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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아가라

007. 요산김정한 문학관

by 바이크 타는 집사

<요산김정한 문학관>

- http://www. sayosan.or.kr


관람시간: 10:00~178:00
관람료: 1000원
휴관일: 매주 월요일, 법정 공휴일
문의전화: 051) 515-1655


#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 김정한 문학관 라이딩 영상

https://youtu.be/mMpmQ5rWDBY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 일곱 번째, 요산김정한 문학관이다.


요산 김정한은 너무도 유명한 작가이다. 학교 다닐 때 '사하촌' 정도는 다 배웠을 것이다. 김정한은 그 유명한 '사하촌'으로 등단하였고, '모래톱 이야기'도 학창 시절 배우는 작품 중 하나이다.


요산문학관 입구


김정한은 부산 금정구에서 태어나 동래고등학교(당시 동래고등보통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1908년에 태어났으니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3.1 운동, 해방과 전쟁 등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작가이다. 1936년 조선일보에 '사하촌'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일제강점기 동안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말로 소설을 지으며 민족혼을 지켰다고 한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왼쪽으로 복원한 생가가 있다. 오른쪽으로는 '요산뜰'이 펼쳐져 있는데 봄이라 뜰 정비 작업 중이었다. 작업하시는 분들께 실례가 될 것 같아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작은 경사진 정원이 좋아 보였다.

입구 양쪽으로 생가(복원)와 뜰이 있다.


그의 작품 '사하촌'이나 '모래톱이야기'는 민중 문학에 속한다. 낙동강을 끼고 살아가는 민중들의 고된 삶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들이다. 그래서 김정한은 민중 문학의 거장으로도 꼽히는 작가이다. 작품의 이미지 때문에 생긴 작가에 대한 나의 선입견 때문에, 생가가 '기와집'이라는 점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문학관에서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었다.

지금으로서야 도저히 헤이릴 수 없지만 거기서(생가) 내려다보는 동리가 죄다 논밭이었을 때 요산은 제법 큰 부잣집 장손이었다. 이곳은 당시 동래군 북면 남산리였는데 조부가 면에서 두 번째 가는 지주였으니 큰 부잣집이라는 소리가 민망할 것도 없을 성싶다.

큰 부잣집 장손이 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치열하게 그려낸 민중문학을 한다는 것이 모순은 아니다. 민중문학을 한다면 가난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작품을 통해 가진 나의 잘못된 선입견이 문제였을 것이다. 그가 지주 집안의 장손이라니! 오히려, 김정한 작가가 더욱 새롭게 보였고 더 마음이 갔다.


문학관 전경(좌)과 정원(중앙) 그리고 입구에 위치한 흉상(우)

문학관 입구와 문학관 정원이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정원이 너무 좋아 시간만 충분하다면 의자에 앉아 그의 단편 소설을 한편 읽고 일어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관에서는 그의 단편 소설을 권당 2천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읽고 싶은 단편 소설 한 권만 구매할 수 있어 좋았다. 한국문학은 특히 단편이 발달해 있음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단편소설을 한 권으로 판매하는 것도(좀 더 저렴한 인쇄용지로, 가격을 좀 더 낮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세 권을 사 왔다. 정원 그늘에서 한 권 정도는 읽어 보고 싶었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1층은 세미나실이다. 세미나실에서 관람료를 내면 된다. 세미나실에 역대 요산김정한 문학상 수상자, 판매 중인 단편소설이 있고,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문학관을 다니며 기록하는 일에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전시실이나 세미나실의 전경을 사진으로 찍지 않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가서 관람하고 좋아 보이면 사진을 찍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다.


문학관의 각 층의 전경은 홈페이지 링크로 대신한다. 정말 깔끔하고 깨끗한 문학관이다.

https://sayosan.or.kr/pages/sub2-1#none



1층 세미나실에 전시된 역대 수상작가들을 보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빨치산의 딸',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이상문학상 수상한 '뿌리 이야기'의 김숨 작가도 김정한 문학상 수상작가였다.


세미나실에서 나와 2층으로 올라가면 자료실과 전시실이 있다.


다양한 자료와 서적, 작품, 친필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손수 만든 우리말 사전은 그 규모가 상당했다.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필력은 정확한 어휘의 이해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많은 작가들이 우리말 어휘를 찾아 정리하고 우리말 사전을 늘 옆에 두고 지낸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방대하게 자료를 정리한 작가가 또 있을까?


또 하나 요산김정한 문학관에서 흥미 있게 본 것이 있다. 김정한의 생애와 작품세계에 대해 전시관 벽면을 가득 채워 정리해 두었는데, 한쪽 끝으로 가면 이렇게 어린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작가 소개가 있다는 것이었다. 누가 찾아와도 작가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정리한 점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리고 작가가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들과 일기, 메모, 친필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3층은 요산문화 연구소인데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후에 알게 된 내용인데 지하 1층도 있었다. 지하 1층에는 강당이 있었고, 행사 등에 사용되는 것 같았다.

3층 요산문화 연구소


소설 '사하촌'. 사찰 소유의 땅에서 소작 부쳐 먹기 위해 생긴 마을이 '사하촌'이다. 아무래도 악덕지주보다야 스님들이 관리하는 땅이니 훨씬 소작 부치기 쉬웠을 것 같지만, 똑같이 악덕 지주일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했으면 더 했지... 그 사하촌에서 살아가는 소작농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승려들의 거센 반발에 곤욕을 겪었고, 정체 모를 괴한에게 습격을 받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제의 검열이 심해지자 절필하기도 하였다.


그는 항상 권력과 사회 부조리로 인해 고통받는 힘없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문학관 입구에서부터 가슴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이 아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상당히 오래 남는 문장이었다. 아마 그의 작가로서의 삶과 작품 세계를 이 문장으로 모두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 많은 그의 작품을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줄 느낌

젊은 시절 늘 고민했던, 어떤 삶이 '사람다운' 삶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한 줄 평

아주 잘 관리되고 있어 단편 소설을 한 권 사서 정원이나 생가 툇마루에 앉아 읽으면 좋은 멋진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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