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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006 이병주 문학관

by 바이크 타는 집사

<이병주 문학관>

- 홈페이지 확인되지 않음.

(포털검색 주소: http://www.narim.or.kr/, 공식 브로셔 주소: www.hdmunhak.com/leebyeongju)


관람시간: 09:00~18:00 / 11월~2월은 17시까지
관람료: 무료
휴관일: 매주 월요일(공휴일 또는 연휴일 경우 다음날), 신정 / 설날 및 추석당일
문의전화: 055) 882-2354


#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투어> 이병주 문학관 라이딩 영상

https://youtu.be/UIZch9qTp7w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 여섯 번째, 이병주 문학관이다.


이병주 작가는 한국의 발자크로 불리는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한 번도 읽어 보지 않았다. 대하소설 '지리산'은 알고 있었으나,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병주 문학관은 외진 곳, 자연 속에 있어 주차장에서 들어서면 문학관이 꽤 넓은 부지로 자리 잡고 있다. 들어서는 순간 느낌이 좋았고, 건물의 중앙에서 왼쪽이 문학관이고 오른쪽은 강당이다. 여러 문학 관련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고, 행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도착하자 관계자 분께서 나와 차를 주시며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최근 문학관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중년의 남자가 혼자서 미술관도 아닌 문학관에 방문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지만 바이크를 타고 오는 경우는 더 드문 모양이다. 다들 '어떻게 오셨는지?' 하는 표정이거나, 바이크를 타고 왔다는 것에 격하게 반기며 환영해 주신다. 어쨌든, 나는 그런 다양한 반응을 즐기는 중인데, 너무 친절하게 맞아 주셔서 첫인상이 좋은 문학관이었다.


문학관 관람 안내 - 사진 촬영 금지 안내가 있다.




하동에서 나고 자란 이병주는 언론인이자 소설가로 소개된다. 일본 유학 중 학병동원령이 내려지자 지원입대하여 태평양전쟁(중국전선)에 참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해방(종전) 후 귀국하여 중학교 교사, 대학교수로 활동하였고 6.25 전쟁 때 피란을 갔다가 인민군에게 체포되어 인민군 문화선전대에서 몇몇 역할을 하였는데, 이후 미방첩대에 체포되어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후 중학교 교사, 경남대 교수로 교직에 근무하였고, 부산에서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활발하게 언론활동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박정희 정권 때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두 번 출마했다 두 번 모두 낙선하면서 정치에 손을 놓고 온전히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61년 5.16 군사정변과 관련된 필화사건으로 인해 10년 형으로 선고받고 2년 7개월을 복역하였는데, 복역 후 감옥에서 구상했던 소설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점으로도 평가되는 전두환 일가와의 친분. 특히 1988년 전두환이 백담사로 떠나면서 발표한 담화문을 이병주가 써주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 학도병에 지원했는지, 전두환과 친분을 쌓아 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삶은 격동의 현대사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 같다. 일제 강정기 지식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학도병 지원, 태평양 전쟁의 경험, 6.25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4.19 혁명을 거쳐 5.16 군사쿠데타와 그리고 5.16 필화사건까지. 지식인, 언론인으로서 현대사의 중심에서 사회와 정치, 역사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버텨온 작가인 듯하다.


등단 이후 상당히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그 유명한 대하소설 <지리산>을 비롯해 <산하>, <관부연락선>과 같이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그 격동의 세월을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을 쓰는 작업에 집중했다고 한다.


위키 백과의 내용에 그에 대한 평가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금기시된 소재인 이데올로기 문제를 둘러싼 지식인의 고뇌를 앞장서서 다루어, 유신체제 하인 1970년대 중반에는 “이제 이병주를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으로 나누자”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영향력이 컸다.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돌이켜 보면 그의 삶이 어떠했으리라 짐작도 할 수는 없고, 그러한 삶을 살아온 그의 문학은 또 어떨지…. 문학관에 소개되어 있는 그의 어록 중 하나를 옮겨보면 그의 문학 세계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어떤 주의를 가지는 것도 좋고, 어떤 사상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주의, 그 사상이 남을 강요하고 남의 행복을 짓밟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자기 자신을 보다 인간답게 하는 힘으로 되는 것이라야만 한다.
- [삐에로와 국화]


이 세 문장에서 나는 이병주의 문학이 어떠한 방향이었을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유명한 사실주의 작가 발자크를 닮고자 했던 그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나폴레옹 앞에는 알프스가 있고, 내 앞에는 발자크가 있다.
- 이병주


다만 진정성을 느꼈을 뿐, 그의 작품을 읽어 보지 않아 그의 문학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을 듯하다. 몇몇 블로그에서는 그의 행적, 작품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평가도 보인다. 그래서 그의 문학에 대한 섣부른 평가는 할 수 없을 듯하고, 문학관에 소개된 그의 소설어록을 몇 개 더 소개할까 한다.


기록이 문학으로서 가능하자면 시심 또는 시정이 기록의 밑바닥에 지하수처럼 스며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문학이론이었다. 그래야만 설득력과 감정이입이 함께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 [겨울밤]
아무튼 불행한 나라야. 민족의 수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허망한 정열에 불타서 죽고, 죽어가고 있고, 계속 죽어야 하니까 말이다.
아아. 허망한 정열!
- [지리산]
나는 저항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인생엔 있다고 믿는 소설가가 되려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친구에 대한 우정일 수도 있습니다.
처자를 버리고 용감하게 대의를 위해 죽는 영웅적인 행동을 존중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자기를 쳐다보는 처자식의 굶주린 눈동자가 아까워 스스로 종으로 팔려가는
사나이의 심리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입장입니다.
- [행복어사전]


이병주는 몽블랑 만년필, 볼보 승용차, 맞춤양복의 이미지. '간지 나는 멋진 남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생을 즐겼고, 많은 여자들이 또 그를 흠모했고, 그 또한 마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했던 코냑과 담배로 인해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의 대표적 이미지 몽블랑 만년필. 그래서 원형의 문학관에 들어서면 한가운데 몸블랑 만년필이 조형물로 자리 잡고 있다. 몽블랑을 중심으로 그의 대하소설들이 쌓여 전시되어 있고 그의 육필원고의 확대본이 천장을 휘감아 오르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바깥쪽 벽면을 둥글게 두르며, 그의 일생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하나씩 설명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또 그의 작가로서의 일생을 소개하면서 맨 위로는 역사적 주요 사건들은 연도별로 정리해 두었다는 점도 특이했는데 사실을 기록하고자 했던, 역사 소설에 매진한 그의 문학 세계를 고려한 부분일 것이다.



문학관 바깥에도 잘 꾸며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이 문학비를 만나고 이병주의 소설을 꼭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그는 역사가 기록하지 않는 수많은 '골짜기'를 그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 속에서 어떻게 기록했을지가 궁금해졌다.


책은 꼭 사서보고, 책장에 꽂아둬야 마음이 편해지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다. 해외 이사를 포함하여 여러 번 이사를 하며 많은 책을 버렸지만, 아직도 버리지 못한 책들이 많다. 빌려 읽은 책이 너무 마음에 들면 다시 되돌려 주기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웬만해서는 빌려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늘 새 책을 사서 보게 되는데, 요즘은 중고책 사는 재미에 빠져있다.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거의 반값이다. 심지어 깨끗하다. 대하소설 한 질을 사는데 드는 부담도 많이 줄었다. 요즘 이병주 소설을 중고서점에서 검색하고 있다.


이병주의 긴 소설을 조만간 정주행하게 될 것 같다.




한 줄 느낌

- 문학관 초입에 소설 어록이 잘 정리되어, 그 문장들을 통해 이병주의 문학을 알 수 있게 한 점이 좋았다.


한 줄 평

- 문학관 내부와 외부가 잘 꾸며져 있고, 활발한 행사들이 이루어지는 살아 있는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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