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들어진 재료들의 조화로운 향미, '애플16'를 음주해 보았다.
과일 중에서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열매 중 하나가 바로 '사과'이다. 과실 자체가 상큼하고 달콤하여 훌륭한 맛을 선보이기에 즙, 주스, 양갱, 사탕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며 현재까지도 사람들이 꼽는 최고의 과실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비단 이런 사과의 변화는 앞에서 말한 것들이 끝이 아니다. 어찌 내가 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있을까. 사과 와인, 사과 증류주, 사과 맥주 등 주류에 있어서도 그 발전은 줄어들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주 예전엔 과일 그 자체로만 사랑을 받았던 사과였지만, 지금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변모를 통해 애주가로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과일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이런 사과로 만든 증류주를 하나 가져오게 되었다. '애플16', 이름부터 'apple'이 들어간 이 친구는 과연 어떠한 맛과 향을 나에게 보여줄지, 기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도록 하자.
멋들어진 재료들의 조화로운 향미, 애플16
병은 이 용량의 일반적인 술들과 비슷한 듯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원기둥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으며, 짧은 병목과 흰색으로 감싸진 뚜껑은 고급스러운 멋을 연출해 낸다. 전면부에는 술의 이름과 함께 연두색과 노란색을 이용한 배경이 그려져 있고, 그 위로 사과를 들고 있는 백설공주를 볼 수 있는데, 도안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 않음에도 깔끔하게 와닿는 것이 술이 가진 특성을 잘 표현해 냈다고 생각된다. 얼마나 맛있는 사과면 백설공주가 저리 커다란 것을 들고 다니겠는가.
'애플16'은 '(주)술샘'에서 제철 햇사과와 박하를 이용해 양조장인이 탄생시킨 리큐르로서, 부담스러운 알코올냄새 대신 향긋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사과향이 매력적이다.
인공적인 단 맛이 아닌 천연 벌꿀의 차분하고 가벼운 달달함을 느낄 수 있으며, 깨끗한 박하는 피니시의 부드러움을 살려주고, 향과 단맛이 지나치지 않아 혼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한다.
제품의 용량은 375ML, 도수는 16도, 가격은 12,000원. 혼술 하기 딱 좋은 양에 일반 소주와 비슷한 도수, 술 한 병 값으론 약간 비싼 느낌이 드는 금액이다. 물론 또 실제로 맛을 본 뒤에는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오히려 지금 비싸게 느껴졌던 금액이 저렴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법이다.
잔에 따른 술은 병 안쪽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연한 연두색을 선보인다. 투명한 소주에 물감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린 느낌이랄까. 안쪽이 잘 보이지 않거나 탁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으며, 기포 없이 고요하고 깨끗하다.
코를 가져다 대니 시원한 박하향이 잔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청사과, 민트, 박하, 비타민 C 음료, 풀 등이 느껴지며 전반적으로 깨끗하고 청량한 향이 코를 감싸안는 듯하다. 시원한 달콤함 위주로 향은 뻗어져 들어오고, 끝 부분에선 미미하게 자리 잡은 생강이 마지막으로 조화를 다듬어준다.
냄새만 맡아선 정확한 맛을 예상하기 힘든 느낌이다. '애플16'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에 사과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했는데, 청사과의 과육보다는 그 풋풋하고 순수한 느낌 위로 박하와 생강 등 시원한 바람이 두텁게 향을 엎고 들어온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맛이 혀를 감싸 안는다. '까스활명수', 우리가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마시던 바로 그 소화제가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물론 당연하게도 '까스활명수'맛 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과의 싱그러움과 산미, 박하의 시원함과 꿀의 달짝지근함, 생강의 씁쓸함에 비타민 C 음료가 더해지면서 맛있는 '까스활명수'에 가까운 맛을 구현해 낸다.
외관에서 기대되는 향미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기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탄산이 없어서 술의 질감 자체는 상당히 부드러우며, 16도라는 도수에도 알콜의 역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목넘김에 부담이 전혀 없다. 목넘김 이후에는 약간의 고미와 감미, 특유의 향을 코와 입에 남겨놓고 사라지는데, 여운의 길이는 4~5초 정도로 적당히 즐길 수 있는 편이다.
자신만의 매력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친구이다. 적당한 바디감에 사탕 같이 달콤한 소화제 느낌으로 퍼지는 풍미가 확실히 새롭다.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청량한 사과의 향미는 아니지만, 이 다양한 재료를 통해 나오는 각각의 맛들의 제 역할을 다하는 어우러짐은 특별하다고 할만하다. 가벼운 단 맛이 아닌 혀에 머무는 달짝지근함이 지나치게 느껴지려고 하면 원료의 고미가 잡아주고, 고미가 지나치려고 하면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걱정되는 부분은 애초에 맛의 방향이 충분히 양부가 갈릴 수 있다는 것, 독특함이 특별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특별함이 독특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자신이 조금 씁쓸한 비타민 음료 같은 맛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음주해 보길 바란다. 비타민 음료를 그렇게 즐기지 않는 나에게도 나쁘지 않았으니, 그런 방향의 향미를 좋아한다면 참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곁들일 안주로는 매콤한 음식이 괜찮아 보인다. 달짝지근하니 시원한 술이기에 닭발이나 낙지볶음, 오돌뼈 등과 안주 한 점, 술 한 잔을 반복해 보길 권한다.
'애플16', 각각의 조화가 돋보이는 술이었다. 비록 예상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하다. 대단히 크진 않고, 600원 정도 차이가 나니 조금만 잘 살피고 구매하길 바란다.
어우러짐이 좋은 '애플16'의 주간 평가는 3.3/5.0이다. 독특함과 특별함, 그 사이 어딘가에 맺혀 있는 작품이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