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큼 듣는 인사법
"어디 뛰었어? 춘마(춘천마라톤), 제마(JTBC마라톤)"
"춘마? 잘 뛰었어? 기록은?"
"어떻게 나왔는데...?"
각각의 반응은 다르지만
"완주라도 잘했네."
"완주만 했구나."
"완주라도 한 것이 어디야."
반복되는 마라톤 안부 인사를 열 손가락 넘게 듣게 되면 떠올려본다.
이건 명절에 듣는 안부인사와 같구나.
"너 언제 결혼할 거니?"
"빨리 결혼해야지."
"아이 언제 낳을 거니?"
"하나 낳았으면 둘째 낳아야지."
"자식 공부는 잘하니?"
"대학은 어디로 가기로 했니?"
메이저 마라톤 대회를 뛴 후에 나누는 안부인사가
명절 안부인사들과 비슷한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질문이 싫다기 보단
매년 상반기, 하반기 명절에나 들을 수 있는 질문처럼
대회가 끝나면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질문이다 보니
잘했고, 잘해 냈으면 씩씩하고 당당하게 대답할 텐데
생각보다 못했으면 듣기 싫은 질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물론 어느 기준선을 넘어 넘사벽으로 잘 뛰는 사람들은 이 기분을 모른다고 생각하나?
이것도 사람들 모임마다 기준이 다르니. 서브 3 모임에 가 있으면 249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의 기준이 다를 뿐, 분위기는 비슷하다.
249, 서브 3, 3시간 30분, 서브 4, 서브 5
기준선에서 아슬아슬 한 사람들은 단 몇 초로 인해 마음이
기쁨, 안도, 희열, 분노, 화남, 슬픔, 좌절 등을 맛본다.
물론 DNS와 DNF도
"2시간 59분 59초와 3시간 00분 03초 정말 4초 차이인데 대접이 달라..."
이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정말 몇 초 차이인데 사람들의 시선, 바라보는 눈 빛이 다르다.
신기한 세계인건 틀림이 없다.
기능사 시험 커트라인 60점을 두고
59점 되어 떨어진 사람의 느낌이랄까.
마라톤 자격시험처럼 커트라인이 있는 느낌이다.
매년 상반기(서울동아마라톤), 하반기(춘천마라톤, JTBC마라톤)에 듣는
"잘 뛰었어? 기록은 어떤데...?"
"(무사) 완주했어요."
이 대답은 식상하다.
대답에 마라톤을 준비하며 치열했던 100일간의 과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
'무사 완주' 만큼 대단한 단어가 없기도 하다만
나는 어떤 대답을 준비해야 할까?
'완주했어요.', 가 최선인가.
우리 관심은 그것뿐인가.
한동안 누군가에게 안부 인사를 어떻게 건네어야 할까 고민해 본다.
우선 "잘 달렸어요?"는 묻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