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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ixtape: 서비스 기획자 이재영

by Lia

안녕하세요, IT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음악처럼 들려드리는 Tech Mixtape!

3번째 트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3번째 트랙의 주인공은 FLoYD’라는 이름의 래퍼로 활동하는 것뿐 아니라 가비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 활동을 진행하고 계시는 서비스 기획자 이재영 님입니다. 지금부터, 재영 님의 'Tech Mixtape'을 함께 플레이해볼까요!



재영 님의

최애 작업곡




Lia: 재영 님, 안녕하세요! Tech Mixtape 3번째 트랙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음악에 진심이신 분을 모시게 되어 정말 설레네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저희 'Tech Mixtape'의 시그니처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작업하실 때 즐겨 들으시는 '최애곡'이 있으신가요?

재영: 안녕하세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라 많이 두근거리네요.

저는 일하다가 졸릴 때면 보통 하우스 뮤직을 들어요. 가사 위주가 아니라서 생각에 방해가 되지 않아 좋고, 점점 음악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레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예를 들면 이런 곡입니다.


(인터뷰를 즐기며 재영 님의 최애곡을 지금 바로 들어보세요!)


그 외 음악 구상을 하다가 막힐 때는 009, XXX, 이현준 앨범을 찾아 듣곤 해요. 제가 추구하는 음악성과 가장 닮아있거든요. 하나 꼽자면 XXX의 "18거 1517"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Part 1:

비트 위에

프로덕트를 믹싱하다




Lia: 서비스 기획할 때와 음악 구상할 때 각각 다른 곡을 듣는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네요! 재영 님께서는 가비아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약 6년간 활약해오셨다고 들었어요. '서비스 기획자'라는 직업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이 길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재영: 기획을 계속 하다 보니, 이것도 일종의 창작 활동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굉장히 닮아 있거든요. 팬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고민하고, 피드백을 살피고, 다른 전문가와 소통하며 새로운 곡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비슷해요.


세상에 없던 것을 상상한 대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이 힘들면서도 즐겁고, 점점 완성도가 올라갈 때면 설레기도 해요. 그렇게 결국 세상에 선보여 반응을 얻어냈을 때 정말 뿌듯하고 기쁩니다. 정성을 들여 만든 음악이나 서비스는 모두 자식처럼 느껴지죠.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이게 기획자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Lia: 저 또한 음악을 공부했던 시기가 있어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는 말이 참 공감되는 것 같아요! 재영 님께서는 'FLoYD'라는 이름의 래퍼로도 활동하고 계시잖아요.무대 위에서나 음악 작업을 할 때의 경험이 IT 프로덕트 기획에 영감을 주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있었을까요?

재영: 앞서 답변드린 것처럼 음악과 기획은 작업 과정이 닮아 있어 서로 큰 영향을 줍니다. 특히 '문서화' 경험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음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핸드폰에 기록하고, 나중에 확장시키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비트 메이커나 엔지니어에게 전달할 때도 문서를 따로 쓰죠. 문서가 잘 정리되어 있으면 작업이 더 매끄럽고 의도적으로 진행돼요.


재영 님의 아이디어 확장 마인드맵


기획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자나 영업자를 통해 들어온 이슈가 있다면 즉시 문서화하고, 해결 방안과 일정을 기록합니다. 그러면 업무 진행 상황이 명확해지고, 같은 이슈가 반복되는 일이 줄어들죠.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 문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습관적으로 기록하고 생각을 키워나가는 습관은 일과 음악 모두에서 제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원천이에요.



Lia: 말씀하신 문서화가 기획과 음악 작업 모두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은 것 같은데요. 이처럼 IT 서비스 기획과 음악 작업을 할 때, '유저(청중)의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서 재영님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영: 니즈를 파악한다는 건 정말 중요하죠. 저는 파악이란 '많은 니즈 중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과 경험이 있다보니 원하는 것이 다 달라요. 예를 들어 누구는 싱잉랩을 원하지만, 누구는 강렬한 랩을 원하거나 그저 비판하기 위해 듣는 경우도 있죠. 서비스도 마찬가지고요. 이처럼 모두가 자기 말이 맞다고 하지만, 모든 의견을 다 들어주려고 한다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돼요. 그래서 모두를 한 번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즉, 어떤 의견은 수용되지만 어떤 의견은 과감히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Acta Est Fabula” M/V 촬영 현장


때문에 저는 먼저 제가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종합해 방향성을 정합니다. 그리고 제 방향성과 일치하는 의견은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의견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깊이 이해하려 노력하죠. 이 과정을 반복하면 제가 어떤 음악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지가 분명해집니다.


기획도 마찬가지예요.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니즈를 정제해서, 지금 우리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들이 무엇이고, 어디까지 할 수 있으며, 누굴 위해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거죠. 그러면 불필요한 업무가 줄고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만의 노하우는 명확한 기준과 근거를 가지고 니즈를 정제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공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Lia: 그렇게 다듬어진 기획을 바탕으로 지금 가비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요즘 가장 몰입해서 기획하신 부분이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재영: 저는 가비아의 다양한 서비스 중 클라우드 서비스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는 여러분이 쓰는 카카오톡이나 넷플릭스처럼 수많은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 되는 기술이에요.



저희는 10년 넘게 클라우드를 운영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토대로, 더 발전된 버전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사실상 클라우드를 하나 더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였고, 모든 서비스와 구성 요소를 새로 기획해야 했죠. 큰 도전이었지만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모두가 함께 몰입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노력한 덕분에 성공적으로 오픈할 수 있었고, 지금도 고객들을 위해 계속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하고 있습니다.



Lia: 재영 님은 가비아에서 꽤 오랫동안 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하고 계신데요. 지금까지 가비아와 함께하는 가장 큰 이유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영: 사실 첫 회사라 다른 회사와 특별히 다른 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함께 일하는 분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라고 느껴요. 서로의 직무와 상황을 존중하고 배려해주시면서도 높은 수준의 업무 능력을 보여주기에, 늘 감사하고 많이 배우고 있죠.



특히 제 부서 동료들과 팀장님을 존경합니다. 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시고, 제 가능성을 믿어주시는 진심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그만큼 저도 여기서 계속 더 잘 해내고 싶고, 매 순간 더 성장하는 사람임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물론, 복지 정책이 좋아서 업무 외적인 삶이 윤택한 것도 큰 이유입니다. :)




Part 2:

실패는 리믹스

열정은 무한 루프




Lia: 기획자로 일하시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셨을 텐데, '이건 정말 잘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랐던' 실패 경험이나 아쉬웠던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셨고, 다음 프로젝트에 어떻게 반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재영 님만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재영: 입사 초에는 자존심이 세고 시야가 좁아 주변 의견을 잘 듣지 못했습니다. 한 번은 신규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처음에 접근했을 때 니즈는 파악하지 않고 신선하고 화려한 기획만 했죠. 그랬더니 개발자와 영업자 모두 프로젝트의 기획에 대한 의도와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기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지만, 당시에는 남 탓을 할 정도로 꽉 막힌 상태였어요. 제 기획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죠. 이렇게 몇 번 고생하며 자신감을 많이 잃었을 때, 팀장님과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제가 무엇을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면 좋을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부터는 제가 하고 싶은 기획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기획에 집중했습니다. 제 주관이 아닌 명확하고 객관적인 근거로 기획했고, 결과물을 제출하기 전에 다른 부서의 의견을 미리 들으면서 중심을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죠.


이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정제한다”는 표현에는, 불필요한 자신의 주관을 걸러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도야마 시게히코 - 생각의 도약>중에서: 음악도 기획도 모두 일종의 매개 활동이며, 주관을 걸러내야 기능할 수 있습니다.



Lia: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정말 인상 깊네요. 사실 내 생각이 틀리다는 생각까지 도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성장을 이뤄내신 모습이 멋있어요. 지금까지 재영 님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현재 진행하고 계신 음악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재영: 지난 5월에 새 EP “WALKING ON MY LOVE”를 발매했습니다. 5곡짜리 짧은 앨범이니 가볍게 한 번 들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새 싱글 “Unsolved problem 01”과, 아티스트 GAMBLER STUDIO의 신곡에 제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Only One”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주시는 만큼 더 멋진 결과물로 보답하겠습니다.



Lia: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삶과 래퍼 'FLoYD'로서의 삶을 모두 열정적으로 살고 계시잖아요. 사실 직장과 취미를 둘 다 활발하게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본업과 취미의 균형을 고민하는 많은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재영: 이미 본업과 취미에 열정을 쏟는 분들은 이미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아실 것 같아요. 다만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만약 두 가지를 모두 불태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업과 취미를 나누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건 소용없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일은 즐겁게, 해야 할 일은 책임감 있게, 그 균형만 잘 맞춘다면 충분해요. 삶을 크게 보고 자신만의 가치를 묵묵히 추구한다면, 여러분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겁니다.


제가 만든 노래 중 “Passion”이라는 곡이 있는데, 거기서 이런 가사를 쓴 적이 있어 함께 나눠봅니다.


It’s just a motivation that created under me
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잠을 깨 있지
싫어도 자신을 위해서라면 건너길
돌아가지 못해도 후회는 없을테니

(중략)

인생은 사는 것 자체로도 괜찮은 것
나 빼고 누구도 나를 탓할 수 없는 것
힘든 것과 불행한 것은 분명 다른 것
언제가 됐든 하고 싶음 하게 돼 있어


열정이란, 너무 타오르면 없어지고, 너무 식으면 켜지지 않으니, 그저 꺼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열정적인 삶을 응원합니다.



Lia: 아쉽게도 벌써 마지막 질문인데요, '음악처럼 즐겁게 일하고 싶은' 기획자 지망생, 혹은 본업과 취미 사이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영: 기획자는 문제를 해결하고, 필요한 것을 찾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과 과정의 중심이 되어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한 것을 문장이나 그림 등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사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설득하며 같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을 좋아하거나 잘한다면 기획자로서 큰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과정은 분명 힘들지만, '나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획은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이 진심으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Lia: 재영 님, 오늘 정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획과 음악이라는 두 개의 트랙을 오가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재영 님의 이야기는 저희 Tech Mixtape을 정말 특별한 앨범처럼 만들어주었어요. 특히 많은 분들에게 용기가 되었을 트랙이었습니다.



오늘 이재영 님의 Tech Mixtape은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의 재영 님의 활약을 기대하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트랙에서 또 다른 IT 전문가의 흥미로운 Tech Mixtape을 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ext Track



Tech Mixtape의 다음 트랙은 '검색'과 'AI'라는 최전선을 누비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코딩해 온 이호준 님의 트랙이 오픈됩니다.



본 인터뷰의 내용의 저작권은 인터뷰이 이재영 님께 있으며, 인터뷰의 기획 및 편집(Tech Mixtape)에 대한 저작권은 이여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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