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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은 새하얀 눈을 지르밟는 소리로만 가득했다.

Ep003 나만의 시선으로 홋카이도를 담다.

by 규진 Gyujin

[Radwimps - Date 음악과 함께 보시면 더 깊은 감정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이른 오후, 오타루의 명소들을 천천히 걸었다.

맑은 하늘 아래, 오타루의 거리 위에서 숨을 깊이 들이켰다.


폐가 팽창하며 기분 좋은 공기가 들어옴과 동시에 내 머릿속은 그 누구보다 말끔해졌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마음을 품고 오타루의 아름다운 거리를 담기 위해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몇 걸음 걸었을까

번화가에서 멀어질수록, 길 위의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고요함 속에서,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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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없이 조용했던 오타루의 거리"

"오타루의 고요함 덕분인지, 오늘따라 더 천천히 걷게 되었다."


나는 이런 고요함이 너무너무 좋다.

가만히 이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깨끗하고 맑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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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눈을 즈려밟는 소리로만 가득했던 오타루의 거리"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소리.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뽀드득 눈 밟는 소리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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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모든 순간이 특별해 보였다.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풍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소소한 풍경 속에서도 특별함을 발견했다.


작고 소소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이런 것들이 너무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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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스팟"

그렇게 열심히 걷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진 스팟을 하나 찾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비슷한 풍경을 지닌 스팟이 하나 있다.

바로 백빈 건널목, 어쩌면 그곳과 풍경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거 같다.

이곳은 설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설산과 철도 주변에 쌓인 새하얀 눈이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동화 속에서 나오는 한 장면처럼."


내가 만든 유튜브 쇼츠에서도 이런 말을 했었는데.

"이게 여행이지, 이걸 어떻게 알아?"


여행이란, 어쩌면 이런 것 아닐까.

특별할 것 없는 풍경도, 그 순간엔 유난히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순간 속에서, 설렘은 문득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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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이 가진 특유의 빨간색이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새하얀 풍경에 대비되는 빨간색은 무엇보다 더 예쁘게, 설레게 다가왔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 한 장 한 장 담아냈다.


설레는 마음이 커서 그랬을까

분명 바람도 불고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춥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이 더 춥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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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소한 일상의 오타루"

왜 행복한 시간들은 짧게 느껴지는지..

행복한 시간이 무한정으로 길었으면 좋겠는데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

차갑게 스며드는 공기 속에서, 곧 블루아워가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러브레터’의 촬영지, 후나미자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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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미자카로 가는 길"

"예쁜 색감으로 옅게 깔린 블루아워의 오타루는 사연을 가득 품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나처럼 후나미자카로 향하는 사람들.

그들의 걸음은 조용했고, 주변의 현지 사람들은 익숙한 일상 속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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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미자카로 가는 길"

숨이 차올랐다. 높디높은 언덕 끝에서, 마침내 러브레터의 촬영지에 도착했다.

올라오는 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그곳에서 마주한 블루아워의 후나미자카는,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DSC04924.jpg "후나미나카의 블루아워"

이곳이야말로, 오타루의 진짜 하이라이트다.

오타루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곳에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서기를.


"가보면 알 것이다.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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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미자카의 블루아워"

"그 어느 곳보다 차가워 보이지만 후나미자카의 낭만은 그 어느 곳보다 따뜻했다."


그렇게 나는 한참을 후나미자카에 머물며, 하루동안 있었던 오타루의 기억을 내 마음속 깊게 새겼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곳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되새길수록 더 깊어지는 감정. 너무나 소중한 그 시간들.

이 따뜻한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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