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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괴랄랄 Feb 16. 2024

25살에 쓴 유서

며칠 전에 할머니의 영정사진이 나왔다.

그건 나에게 너무 항복의 흰 수건같은 느낌이었다.

게임에서 질 게 뻔하지만 입밖으로 내기싫은

그런 패배의 기분. 애써 외면하지만 맞닥뜨릴 진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서 사진이 보고싶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내 죽음이 다가올 때쯤이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도망치고 피하고 인정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두려움이 두려웠다.


유서를 쓰지 않으면 내 일기장이고 카톡내역이고 다 읽으려고 들텐데;; 상상만해도 끔찍. 솔직히 일기장에 욕 외에 다른 거 써있는 사람 있나요. 없잖아요. 절대. 절대 태워야함. (태울게 쥰나 많아요. 환경 호르몬 이슈로 대국민 외출금지령이 시급)


돌이켜 본 내 생은 생각보다 배울 것도 남길 것도 없이 그냥 재미만 추구한 삶이었다. 부정적이고 공격적이고 그래서 비극 역시 부정하고 공격하느라 희극의 순간들이었다.


비가 와서 짜증난다고 하늘을 야리면 뭔가가 이렇게 답했다.

비가 오면 어떤데;;

그러게 비가 오면 안좋은건가

그렇게 맞는 비는 생각보다 시원했고 그 날 공기는 깨끗했다.

장마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 돼도,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다는 약속 없이도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고 내가 마주해버린 죽음이 나에게 생각보다 비극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때 역시도 희극으로 사라질 수 있다면 레전드 유희왕.


닌자는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죽느냐로 그 인생이 판단된다.

한평생 닌자가 꿈이었던 유사닌자로서

내 생은 그저 그랬지만 죽음은 '어떻게'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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