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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 Apr 29. 2024

히어로를 채용하고 잡부를 만드는 스타트업

< 왜 그런 걸까요?...>


스타트업은 항상 인력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투자를 기반으로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인재를 채용할 수도 없고 인재를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Team이라는 단위로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한 명의 인재가 멀티는 기본이고 3~4인분의 일을 해야만 하는 구조입니다.


히어로를 채용하는 시기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가옵니다. 히어로의 퇴사와 맞물립니다.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자리에는 절대 인원을 추가로 뽑지 않습니다. 결국 이때부터 내부의 인원들이 1~2개의 업무를 분배하여 떠안게 됩니다.


결국 이렇게 남은 히어로들은 점점 잡부가 되어갑니다. 자신의 영역을 잃어가고 자신의 커리어도 잃어갑니다.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자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잃어버리게 되고 잡부라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스타트업 히어로들이 잡부가 되어가는 이유와 결국 퇴사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 히어로와 히어로가 아닌 사람의 구분점이 있을까?... >


퇴사카드를 꺼낸 인재가 히어로거나 중요한 프로젝트의 핵심키를 가지고 있는 히어로라면 그나마 떠나는 히어로의 반자리를 인지하고 채용공고를 올리자고 선뜻 제안합니다.


하지만 "기술자"영역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내부의 풀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내부에서 R&R을 재구성해 보라 하고 업무과중이 되든 말든 어떻게든 가보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다른 히어로가 잡부로 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스타트업에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업무의 다양성" 이라고는 하지만 떠나는 히어로의 행적을 수습하기 위해 이 다양성을 위해 스타트업에 투여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 히어로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데 경영진은 왜 민감하지 않을까?... >


퇴사시점을 예측한다는 건 아무리 솔루션을 도입하고 AI로 밀도 있는 분석을 해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IBM의 퇴사예측 시스템이 2019년 보고서 상에서 90~95% 달하는 예측률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요소는 절대적으로 틀립니다. 또한 해당 인원에게 어떤 감정적 요소가 섞여 들어갔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프로세스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은 더더욱 민감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한 명의 히어로를 채용하면 우리 회사에 충분히 동기화되어 있고 영원히 같이 갈 것으로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채용한 히어로가 회사의 시스템 및 회사의 여러 가지 상황과 맞지 않아 퇴사를 한다고 하면 "배신"이라는 단어부터 꺼내듭니다. 해당 상황이 벌어진 책임에 대해 떠나려는 히어로에게 책임전가를 하기 시작하며, 역적취급을 넘어 투명인간 등으로 취급을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여기에 더하자면 스타트업 경영진들의 가장 둔감한 점은 한 명의 히어로가 떠난다고 해서 회사가 망할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망할 리 없으며 망해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해당 히어로가 떠남으로써 일어나게 될 연쇄반응으로 인해 회사의 존폐가 갈리는 경우가 스타트업계에서는 굉장히 흔한 일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당연히 민감해야만 할 사안입니다.


< 히어로의 퇴사카드, 그래야만 시작되는 회유?... >


아이러니한 맹점입니다. 꼭 퇴사카드를 꺼내야만 보이는 회유들이 있습니다.

1. 연봉협상

2. 원하는 부서이동

3. 원하는 직급상승

4. 한정되었던 휴가를 승인

5. 만나기 너무나 어려웠던 경영진들과의 갑자기 잡히기 시작하는 면담들


모든 것들은 사전징조가 있습니다. 분명히 나타낸 시그널이 있을 겁니다. 특히 커뮤니티 및 과학의 증거라고 하는 기업리뷰, 기업익명커뮤니티 서비스를 조금만 눈여겨보더라도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습니다. 경영진들의 오판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해당 리뷰와 글들은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며 하나하나 신경 써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퇴사카드는 해당 부분들에서 시작되어 머피의 법칙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벌어지면 위와 같은 회유책을 꺼내 듭니다. 


위와 같은 회유책이 경영진 입장에서는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나쁘다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시기가 꼭 퇴사카드를 꺼내든 시점에 나온다는 것과 회유책을 내놓는 사람이 경영진이 아닌 결정권이 없는 사람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꼭 퇴사를 이야기해야만 나오는 이 회유책들은 퇴사를 이야기한 히어로에게는 이미 회사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기 때문에 좋은 회유책이라고 하더라도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 제발... 모든 것들을 미리미리 하세요...>


회유책 자체가 사전에 발생할 비용 및 늘어나게 될 고정비용 때문에 이를 간과 시 하는 경우가 정말 너무나 많습니다. 히어로의 퇴사가 가져오게 될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 보시면 답이 나와 있을 문제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핵심직원이 퇴사하게 되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관리직 평균 월급여의 24배에 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대기업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수치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스타트업의 핵심 히어로라면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연쇄작용으로 시작될 재앙이 더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히어로의 퇴사시기를 예측하기보단 퇴사를 하지 않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래와 같은 부분을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1. 정기적인 개인면담

2.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 회사가 해줄 수 있는 창구마련

3. 선심성 발행이 아닌 진심을 담은 회사 히어로서의 성과급 제도 발행 및 적용

4. 외부 리뷰서비스나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상황파악을 통한 개선점 도출 및 지속적인 피드백

5. 히어로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량을 점검


해당 리스트는 히어로의 이탈을 막고 히어로들이 잡부가 되는 순간까지 막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이고 최대한의 노력의 결과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남은 히어로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말아 주세요...>


무슨 짓을 해도 퇴사선택을 한 히어로가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남은 히어로들을 위해 경영진이 최전선에서 기민하게 움직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경영진이 가장 먼저 해당 사항에 대해 문제점을 인정하고 배려를 실행한다면 남은 히어로들이 잡부로 변하고 퇴사할 단계까지 가지 않을 수 있고 또 다른 재앙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히어로들의 안정으로 기존의 히어로를 뛰어넘는 히어로가 탄생할 수 있음을 기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 마치며


퇴사카드를 꺼내기 까지 분명히 시그널이 있습니다. 이 시그널의 포착은 경영진 뿐만이 아니더라도 이를 관리하고 있는 다른 히어로의 매니징 및 관리능력에 따라 그 시기를 미리 포착하여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나마 위에 제시하는 회유책들이도 모든 히어로들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해당 회유책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히어로로 인정받았다고 봐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말 최악은 퇴사카드를 내놓았더니 신난 듯이 그 카드를 받아들이고 이유도 내용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수리하는 경우입니다. 대체로 히어로를 소모품으로 여겼을 때 나타나는 행동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히어로들을 채용하기 위해 들였던 초기의 초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히어로가 잠깐 다른 마음을 품었다고 하더라도 그걸 품어주고 베풂을 행할 수 것 또한 경영진의 권한과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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