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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욱 Jul 14. 2024

환상의 섬 세부(CEBU)에서 아침을!

세부에서 4일 황홀한 하계휴가를 보냈습니다

문득 달력을 보니 7월 하계휴가 시즌이다. 직장인들에게는 월급날 다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휴가이다. 2023년 6월, 55년 살면서 처음으로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공무상 출장은 많이 다녔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정확히 1년 지났다. 자주 이용하는 SNS 페이스북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작년 이 즈음 다낭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한다. 브런치스토리에 3박 4일 베트남 가족여행을 기록한 기행문은 현재 80,000회 이상의 전무후무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글의 평균 조회수가 100회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여행에 대한 구독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반영한 증거라 볼 수 있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상반기를 마무리한 시점 탓인지? 순간 마음이 요동친다.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노래를 입으로 흥얼거리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광고 카피를 되새김질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분출한다. OK. 떠나는 거야! LET'S GO

2023년 베트남 다낭 가족여행


매사 결정은 신중하지만 행동은 신속한 것이 내 장점이다. 56년 살면서 LTE급 빠른 결정에 후회한 적도 많았지만 여행과 관련하여 후회한 적은 많지 않다. 네이버 클라우드 가족여행 폴더에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 여행사진과 동영상이 연도별, 장소별로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다. 내 보물 1호이다. 마음이 답답할 때 가족여행 사진을 뒤적이며 그때 그 순간을 추억하면 현실의 무거움과 답답함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다.


(언제?, 어디로?)


떠나기로 결정했으면 바로 작전개시이다. 다음은 언제 떠나느냐? 즉, 여행일시이다. 공무원인 나와 대학생 아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일정조정이 가능하지만 금년 초 직장생활을 시작한 아내와 딸은 회사에서 사전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1년 차 직장인 딸은 직장선배들과 휴가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듯 보였다. 7월 말 8월 초 골든타임은 수요가 많아 초짜가 대시하기는 언감생심, 7월 초나 8월 말이 선택지였다. 고민하는 딸과 협의하여 "기왕이면 빨리 가자" 결정하고 7월 3일(수)부터 7월 7일(토)까지 3박 4일 2024년 하계휴가를 결정하였다.


다음은 목적지다. 국내여행은 직장 법인콘도 및 휴양림 등 매년 2회 이상 가기에 해외여행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특히 작년 베트남 다낭에서 너무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으므로 금년에도 베트남 다낭 이상의 핫스팟 휴양지에서 가족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럼 어디가 좋을까? 먼저, 가족들 의견을 모은다. 괌, 보라카이, 파타야, 세부, 치앙마이... 미국령 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남아시아 유명한 휴양지가 후보군에 올랐다. TV와 입소문을 통해 많이 들어본 곳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미국령 "괌" VS 필리핀 "세부")


최종적으로 미국령 괌과 필리핀 세부로 후보지가 좁혀졌다. TRIP.COM, AGODA 등 여행사이트를 활용하여 목적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두 곳 모두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휴양지로 국내에서도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두 곳 모두 비행거리는 4시간 정도, 괌이 세부보다 물가가 비싸다. 항공권, 숙박, 식비 등 여행경비를 고려하니 괌은 다소 부담스러운 여행지였다. 상반기 직장 생활하며  비자금(?)으로 조성한 3백만 원 정도가 통장에 있었으나 현지 식비, 쇼핑 등 경비를 감안하면 부족한 상황이었다.


가족들에게 자금상황을 이야기하니 직장 생활하는 딸이 "현지 경비는 자기가 부담하겠다"라며 필리핀 세부로 가자고 제안한다. 딸의 통 큰 제안에  경부고속도로 시원하게 달리다 병목구간에서 막힌 차량이 뻥 뚫려 다시 쌩하고 달리는 느낌이었다. 자식 키우는 보람 이런 데서 느끼는구나! 직장생활 6개월밖에 안 했으면서 지가 무슨 돈이 있다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딸 모습을 보며 아빠의 DNA가 녹아있음을 직감하는 순간이었다. 여행 끝나고 정산해 보니 딸이 프로그램, 식비, 쇼핑 경비를 부담하였기에 퀄리티 있는 여행이 가능하였다.


(7월 3일 오전 인천 출발, 4시간 비행, 막탄국제공항 도착)


금번 필리핀 세부여행 항공은 '필리핀 항공'과 '세부패시픽 항공'이다. 정보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필리핀 여행 시 많이 이용하는 항공이다. 4시간 비행시간은 무리가 없어 주저 없이 예약했다. 두 항공사를 이용해 보고 느낀 근본적인 차이점은 필리핀 항공은 기내식이 나오지만, 세부패시픽은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는다(사전주문).


2023년 베트남 다낭 여행 시에는 온라인 체크인이 가능해서 슈퍼헤비급인 나를 위해서 좌석배정을 업그레이드하였으나, 금번 필리핀 여행은 온라인 체크인이 되지 않아 항공사 카운터에서 직접 체크인하고 수하물을 부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알고 보니 온라인 예약과정에서 아내의 영문이름 입력 시 철자오류로 취소 후 재등록 과정을 거치느라 온라인 체크인이 불가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불편함은 없었다. 항공사 직원과 몇 마디 대화 더 하는 것 외에는...

필리핀항공


(7월 3일 오후 12시 30분 막탄국제공항 도착, 입국심사 해프닝)


금번 여행의 가장 큰 실수(Mistake)가 세부 막탄국제공항에서 발생하였다. 7월3일 오전 8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현지시간 12시 30분쯤 막탄국제공항에 도착하자 고온다습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드디어 입국심사장에 도착하였다. 매번 입국심사때와 마찬가지로 심사관은 근엄하지만 의심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190Cm 거구에, 알록달록 하와이안 셔츠, 힙한 모자까지 착용하니 심사관 눈에는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 게 당연지사이다. 여권과 탑승권을 심사관에게 건네자 심사관은 입국심사 QR코드를 보여달라고 한다. 무슨 QR코드냐?라고 되묻자 Try Again 하며 입국심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황당한 시추에이션이다.


입국심사 처음 대기하던 줄로 빠져나오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 여러 무리가 핸드폰과 공항 구석 한편 책상 위에 비치된 PC를 이용해 열심히 무엇인가를 입력한다. 알아보니 입국 심사서류를 사전에 핸드폰 등 온라인으로 작성하고 입력이 완료되면 QR코드가 발급(입국신고서)되며 이것을 심사관에게 보여주는 절차인 것이다.

필리핀 막탄국제공항 도착                                                                         막탄국제공항 입국심사 QR


아뿔싸. 사전에 이같이 중요한 정보를 몰랐다니! 나의 무지함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국하려면 어쩔 수 없는 법. 분노를 삭이고 현장에서 안내하는 현지직원에게 짦은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고 가까스로 QR코드를 발급받고 40분 만에 입국심사장을 무사히 통과하였다. 입국심사 지연으로 Baggage Claim 도착하니 수하물을 항공사 직원들이 보관하고 있었다. 금번 필리핀 여행 1주일 전 중국 다롄시 공무국외출장 시 랴오닝성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나와 영접하며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하게 이동한 기억이 클로즈업되는 순간이었다.

 

(공항택시 타고 카바나레스토랑 도착, 씨푸드 즐기다)


우여곡절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니 동남아 특유의 고온다습한 기운이 얼굴을 강타한다. 주변을 돌아보니 택시승강장, 유심(USIM) 구입처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인터넷 이용을 위해 유심을 구입하는 관광객들로 막탄국제공항 주변은 인산인해이다. 다행히 인천공항에서 와이파이 도시락을 예약해서 유심을 구입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절약할 수 있었다.


세부 도착 후 점심을 먹기 위해 택시승강장으로 걸어가는데 40대로 보이는 필리핀 여자가 다가온다. 어디 가냐?라고 묻길래 대답하지 않았다. 자꾸 따라오길래 카바나레스토랑 간다고 했더니 한국 돈으로 25,000원 제시한다. 사전정보에 따르면 공항택시 바가지가 심하다 하여 그랩(GRAB, 한국 카카오택시)을 부르려 했는데 입국심사과정에서 QR코드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하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하여 빨리 목적지로 향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결국 택시비 20,000원에 흥정하고 7인승 택시에 짐을 싣고 공항에서 20분 정도 달려 필리핀 세부여행 첫 목적지인 카바나 레스토랑에 도착하였다. 딸에게 택시비 넘 많이 주었다고 한소리 들었다.


라푸라푸시티에 소재한 카바나레스토랑은 리조트에 부속된 전문식당이다. 1층 카운터에 짐을 맡기고 직원이 2층 식당으로 안내한다. 좌석을 안내받고 밖을 바라보는데 View가 장난 아니다. 마치 달력에 있는 풍경화를 현실에서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식사를 하며 바로 앞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투숙객들을 보는 것도 관람포인트이다. 우와! 아무것도 안 먹어도 행복감에 배가 부른 느낌이다.

라푸라푸시티 카바나레스토랑


직원이 메뉴판을 건네주길래 한국에서 미리 결정한 카바나플래터(Seafood)를 능숙하게 주문한다. 잠시 후 두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푸짐한 메뉴가 세팅되고 우리 가족은 경이로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호박 내부를 파서 파스타를 담은 것부터 시작해서 정체불명의 해산물들이 일렬종대로 자신의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5분간 음식에 대한 포토타임으로 경의를 표하고 드디어 세부에서 첫 식사를 시작하였다. 겉만 번지르르한 줄 알았는데 맛이 외모를 압도한다. 음식 후기를 구글에 올리면 망고주스를 서비스로 준다는 안내문구가 있길래 이런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다. 금번 3박 4일 여행 중 SNS를 이용해 서비스 메뉴를 득템 한 것은 행운이었다.

카바나플래터(씨푸드). 망고쥬스


(현지느낌 물씬, 4성급 블루워터마리바고 리조트 입실)


가족여행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항공권, 숙소, 식당, 이동수단... 나는 그중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이 숙소이다. 특히 가족여행에서는 숙소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핵심포인트다. 특히 아내와 딸. 여성이 포함된 여행이기에 침대, 화장실 등 공간의 편리성, 위생뿐 아니라 주변환경과 조화, 공항 및 관광자원과 근접성 등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금번 필리핀 여행 중 항공권 예약은 30분 만에 완료한 반면 숙소예약은 2일 이상을 소요한 점을 보더라도 숙소 결정은 해외여행 시 신중히 고려해야 할 핵심포인트이다


일반적으로 호텔은 쾌적한 공간, 편리한 시설이용, 우수한 보안 등이 강점인 반면, 리조트는 현지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여 관광객들로 하여금 자연과 하나 되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런 면에서 금번 세부여행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숙소를 호텔이 아닌 자연친화형 리조트로 정한 점이다. 특히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을 선택하였기에 가족들은 시간 제약 없이 리조트 내외 수영장과 비치를 만끽하였다.  

2023년 베트남 다낭여행 시 이용했던 고층 호텔건물에서도 베란다를 통해 에메랄드 바다를 볼 수는 있었지만 물속으로 바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금번 세부 블루워터마리바고리조트는 현지 전통가옥 외관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실내는 호텔 인테리어를 융합한 톡특한 형태의 4성급 리조트이다. 1970년대 한국의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초가집에 창호지를 바른 듯한 외관은 친근한 모습이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숙소 문을 열면 바로 앞이 파란 수영장이다. 보기만 해도 싱그러움이 넘친다. 당장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들어가서 마음껏 수영을 즐길 수 있다. 3박 4일 동안 투숙객들이 수영을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블루워터마리바고리조트 앞 야외수영장


더욱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스폿은 리조트를 나서면 바로 앞이 바다이다. 보트, 요트 등이 해변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양레저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간중간 설치한 필리핀 현지느낌 물씬 풍기는 멋스러운 휴게공간은 이곳에서 잠시 쉬기만 해도 모든 스트레스가 릴랙스 되는 기분이다. 여행기간 중 국내외 세미나 등 대규모 행사가 리조트 앞 비치에서 성대하게 개최되는 것을 본 것도 행운이었다.


(7월 4일 오후, 세부 한바다 호핑투어)


여행 둘째 날, 금번 세부여행의 하이라이트 호핑투어(HoppingTour) 하는 날이다. 필리핀 세부여행의 가장 매력은 아름다운 바다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바닷속으로 들어가 물고기와 수생물들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해양액티비티 활동이 많다는 점이다. 호기심에 집에서 유튜브로 호핑투어 영상을 찾아보았다. 어떻게 초보자가 깊은 바다에 들어가서 고래와 물고기들과 가깝게 접촉할 수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에 대한 공포가 심각한 나는 호핑투어가 흥미로웠지만 쉽게 참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딸이 이곳저곳 알아보고 비싼 돈을 투자하여 프로그램 예약했는데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후 1시 호핑투어 여행사에서 보낸 밴이 리조트에 도착한다. 차 안에는 호핑투어를 이용하는 한국인 관광객 여러 팀이 보인다. 도심을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호핑투어 배가 정박한 선착장이다. 현지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10여 명이 유쾌한 웃음과 행동으로 관광객들을 반겨준다. 한국 특수부대 SSU를 전역하고 필리핀에 정착한 한국인 리더는 필리핀 스태프들을 '친구들'이라 부른다. 한국인 리더가 호핑투어 개략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관광객 1팀당 2명의 현지인 스태프를 배정한다. 팀 배정이 끝난 스태프는 본격적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책임봉사한다. 구명조끼, 물안경, 오리발 등 호핑장비부터 휴식시간 음료, 주류제공, 풍성한 선상음식까지 풀서비스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에는 BTS를 능가하는 화려한 춤과 기량을 선보이며 관광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제공한다. 스태프들이 한국말을 워낙 잘해서 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세부 호핑투어 스태프(한바다호핑투어)

드디어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철저하게 장비를 착용하였지만 두려움과 공포감이 엄습한다. 배에 남고 싶었지만 어린아이까지 모두 다 참여하는데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드디어 0.1톤 육체가 물에 들어가는 찰나, 큰 포말이 주변에 퍼지기 시작한다. 허우적거리기를 여러 번 잠시 후 스태프 도움으로 조심스레 바닷속을 바라본다. 우와! 물안경 밖으로 물고기와 수중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정구간에서는 엄청난 물고기들이 나를 잡아먹을 듯 무서운 기세로 달려든다. 스태프가 특정 스폿에서 먹이를 주면 물고기가 벌떼처럼 달려들고 그 장면을 스태프가 수중카메라로 촬영한다. 이렇게 촬영한 수중사진과 동영상은 여행사에서 카톡으로 보내준다. 금번 필리핀 세부여행 중 많은 인생사진을 촬영하였다. 그중 베스트 포토를 뽑으라면 주저 없이 세부 바다 호핑투어장면이다. 귀국 후 핸드폰, SNS, 컴퓨터, 노트북 배경화면은 세부 호핑투어 가족사진으로 모두 바꾸었다.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바닷속에서 1차 스노클링이 끝나니 배가 출출해진다. 선상으로 올라오니 관광객 팀별로 테이블 위에 바비큐, 망고, 파인애플, 음료 및 주류 등 현지 먹거리가 가득하게 한 상 차려져 있다. 언제 저 많은 것을 준비했을까 의아스러웠지만 처음 배에 승선할 때 한쪽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스태프들이 보였다. 고기 굽는 사람, 라면 끓이는 사람, 과일 깎는 사람, 체계적으로 업무분장이 되어 있고 덕분에 관광객들은 지체하지 않고 푸짐하고 맛있게 선상에서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필리핀 해상에서 산미구엘 맥주와 더불어 먹는 바비큐 선상 파티는 나처럼 수영을 못하고 먹기만 좋아하는 아저씨들에게는 최고 행복한 순간이다.  

호핑투어 선상 파티


(마사지샵에서 호핑투어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다)


호핑투어 한다고 반나절 바닷속에서 허우적 대느라 긴장한 탓인지 근육이 뭉치고 정신은 몽롱하다. 리조트에 도착해서 잠시 쉬려고 하는데 딸이 마사지받으러 가야 된다고 한다. 호핑투어와 연계한 할인상품이다. 중국, 동남아 여행이나 출장 시 마사지는 필수 여행코스이다. 인건비가 저렴하여 마사지 비용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저녁 7시 마사지숍 전용버스가 리조트에 도착하고 샵까지 편안하게 안내한다. 금번 필리핀 여행하면서 업체가 제공하는 Pick-Drop서비스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다. 숙소에서 목적지까지 업소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니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필리핀 여행 시 꼭 이용해 볼 만한 교통시스템이다      


리조트에서 전용버스로 20분 이동하니 궁전 같은 건물이 눈에 보인다. 헐! 저게 마사지숍이라고? 청와대 별관같이 웅장한 건물에 은은한 조명까지.. 1인당 25,000원 상당 마사지를 받기에는 너무 럭셔리한 건물이다. 직원의 안내로 아내와 딸, 나와 아들은 각자 분리된 공간으로 이동한다. 내 몸을 보고 눈치챘는지 덩치 좋은 여성분이 나를 케어한다. 90분 아로마오일 전신마사지를 받으니 오전 호핑투어하면서 뭉친 근육이 커피에 설탕 녹듯 사르르 녹는다. 세부여행 시 호핑투어 상품과 연계한 마사지숍을 이용하면 비용도 절감되고 만족감도 최상이다. 내가 간 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지만 현지인이 운영하는 곳도 이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세부 마사지샵(라온)


(7월 6일, 렌터카 시티투어)


셋째 날은 세부 시내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오전은 리조트 수영장과 비치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1시 한국에서 사전예약한 세부 시티투어 택시가 리조트로 도착하였다. 차량은 7인승 밴(VAN)이고 렌트시간은 오후 1시부터 8시까지이며 비용은 13만 원이다. 일부는 한국에서 원화로 선입금하고 나머지는 필리핀 페소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시간 초과 시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다행히 저녁 8시 이전에 리조트에 도착하였다. 택시기사는 영어를 하는데 현지인 발음이 강해 서로 도긴개긴 바디랭귀지로 소통하는 수준이었다.


택시 탑승 후 기사에게 행선지를 전체적으로 미리 알려주고 언제까지 어디로 오라고 정확히 요구하면 관광지에서 정해진 시간은 관광객이 자율적으로 여행일정을 소화하는 편리한 시스템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세부의 대형 쇼핑센터 '아얄라몰'이다. 필리핀의 경제상황과 생활형태를 원스탑으로 파악하고자 함이다.


아얄라몰 입구에 도착하여 점심식사와 쇼핑시간이 필요해 1시간 30분 후에 만나자고 기사와 약속하고 하차하려는데 기사가 뜬금없이 주차비를 요구한다. 주차비를 주는 것이 관행인가 보다 생각해서 지갑을 여는데 뒷자리에서 딸이 단호하게 NO라고 대응한다. 왜 그러냐? 고 물었더니 회사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기사에게 주차비 등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딸이 이번 여행을 위해 사전에 많이 준비한 것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순간 딸의 존재가 든든해 보였다. 기사도 별다른 불만 없이 수긍한다.


'아얄라몰'은 세부의 대표 관광지이자 대형쇼핑몰이라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쇼핑몰에서 점심 먹고 이곳저곳 둘러보다 시계를 보니 기사와 약속한 시간 3시가 가까워온다. 가족들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하며 발길을 돌리는데 들어온 입구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1층 Main Entrance에 도착했는데 기사가 우리를 내려준 장소가 아니다. 관리인에게 길을 물어보고 이곳저곳을 헤매다 결국 제일 큰 입구로 나왔다. 당연히 기사는 없다. 기사 연락처도 모르고 한국 회사에 연락해서 가까스로 기사와 연락이 되어 기사를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도록 요청하였다. 다행히 기사가 울 가족 있는 곳으로 왔고 우리는 서로 웃으며 어색한 상황을 모면했다.


이후 마젤란 십자가, 산토니뇨 성당, 산페드로 요새, 수그보야시장을 방문했으나 수그보야시장 외에는 지역의 문화유적지 탐방 느낌 외 큰 감흥은 없었다. 다만, 수그보야시장은 필리핀 현지음식을 비롯해 동남아 다양한 전통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한 곳에서 비교하며 맛볼 수 있는 핫스폿으로 유명한 곳이다. 야시장에서 분위기 느끼며 현지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예약한 택시 렌트시간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음식을 포장해서 리조트로 돌아왔다. 시티투어는 획일화된 패키지여행에서 탈피하여 나만의 여행을 하고 싶은 경우 대안이 될 수 있다.

(좌)마젤란 십자가)                                                                               (우) 수그보야시장


(7월 6일 오후 3시 막탄 국제공항 출발, 오후 9시 인천국제공항 도착)


3박 4일 세부여행 마지막 날이다. 3일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오후 3시 인천행 비행기 탑승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먼저 3일 내내 이용한 마리바고리조트 조식을 음미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3일 동안 조식 메뉴 구성은 여느 뷔페와 대동소이했지만 야외수영장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기분은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마리바고리조트 조식메뉴인 빵은 한국에서는 맛보지 못한 겉바속촉의 독특한 맛이었다. 2024년 세부에서 즐기는 마치 막 조식인 만큼 평소보다 접시에 가득 채운다. 아내가 눈치를 주지만 개의치 않는다.


블루워터마리바고 리조트 조식

조식을 마치고 3일 동안 리조트에서 보지 못한 핫스폿을 찾아 사진으로 남기며 세부의 추억을 마무리한다. 11시 간단하게 체크아웃하고 막탄국제공항으로 가는 그랩(Grab)을 호출한다. 3일 여행하니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택시호출 시스템은 요금, 시간, 서비스 등에서 한국의 카카오택시를 앞선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후 1시 막탄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세부패시픽 항공 탑승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에서 대기한다. 시계를 보니 출발까지 2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있다. 지난 3일간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특히 호핑투어하며 촬영한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망망대해 위 떠있는 선상에서 가족들 모두 밝게 웃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다. 여행 출발 전 멋진 가족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이 목표였는데 금번 세부 가족여행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다

        

  

2024년 7월 6일 오후 3시 40분 드디어 세부패시픽항공 비행기가 필리핀 세부 막탄국제공항을 이륙한다. 비행기에서 창밖을 바라보니 지난 3박 4일 세부에서 보낸 꿈같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갑작스러운 여행결정으로 여러모로 준비는 부족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해서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 정년까지 4년 남짓 남았다. 딸과 아들은 조만간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 것이고 가족들과 여행할 시간도 많지 않아 보인다. 금번 여행을 속전속결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세부에서 재충전한 기운을 바탕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때이다. 돌이켜보니 2024년 상반기 직장에서 직장인으로, 가정에서 가장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이다. 때로는 힘들 때도 있었지만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족과 함께해서 행복한 시간이었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한 시간이었다. 당분간 세부의 환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듯하다. 2024년 하계휴가를 필리핀 세부로 계획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의 도움이 되길 바란다.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 세부이다.


Goodbye CEBU. See You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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