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T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음악처럼 들려드리는 Tech Mixtape!
4번째 트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4번째 트랙의 주인공은 글로벌 IT 기업 G사, S사에서 '검색'과 'AI'라는 최전선을 누비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코딩해 온 이호준 님입니다. 지금부터, 호준 님의 'Tech Mixtape'을 함께 플레이해볼까요!
Lia: 호준 님, 안녕하세요! Tech Mixtape 4번째 트랙에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저희 'Tech Mixtape'의 시그니처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작업하실 때 즐겨 들으시는 '최애곡'이 있으신가요?
호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첫 질문이 재미있네요. (웃음)
저는 작업할 때 주로 가사가 없는 instrumental 음악을 들어요. 개발도 언어가 들어가고 음악도 언어가 들어가면 집중이 흐트러지더라고요. 최애곡 중 하나를 소개해드리자면, T-Square의 Omens of Love입니다.
(인터뷰를 즐기며 호준 님의 최애곡을 지금 바로 들어보세요!)
신나는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신디사이저가 어우러져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의 설렘을 잘 표현해주죠. 그래서 항상 제 플레이리스트 맨 앞에 있습니다.
Lia: 호준 님은 여러 활동들과 커리어가 개발에 정말 진심이구나 생각되는데요, 호준 님께서 처음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 결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호준: 프로그래밍을 택한 계기와 분야(머신러닝 & 검색)를 택한 계기가 있어요.
첫째는, '프로그래밍' 자체에 대한 매력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정보 교과목 중 처음 C언어를 접하고, 현실의 문제들을 컴퓨터로 모델링해서 표현하는 과정이 정말 신기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제가 귀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생각을 열심히 해서 코드로 만들어두면 컴퓨터가 알아서 해결해준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웠죠. 그런 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을 희망하게 되고, 대학 진학 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게 되었어요.
둘째,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 대한 끌림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이 좋아할 법한 정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 빅데이터 붐을 접하고 데이터를 통해 무언가를 추론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일이 흥미로워, 현재 직무의 도메인에 대한 방향성이 잡힌 것 같아요.
Lia: 그렇게 엔지니어가 되어서 다양한 회사들을 경험하셨는데, 호준 님의 커리어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길을 걸어오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나만의 성장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호준: 제 커리어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서핑>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넘실대는 크고 작은 파도를 막으려 하기보다, 그 파도를 유유히 타면서 우리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보거든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준비 운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엔지니어링도 꾸준하고 많은 양의 학습이 필수적이기에, 감을 잃지 않으려 늘 노력해요. 그래서 DSA(자료구조와 알고리즘) 문제를 꾸준히 풀거나 관련 논문을 찾아봅니다. 또 다른 리서처나 엔지니어들이 공유하는 소식을 팔로우하며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Lia: 말씀하신 것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IT 세상에서 정말 다양한 기술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요즘 특히 호준 님께서 개인적으로 '와, 이 기술 정말 흥미롭다!' 하고 몰입하고 계시거나, 눈여겨보고 계신 분야나 기술, 툴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그 이유도 함께 궁금합니다!
호준: 요즘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기술은 역시 LLM입니다.
제 삶에서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크게 바꾼 기술이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가 스마트폰,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LLM이에요. 학계, 업계, 실생활 전반에서 LLM이 엄청나게 활용되는 것을 보면서 이 기술의 Next step은 무엇일까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 흥미롭게 다루고 있는 툴은 Cursor입니다. 아마 많이 인지하고 사용해보셨을 것 같은데 AI experience를 IDE(통합 개발 환경)에 잘 녹여낸 것 같아서 인상 깊어요.
특히 Agent 기능을 포함하면 제 현재 디렉토리 및 파일 상황을 분석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만 100% 신뢰할 수 없기에 아직은 guidence 하에 사용할 수 있는 것 같구요. 이를 사용해보면서 내가 갈고닦아야 하는 능력은 무엇인지를 재정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Lia: 호준 님께서는 여러 조직에서 '검색 개발'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셨는데요. 각 회사에서 경험한 검색 개발은 뭐가 가장 달랐나요?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아, 이건 정말 어려운데..." 싶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호준: 우선 Goal과 Background가 다른 것 같습니다.
Goal은 제가 개발을 통해서 내고자 하는 Impact, Background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전 지식 및 주변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검색이라는 것은 high-level에서 유저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반환한다라는 아주 간단한 구조를 가져도, 그 안에서는 세부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아주 많더라구요.
내가 검색을 수행하는 디바이스의 성능은 어떤지, 유저가 찾고자 하는 데이터의 정보는 어떤지 다르기 때문에 검색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속도를 개선하는 것인지, 기존에는 검색할 수 없었던 정보를 검색이 가능해지는 것인지 등 제가 내고자 하는 목표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같은 도메인이여도 이런 Goal과 Background가 달랐고, 이 각각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solution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고객 스스로도 모른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스티브잡스도 이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PoC 단계의 Product를 완성해서 A/B Test 등을 진행해보면 제가 예측했던 것과 다른 양상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더불어,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communication이나 설득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거든요.
그런 경험들을 겪으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단순히 개발만 잘해서는 안 되는구나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Lia: 이렇게나 깊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다보면 개발하는 순간들이 즐겁지만 커리어에서 슬럼프나 번아웃도 분명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호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운사이클을 겪는 것 같습니다. 저는 먼저, '내가 지금 다운사이클에 있구나'라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인지한 후에는 다시 업사이클로 돌아가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죠.
커리어에서 겪을 수 있는 슬럼프는 크게 '학습 관점'과 '업무 관점'으로 나눠서 접근합니다.
학습 관점에서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를 모토로 삼습니다. 절대적인 학습 및 실행량은 줄더라도 매일 꾸준히 학습하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다시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 오면 슬럼프가 지났다는 것을 실감하죠.
때로는 다른 주제의 지식을 학습하면서 머리를 refresh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어떤 문제를 끙끙 앓다가 잠깐 쉰 후 다시 그 문제를 바라봤을 때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경험이 있으실텐데, 이와 유사한 접근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업무 관점에서는 '어떻게든 일을 끝내는 것(Get things done)'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기 싫은 이유가 무엇인지 '일이 너무 크거나', '일이 모호하거나'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요.
일이 크면 잘게 쪼개서 중간중간 쉬어가고, 일이 모호하면 펜으로 직접 적으며 모르는 부분을 파악합니다.
특히 요즘은 모호함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제 지식의 range 밖에 있는 지식을 알기 위해서는 그것의 키워드를 알아야 하는 역설적인 순간이 간혹 있었는데 지금은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면 이 range를 넓히는 다음 스텝을 잘 제공해주는 것 같아요.
Lia: 말씀해주신 호준 님만의 여러가지 노하우를 전하는 DND나 GDGoC 등 다양한 멘토링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멘토링을 시작하게 되셨고,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호준: 문제가 있을 때, 그 해결 방법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Community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Community쪽이야 DevRel로 좋은 소셜임팩트를 내시는 Lia님이 저보다 잘 아시겠지요!).
DND의 시작은 2025년, 현재는 개발과 디자인에 관한 정보를 비교적 많은 source에서 얻을 수 있지만 2019년 당시에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얻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웠어요. 이런 정보 편향에 대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부산을 기반으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모여 지식을 나누고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그리고 코로나 시대가 되어 제가 재학 중이던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이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저는 개발에 관심있는 분들과 교류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욱이 저희 학교 내부라면 말할 것도 없구요.
그렇게 DND에서 1년정도 운영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DSC(현 GDGoC)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학교라는 Locality를 살릴 수 있으면서도 다른 학교의 DSC와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거든요. 운이 좋게도 DSC 리드에 선발되었고 약 1년간 community recruiting부터 운영까지, 제가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원없이 해봤던 것 같아요.
보람 있는 순간은 두 곳 모두 함께했던 분들이 작은 성취를 이루고, 그 성취들이 모여 그들의 큰 마일스톤을 달성했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하는 분들이 본인의 목표를 세우고 또 그것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그들의 성공이 곧 저의 임무 완수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저 혼자보다 함께했을 때 더 시너지가 나고, 임팩트가 커지기 때문이기도 해요.
Lia: 함께 성장함을 사랑하는 호준 님의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네요. 특히 일부 멘토링은 무료로 진행하신다고 들었거든요.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서 무료 멘토링을 꾸준히 해오시는 '원동력'이 뭘까요? 어떤 마음으로 멘티 분들과 함께하고 계신지 듣고 싶어요.
호준: 멘토와 멘티의 관계보다는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을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이 만나면 행동이나 해석이 달라지는 '문명의 충돌'이 일어나는데, 제 시각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새로운 견해를 접하고 배우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배움을 시작하신 분들, 그리고 저보다 더 먼저 field에 나가 멋진 임팩트를 내시는 분들은 저와 시차가 다른 것이죠. 그분들의 시간대와 저의 시간대를 비교하면서 서로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시간을 쓰는 것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Lia: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더욱 성장하실 호준 님이 매우 기대됩니다. 혹시 현재 진행하고 계신 멘토링이나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호준: 아쉽게도 지금은 없습니다 (웃음).
아직까지는 조용히 살아왔는데요, 앞으로는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게되네요. 특히 더 많은 분들에게 더 재미있고 유익하게 IT의 여러 분야들(특히 AI)을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있어서, 조금씩 준비해보겠습니다.
Lia: 아쉽게도 벌써 마지막 질문인데요, 현재 엔지니어의 꿈을 꾸거나 성장통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호준: Tech Mixtape의 독자 여러분들은 충분히 잘 하고 계실거라 믿고 있구요, 나 자신에 대한 마음챙김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저희는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잠식되다보니 정작 자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저는 이것을 스스로 사고하는 시간이라고 칭하는데 이런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지는 것이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명상 등을 활용해서 꼭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더불어 잘 되신 분들은… 실례지만 저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주십시오, 하겐다즈 마카다미아 맛으로요.
Lia: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마무리해주신 호준 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머러스함 속에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인터뷰 덕분에 큰 동기를 얻고 갑니다(조만간 제가 아이스크림 사드릴게요)!
오늘 이호준 님의 Tech Mixtape은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많은 분들에게 AI를 널리 알리는 호준 님의 미래를 응원하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트랙에서 또 다른 IT 전문가의 흥미로운 Tech Mixtape을 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ext Track
Tech Mixtape의 다음 트랙은 두 번의 희망퇴직이라는 상황을 발판삼아 더욱 크게 도약하고 있는 이장훈 님의 트랙이 오픈됩니다.
본 인터뷰의 내용의 저작권은 인터뷰이 이호준 님께 있으며, 인터뷰의 기획 및 편집(Tech Mixtape)에 대한 저작권은 이여진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