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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울건너 Jan 10. 2024

          겨울 씨앗의 수다

삶에 끝과 시작이 있나요. 세상은 돌고 돌뿐인걸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인가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일이 보이는 곳에서 보다 강하기도 하지요.


나는 지난가을에 친구들과 함께 땅 아래 이곳으로 내려왔어요. 봄이 오면 땅 위로 내밀 건강한 싹을 준비하고 있지요.

  

여기서 우리는 훗날을 고민하지 않아요. 삶의 근심 시계는 돌고 돌다 결국 제 자리로 돌아올 테니까. 바람 같은 인생에서 오늘의 걱정이 내일이 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하니까.

  

 변수 많은 삶의 길을 미리 알고 걷는 이가 있을까요. 모두가 앞일을 모르고 가는 이 길에서 우리들은 지금을 즐길 뿐이에요. 웃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그대들이 춥다고 땅 위에서 발을 동동거릴 때 우리는 이곳에서 소꿉놀이 하며 꼬물꼬물 간지러운 첫 발아의 웃음을 짓지요.

그대들이 추위에 지칠 즈음이면 우린 파닥 팔딱 성장의 춤을 추고요, 그대들이 봄을 이야기할 때 우린 더 자란 싹의 꼬리를 늘이며 노래 불러요.

   

그러다 보면 훈풍 따라 봄이 날아와 우리들만의 지구를 흔들겠지요. 그러면 흙의 파동이 우리를 문득 밀어 올릴 거예요. 우린 그때 한꺼번에 까르르까르르 숨차게 웃으며 땅 위로 얼굴을 내밀겠지요.

연두색 짧은 머리는 양 갈래로 묶어야겠어요.

   

기다려요 그대들, 반갑게 마주 할 그 봄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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