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게임기와 생일선물들

by 이해준

제가 7살일 때 이사를 하면서

집에 XBOX가 생겼어요.

티비 리모컨이 우주선처럼 복잡해보여서

어떻게 키는지도 몰랐죠.


그래서 아버지가 있을 때만 게임을 할 수 있었어요

HDMI라는 선을 통해 TV에 출력된다는 사실은

중학생이 되서야 알았어요.

채널을 변경한다거나, 외부 입력을 인식한다거나 하는 그런 건 몰랐죠


이상하게도 8살에 뭘 받았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9살도 마찬가지에요.

분명히 뭔가를 해주셨고 좋아했었을텐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10살 때는 닌텐도DS를 받았고

그때부터 인생 전체가 게임이 되었죠...

11살 때는 닌텐도 Wii가 집에 생겼고요


지금 와 생각하면

집에 7시가 넘어야만 들어올 수 있던 부모님의

미안함이 조금은 담긴 선물 아니었을까 싶어요


책만 읽히기도 뭐하고

나가 놀게만 하기도 뭐하고

학원만 보내기도 뭐하니....

좀 풀어주자는 마음이 아니셨을까 싶네요


12살이 넘어서부터는 받은 생일 선물이 기억이 안 나요

물론 안 받은 해가 많아져서 그렇기도 한데

저는 게임기보다 더 인상적인 선물을 기억하지 못하나봐요


30살이 다 되어가는데도 저는 게임기를 붙잡고 있어요


엑스박스는 이제 기계가 아니라 구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OTT가 되었고

닌텐도는 스위치를 출시해서 최강의 콘솔 제품이 되었어요

Wii랑 DS가 하나로 합쳐진 버전이 스위치래요


그런데 이제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분명히 혼자 해도 재밌었는데

옛날만큼 재밌지는 않아요


아버지는 제가 게임하는걸 싫어하셨는데

문득 궁금해지네요


아버지는 게임 하세요?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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