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떠난 유럽 배낭여행 첫날의 이야기이다. 유럽 배낭여행은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픈 아들과 단둘이 먼 나라에 가는 것도 처음이었다. 여행 계획은 약 8개월에 걸쳐 세웠다. 민박, 교통, 주의사항 등 모든 것을 파일로 준비했다.
남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주면서 자주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사실 나도 많이 긴장했는데, 10시간이 넘는 비행기에서 아들이 많이 울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힘들까 봐 비싸더라도 직항 비행기를 예약했다. 다행히 비행기에서 아들이 잘 자고 잘 놀았다. 빈 좌석도 많아 편안하게 첫 번째 목적지인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 후, 저는 난생처음으로 큰 난관을 겪었다. 출입국 심사에서 40분 동안 어려움을 겪었는데,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관이 "이 아이가 당신의 아들인지 증명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뒤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심사관에게 "그냥 저를 다시 한국으로 보내 주세요. 뒤에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이 피곤하실 텐데, 제 때문에 계속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당신 나라에 안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나는 공항 경찰서로 가게 되었다.
덩치 큰 스위스 경찰 두 명이 총을 허리에 차고 나를 쳐다보며 계속 같은 질문을 했다. 이 아이가 당신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져갔지만 영어로 되어 있지 않아 인정되지 않았다. 제가 무서웠지만 아들이 불안해할까 봐 강한 척했다. 최대한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영어로 답변했다. 사실 상황이 황당하기도 했다. 여행 준비 시 이런 주의사항은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스위스 경찰과의 1시간 "고문"이 지나고, 참아왔던 아들이 펑펑 울었다. "엄마~~~~~"라고 크게 외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 경찰은 우리의 상호작용을 보더니 "I think he is definitely your baby. You can go now."라고 말했다.
거의 2시간이 지나 드디어 취리히 공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민박 주인은 공항에서 2시간을 기다리며 많이 걱정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겪는 일이라며 이해해 주었다. 첫날 무사히 민박집에 도착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민박에 도착하자마자 아들과 함께 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그 이후에 알게 된 점은, 2016년에 유럽 난민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아동을 납치할까 봐 특히 아시아 여성이 혼자 어린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것이 드물어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