들어가는 정비유지비 예산 반납하는 것이 당연한데 군수장교가 반납하겠다고 보고했다가 심리전단장에게 완전히 무능하고 의욕이 없는 놈으로 찍혀 이 부대를 떠납니다.”

  “거, 참, 문제로구나.”

  “반납하는 것이 정상인데 그게 잘못이라 떠난다는 것은 뭔가 예산사용에 불합리한 점이 있는 것 같군요.”

  “그러니 누가 일을 똑바로 하겠어요?”

  “그런데도 또, 그런 곳에는 딸랑거리면서 각종 예산을 이렇게 정리하고 그렇게 정리하는 장사꾼 기질이 다분히 있는 놈들이 있어요.”

  “정말 문제야, 군인이 군인의 논리로 일하는 놈은 쫓겨 가고 장사꾼 논리로 일하는 아첨꾼들만 남아 있으니 누가 자유의 종소리를 기억하겠어요?”

   “방송장비유지비를 6 월 15 일 까지 사용한 것만 회계처리 하고 그 이후의 금액은 국고에 반납해야 할 것을 영내 주차장 만들고, 분수대 만들고, C. C. TV 설치하고, 방송 중단하였는데 방송실에서 디지털카메라 구입하고 장비현황에도 없는 복사기 구입하고 각과에 라디오 수신기 하나씩 사주었는데 어떤 과에는 소리가 나지 않아 바로 반납 교환요구 하고, 예산 100% 정리하는 놈의 지휘관이나 그렇게 해도 이상이 없다고 아부하는 놈이나 다 매국노 같은 놈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방송 중단하고, 심리전 작전을 서로 하지 않기로 장성들이 합의한 마당에 여군들 한복 옷값, 전단 작전용 옷값을 다 소모하고 심지어 정비기사들이 방송 중단하고 뭐 정비할 일이 그리 많다고 정비기사 여비까지 다 소모한 것으로 정리하였습니다.”

북이 남쪽으로 대남 방송하는 소리를 수집하라고 사준 집음 시스템을 심리전단 본부의 영내방송시설 만들고, 방송이 중단된 마당에 무슨 방송 기량을 향상하겠다고 유명한 성우, 음향기술자 초빙강연을 두 차례나 하고 정말 돈을 원 없이 쓰는 부대였습니다.

저야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후배 장교는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

정말 세상은 21 세기인데 심리전 부대는 20 세기 중엽처럼 살고 있어요. 전 군수장교 후임도 없이 떠나게 되었어요. 다음에 오는 군수장교 게 꼭 정신 차리고 장사꾼 같은 놈들의 논리에 군인의 논리가 따라가지 않게 조언 잘해 주십시오. “

  “그래, 전입 후 혹시라도 나에게 인사 오면 꼭 너의 얘기 전해주마,”

 군수장교가 전출 가고 연말이 되었다. 백마고지 인근 교회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점등되었다.

  모두들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 성과분석으로 바쁠 때, 심리전단에서 연대장 표 세연 대령과 정보과장 송 소령을 자유의 종소리 제막식에 참석하라는 초청장이 왔다.

심리전단 부대 내의 작은 동산에 6․15 남북 장성 회담에서 50 년 이상 인정 않던 해상북방한계선을 인정하고 쌍방의 선전수단을 철거하게 한 것은 심리전단의 그 간의 업적이 훌륭한 결과로 평가되어 상급부서로부터 포상금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 돈의 일부로 부대 내에 자유의 종소리 공덕비를 세우는 제막식을 한다는 것이다. 공 소령은 연대장을 수행하여 심리전단으로 갔다.

전면(前面)은 한자 예서체로 자유의 소리 공덕비라고 되어 있고 뒷면에는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누가 자유의 종소리를 기억하나!

    여기 1953.7.27 휴전협정 체결 이후 눈에 보이지 않은 싸움을 하여 오늘

    이곳에  6ㆍ15 남ㆍ북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 우리의 총칼을 대신한 확성기와

  대북 선전 전광판을 철거하였으니 대북선전대원의 뜻을 모아 공덕비를 세우다.

                             2004년 12월 31일

                      심리전  단장  대령 서원석

                      작  전과 장  중령 심진섭

                      방  송과 장  3급  박기서

                      지  원과 장  소령 최영하

                      주  임 원 사  원사 주준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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