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이주홍 문학관
관람시간 : 10:00~17:00
관람료 : 1,000원(*확실치 않음)
휴관일 : 월, 일요일. 공휴일
문의전화 : 051) 552-1020
#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 향파 이주홍 문학관 라이딩 영상
모터사이클 전국 문학관 투어 여덟 번째, 이주홍 문학관이다.
작가 이주홍은 아동문학가이다. 동화, 소설, 동시, 희곡, 수필, 번역은 물론 그림과 서예에서도 활동을 한 다방면에서 창작활동을 한 작가이다. 그는 아동문학가이면서 화가이기도 한데, 미술계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주홍 문학관'은 작가가 별세할 때까지 살았던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에 있던 가옥을 리모델링해서 2002년 10월 개관하였는데, 이 지역의 개발로 인해 2004년 지금의 위치에 문학관을 신축하여 이전했다고 한다.
문학관 들어서기 전, 부산전자공업고등학교 진입로 옆 도로 입구에서부터 관람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작은 길이 문학관까지 이어져 이주홍 문학길로 꾸며져 있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도로 입구는 1928년 첫 발표 작품인 동화 <배암색기(뱀새끼)의 무도>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길가에는 펜 모양의 문학비가 줄지어 서 있다.
이 도로를 지나 문학관에 도착하게 된다. 문학과 입구에서부터 느낀 점은 친근한 주택, 혹은 사람 사는 집 느낌이었다. 솔직히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이주홍 문학관 입구 마당에 강아지가 있었는데, 관람객을 맞이하는 다시 말하면 고객님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곳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문학관은 들어서자 강아지가 낯선 사람을 보고 짖어댔고(물론 출입구까지 강아지는 올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학예사님은 강아지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신 후(그러자 조용해 짐 ㅎㅎㅎ) 나를 맞아 주셨다. 사람이 사는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고, 사람이 사는 곳에 초대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 느낌이 좋았다. 주차장에 주차하는 순간부터 창을 열고 맞이해 주셨고, 입구 문을 열고 나와 환영해 주셨다.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우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의 느낌이었다.
입구에서 신발은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게 다 의도된 부분인가? ㅎㅎㅎ
그리고 학예사님은 친절하게 문학관을 소개해 주겠노라며, 안내를 자청하셨다. 혼자 문학관에 갔을 때, 담당자분이 직접 맞이하며 나와서 문학관의 소개를 자청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친절하셨고, 정감이 넘쳤다. 직접 2층까지 같이 올라오셔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어떤 전시물이 우리 문학관의 자랑인지, 희귀본 책들에 대한 안내와 이주홍 작가가 어떤 분인지 핵심적인 부분을 설명해 주시고 내려가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대부분의 문학관이 그러하듯 1층은 세미나실, 각종 행사 공간이다. 학예사님은 2층을 강조하셨다.
2층으로 올라가자 전시실 중앙이 입구였고, 입구에서부터 이주홍의 흉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양쪽으로 책, 잡지, 그림이 나눠져 있었다.
학예사님 설명으로는, 이주홍 작가가 소장했던 전시된 잡지와 책이 많은데 특히 직접 표지화와 삽화를 그리고 자신의 작품도 발표했던 1930년대의 <신소년>이라는 잡지, 카프 문예지 <풍림>, <별나라> 같은 잡지들이 잘 보관되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희귀본이고 상당한 소장가치가 있다고 하셨다. 그 사실을 몰랐다면, 전시된 <신소년> 잡지들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대충 보아 넘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 학예사님의 설명으로 알게 된 부분인데, 미술에도 조예가 깊어 미술 쪽에서도 유명한 분이라고 하셨다. 2층 전시실의 이주홍 흉상이 가운데 있고, 흉상을 바라보고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작가로서의 이주홍과 화가로서의 이주홍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왼쪽부터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나오며 관람하면 된다는 친절한 안내가 너무 고마웠다.
이주홍의 작품들과 작품세계를 잘 정리해 전시되어 있다. 모든 작가 문학관이 그러하듯, 그가 사용한 물건들과 서재도 잘 복원되어 있다.
2층 전시실 입구 오른쪽으로는 이주홍의 그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시화가 많이 보였다. 시화의 경우 작가가 문자로 표현한 이미지를 화가가 감상하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런데 이주홍은 자신이 떠올린 이미지를 문자와 그림으로 직접 표현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고, 더 특히 더 오랜 시간 감상했다.
그중 가장 오래 머물러 시를 읽고 또 읽었던 작품이 있었는데 '해같이 달같이만'이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하고
불러보면
금시로 따스해 오는
내 마음
아버지라는 이름은
누가 지어냈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 하고
불러보면
오오- 하고 들려오는 듯
목소리
참말 이 세상에선
하나밖에 없는
이름들
바위도 오래되면
깎여지는데
해같이 달같이만 오랠
엄마 아빠의
이름
- 이주홍, [해같이 달같이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었지만 50을 바라보는 나는, 여전히 조용히 '어무이~'하고 불러보면, 늘 그랬듯 내 이름을 불러주며 대답하시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혼자 남은 아버지가 팔순이 넘어 그 든든하던 어깨가 한없이 작아 보일 때마다 속상한 마음에 짜증을 내기도 해 아내의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아버지 하고 불러 보면 '인냐~(오냐~)'하고 늘 내 편으로 대답하시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따스해 오는, 뭉클해지는 이름이다. 해 같이 달 같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 이름이다.
먹먹함에 한동안 서서 그림과 액자와 이주홍의 필체를 보며 있었던 것 같다.
2004년에 현재의 문학관을 개관했으니 20년이 넘은 사설 문학관이다. 전시관에서도 20년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 세월의 흔적은 또 학예사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인해 소중한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참 좋은 문학관이었다. 우리에겐 사실 거리가 먼 아동 문학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동 문학의 순수함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문학관이었다. 전시된 작품들, 직접 그린 그림과 시를 꼭 하나하나 읽고 감상하길 강력히 추천하는 문학관이다.
한 줄 느낌.
'우리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 줄 평
마음이 따뜻해지는 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